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이 일기 66.67. 화주량즈 1-2

멍하이일기 2017.11.13 20:04 Posted by 석우(石愚)

화주량즈 차산

 

시쐉반나에서 가장 높은 산인 화주량즈(活竹梁子)에 다녀왔습니다. 멍하이에서 멍송(勐宋) 방향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정도 달리면 만시량(曼西良), 바오탕(保塘)을 지나 빠멍(坝檬)이라는 곳에 도착합니다. 해발 2429m 화주량즈를 오르자면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이곳입니다.

 

하니족 마을로 70여가구에 3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해발이 높다고 꼭 최고 품질의 차가 생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반장이나 빙도 등의 해발은 1750m 전후입니다. 이상하게도 고급차가 나오는 지역의 해발이 대부분 비슷한 고도인데 이 부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해발이 높은 지역의 차일수록 산운(山韻)이 좋습니다.

 

산운을 어떻게 표현 할까요! 원시삼림을 거닐 때 문득 들려오는 이름 모를 꽃향기라고 할까요? 이른 아침 구름 덮인 산봉우리가 햇살에 씻기는 맛이라고 할까요?

 

고수차가 있는 다른 대부분의 마을이 그렇듯이 2007년 이후 이 마을의 주요 산업 또한 차업입니다. 그전엔 주로 깐즈라고 부르는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을 재배하였다고 합니다. 화주량즈산을 중심으로 빠멍, 허난, 뽕간, 멍롱쟝 등의 마을이 빙 둘러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멍하이에 가게를 오픈하면서부터 쭉 이 지역의 차에 관심을 가지고 몇 번 원료를 주문 제작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가공이 생각보다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지 않아서 여러 차례 다시 가공하기를 거듭했는데 올해 가을차를 보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해발 2300m 고지에 야생차와 더불어 드문드문 고수차밭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생태환경이나 평균적인 차나무 수령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빠멍에 있는 총각하나가 자주 우리가게를 들러 제일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자기 집 차밭에는 고수차가 많지 않아서 아직은 가난합니다. 92년생이면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인데 아직 장가를 못 갔습니다.

 

정상에 간판을 세움

 

한국이라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지만 이곳은 이십대 중반에 대부분 장가를 갑니다. 사람은 정말 진국이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눈에 뜨입니다. 장가를 가면 신방을 꾸며야 되는데 아직도 옛날 하니족 건물에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이래저래 여의치 않습니다.

 

여동생이 있었는데 사 년 전에 이름 모를 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답니다. 매번 그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세 살 밖이 꼬맹이를 할머니가 돌보고 있었는데 여동생이 이생에 남겨놓은 생명이라는 걸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집안이 가난해서 번번한 약 한번 못써보고 떠나보낸 여동생을 못내 안타까워하는 착하고 순수한 청년입니다. 이번에 산을 오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집을 새로 짓고자 하는데 자금이 조금 모자라서 시작을 못하고 있답니다.

 

각설하고 장가도 가야되고 부모님 모시고 족하도 돌 봐야 되고 일단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모자라는 자금은 우선 내가 도와줄 터이니 내년 봄차로 갚으라고 했습니다. 한동안 말이 없기에 내심 감동해서 그런가! 했더니 웬걸 자기 집 고수차는 량이 많지 않아서 내년 봄차 만으로는 다 갚을 수가 없답니다...

 

짜식이! 나 같으면 일단 고맙습니다. 하고 받고 차차로 방법을 강구할 텐데... 아러따 그러면 몇 년이면 다 갚을 수 있겠냐니까? 삼 년은 돼야 될 것 같답니다. 그렇게 하라고 하고 손을 잡아주니까. 사내자식이 눈을 못 맞추고 자꾸 먼 산만 바라봅니다.

 

내년부터 시쐉반나 최고봉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서 화주량즈를 본격적으로 개발해볼 생각인데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채엽부터 가공까지지 모두 직접 지켜볼 수도 없고 또 지켜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모든 것은 사람 마음먹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늘 자금에 쫒기지만 작은 정성이나마 그들에게 우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멍하이 일기 67 - 화주량즈2 계약 -

 

시쐉반나 최고봉인 화주량즈에 저희 간판을 심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먼저 마을 촌장에게 부탁하여 허락도 받았습니다. 저번에 올라보니 오래전에 시멘트로 조그마하게 만든 표지석이 있긴 한데 낡아서 글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기회는 곧 찬스입니다. 내려오자마자 저희 전용 광고사에 간판 제작을 의뢰하였습니다.

아담한 사이즈로 윗부분은 시쐉반나 최고봉임을 알리는 해발표시와 화주량즈라는 지명을 크게 쓰고 아래에 저희 로고를 약간 작게 넣어서 제작 했습니다. 전에 라오반장 간판처럼 아래의 우리 로고만 때어 버리는 불상사를 예방하기위해 아예 일체형으로 제작했습니다...

 

계약서 작성

 

이젠 시쐉반나 최고봉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른 사람이라면 반드시 저희 간판을 이정표 삼아서 기념 촬영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오운산도 홍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빠멍에 사는 차농 친구들이 간판을 짊어지고 오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짊어진 사진만 몇 장 찍고 빈 몸으로 정상에 올라가서 천지신명께 술한잔 차한잔 부어드리고 간단한 예를 올렸습니다.

 

삼배를 올리는 잠시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멍하이에 오운산을 창업하고 삼배를 올린 곳은 지금까지 딱 두 곳입니다. 전에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과 같이 방문했던 펑징(凤庆) 샹주칭(香竹箐)3200년 세계차왕수 와 이곳 시쐉반나 최고봉 화주량즈입니다.

 

기념사진

 

기념사진 몇 장을 찍어서 마누라한테 보냈더니 그 깊은 산속에 간판 심어서 뭐하냐고 핀잔입니다. 무슨 에베레스트도 아니고 직원들 힘들게 간판까지 세워가며 등반 기념촬영을 하냐고 웃습니다. 아내도 내가 애쓰는 마음 알면서 괜히 그러는 줄 알지만 나도 왕복 네 시간 간판 들고 산행하느라 죽을 뻔 했다고 괜히 엄살을 부려봅니다...

 

옛날에 성철스님에게 어떤 보살님이 기도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으니 이렇게 하라고 했답니다.

일체 대중이 모두 행복하시길 빕니다.”

 

천지신명께 머리를 조아리며 차업을 하는 사람, 차를 마시는 사람,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 멍하이 일기를 읽는 사람 모두 행복하시기를 빌어봅니다. 어저께 빠멍의 노총각에게 오운산 빠멍 기지 관리소장 직책을 주었습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월급도 없는 봉사 직입니다.

 

그러나 월급보다 소중한 믿음이 서로에게 있습니다. 화주량즈의 어께격인 해발 2300m 부근에 야생차가 자라고 있습니다. 대충 짐작으로도 수령 천년은 훌쩍 넘긴 것 같은 야생차 네그루를 2018년부터 22년까지 오년간 임대 계약을 하였습니다. 관리는 차밭 주인이 하고 매년 채엽 시기에 같이 올라가서 채엽은 우리가 직접 하는 조건입니다. 기타 여러 가지 조건을 계약서에 명기 하였습니다만 간단히 말씀 드리면 앞으로 오년간 위의 네그루 야생차의 소유권은 오운산에 있다는 것입니다.

 

야생차가 나오는 지역은 여러 지역이 있습니다. 파샤의 뢰이다산(雷達山), 푸얼의 쩡위엔(鎭沅), 린창의 따쉬에산(大雪山) 등이 있는데 지역마다 독특한 향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오운산이 개발하는 화주량즈 야생차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단맛이 특별히 좋습니다. 대부분의 야생차는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데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찻잎 가장자리에 톱니바퀴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다른데서 야생차를 마실 때 궁금하면 차를 마신 후 엽저를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습니다. 고산의 운치가 특별히 좋은 이지역의 고수차들도 매년 조금씩 생산할 계획이라서 노총각인 빠멍 관리소장 집도 새로 지을 계획이니 장가 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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