멍하이 일기 64. 산골풍경

멍하이일기 2017.11.09 19:35 Posted by 석우(石愚)

손님들과 기념사진

 

지난 며칠간 상하이에서 오운산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이(집사람의 조선족 친척입니다.)가 손님을 모시고 와서 이산저산을 다녔습니다. 모두 오운산 차에 관심 있는 분들인데 상하이, 우한, 등에서 오신 여덟 분입니다. 마침 산둥에서 오신 손님도 있어서 모두 열한명이 승합차 세대로 움직였습니다.

 

가을차도 거의 끝나고 산골 곳곳에는 도로공사랑 주택 개량사업이 한창입니다. 이즈음이 우기도 그치고 공사하기엔 좋은 때입니다. 매년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 또는 중국 각지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차산을 오르다보면 원료 가격이 비싼 지역과 싼 지역이 확실히 구분됩니다. 도로는 어디나 비슷합니다.

 

징마이처럼 일찍이 차산이 개발된 지역은 비교적 잘 포장되어 있고 최근에 찻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확장공사가 한창입니다. 도로공사는 국가에서 나오는 돈으로 하기 때문에 빙다오나 라오반장을 오르는 길이라도 국가 예산 정책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멍하이에서 라오반장을 가보면 허카이 까지는 돌길로 포장되어 있는데 반펀부터 라오반장까지는 비포장입니다.

 

이번에도 공사 때문에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마을에서 얼마씩 각출하여 도로정비부터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길이 좋아진다고 모든 게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을로 들어서면 확실히 구분됩니다. 원료가 비싼 지역은 흡사 산중의 별장촌을 연상케 합니다. 옛날의 소수민족 건물은 거의 볼 수가 없고 모두 최신 콘크리트 슬래브 주택입니다. 반면에 아직은 덜 알려진 곳으로 가보면 대부분 옛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해질녘에 집집마다 저녁 짓는 연기가 오르고 아이들은 맨발로 골목길을 뛰어 다닙니다. 도야지 닭 강아지들과 아이들이 공사장 모래밭에서 어울려 뒹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맑고 천진한 눈동자를 바라보노라면 나도 그냥 흙먼지 속에 파묻히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 도취되어 지긋이 차산을 응시하고 있으면 만사가 다 평화롭습니다.

 

그렇다고 보는 우리 좋아라고 언제까지 이대로 있으라고 할 수는 없지요. 아직까지도 윈난의 산골 대부분의 농민들은 가난합니다. 산골에 다른 소득은 거의 없습니다. 산기슭의 텃밭을 일구고 감자나 옥수수를 심어 겨우 먹고 사는 정도이지요. 찻값이 오르면서 고수차밭을 가지고 있는 차농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더러는 국가에서 자금이 내려와서 일괄적으로 집을 지어주기도합니다.

 

기존 마을의 근처에 새로 터를 닦고 같은 구조로 집을 지어서 집단 이주하는 것입니다. 뿌랑산 정상부근에 있는 웨이동’(衛東)이라는 마을도 집단 이주한 지역인데 가축을 사육하는 공간을 단체로 주택과 멀찍이 구분하여 위생적인 문제도 고려한 면이 있습니다.

 

차농들에게 자금이 생기면 대부분 먼저 주택개량부터 합니다. 사실 소수민족들의 고택은 밖에서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안으로 들어가면 불편한 부분이 많습니다. 주방이나 침실 거실이 거의 한 공간에 배치되어 있어 구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화장실은 건물 밖에 있어서 야간이나 비가 오면 더욱 불편합니다.

 

무엇보다 창이 거의 없는 구조라서 깜깜합니다. 어떤 집은 들어가서 한참동안 동공을 조절해야 사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길은 멀고 무작정 감상에 젖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차맛을 보고 값을 묻고 차밭의 생태환경 등을 확인합니다. 하산 길은 늘 밤중입니다. 멀리 첩첩산맥의 가슴팍에 자리 잡은 차농들의 마을이 산길을 따라 아련한 불빛처럼 점점 멀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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