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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54. 푸얼에서 멍하이

멍하이일기 2017.08.15 20:17 Posted by 석우(石愚)

 

차 시장

 

또다시 비가 내립니다. 아침 일찍부터 푸얼의 차 시장을 돌아봅니다. 가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보이차, 홍차 등을 팔고 있고 시장 길옆으로 매일 오전에 녹차 시장이 열리는데 양쪽 길옆으로 자루체로 녹차를 전시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바로 보따리를 삽니다. 일부 지붕이 처져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전판매입니다. 가격은 글쎄요! 너무너무 저렴합니다.

 

한국의 차농들 때문에 밝히기조차 미안할 정도입니다. 녹차를 정식으로 통관하면 관세가 580%입니다. 한국의 차농을 보호하기위한 일종의 관세 장막인 셈인데 관세를 전부내고 수입해도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번도 중국 녹차를 한국에 들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지만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입 가능한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의 차농들을 생각하면 다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만 놓고 생각하면 국경이란 무의미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구촌 시대에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결국엔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한국의 차농들도 보호 장벽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노력하여 한국적 특성을 잘 살린 차들을 개발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차의 고향 푸얼에 도착하니 자꾸만 생각이 많아집니다. 2007년 푸얼을 시단위로 격상시킨 후 정부 차원에서 푸얼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위하여 학술회의를 주최하는 등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도시도 꾸미고 각종 보이차 관련 기념 시설들도 정비 혹은 개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보이차의 중심은 시솽반나 멍하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육대차산과 신육대차산으로 일컫는 차산들이 모두 이곳에 있고 일반차 시장의 최대 생산업체, 지금은 대익으로 바뀐 멍하이 차창도 이곳에 있습니다. 라오반장을 개발하면서 일시에 고수차 시장의 영도자(링다오領導)라고 불려 지게 된 진성차창 또한 이곳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이숙차 발효 기지로서의 멍하이의 위상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이숙차의 발효는 물과 공기 해발 등의 환경 요인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데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차들도 멍하이로 가져와서 발효시키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보이숙차로 유명한 추병량대사의 해만차창도 차창은 쿤밍 근처의 안닝(安寧)에 있지만 발효 기지는 멍하이에 있습니다.

 

기타 보이차 생산에 필요한 창고 등 각종 시설들도 멍하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가 보기에는 푸얼이 보이차 중심도시의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멍하이가 보이차 원료기지로서의 위치를 넘어서 햇차 판매시장도 점점 확장되고 있는데 조만간 전 세계 보이차의 수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푸얼을 떠납니다. 멍하이 까지는 징홍을 거처 두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합니다. 이번 여정에서 쿤루산을 새롭게 발견한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내년에는 형편이 되는데 로 조금이라도 생산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차위엔시장에서 올해 푸얼차구에서 생산된 여러 산의 햇차들을 시음했는데 라우샨(老烏山)의 차가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제 여정의 목적은 아직은 덜 알려졌지만 차품이 괜찮은 지역을 찾는 것입니다.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유명 차산은 방문하는데 의의가 있고 좋은 차를 선택하는 표본을 수집하는 정도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우연찮게 발견한 징구(景谷)현의 라우샨차가 또 하나의 수확이랄 수 있겠습니다.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은 차였는데 푸얼에서 가는 데만 일곱 시간 걸리고 우기인지라 가을로 탐방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임시로 선택된 차산들은 기회가 닫는 데로 반드시 방문하여 차산의 환경과 차농의 인품 등을 재차 확인합니다. 문제가 없을 경우 오운산의 제조방식을 설명하고 일정한 양식의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봄차를 생산할 때 다시 방문하여 차품을 확인하고 만족할 수준의 차품에 다다랐다면 애초에 계약한 금액을 전부 지불하고 모차를 수매합니다. 만약 차품에 문제가 있거나 약속한 것과 다른 부분이 있을 경우는 계약금으로 지불한 금액만큼만 차를 가지고 오고 두말없이 빠이빠이 입니다.

 

제가 평소에는 그냥 성격이 원만한 편이지만? 차를 선택할 때만큼은 날카로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국 실정상 대충대충 하다가는 낭패 보기 쉽습니다. 문제는 역시 사람입니다. 어렵게 좋은 차산을 발견하고도 차농을 잘못만나면 만사가 허사입니다. 몇 번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 제가 사람 보는 눈은 조금 있고? 인복이 있어서인지 아직까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부터는 저희 초제소가 완성되어 멍하이 근처의 차산들은 일부 직접 생잎을 수매하여 가공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심심산골 곳곳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경쟁력 있는 차산을 색출하여 좋은 차를 생산하자면 한두 군데 초제소를 직접 운영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차 철마다 모든 곳을 찾아가서 직접 생잎을 수매하고 가공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꼭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역시 사람입니다. 차농들과의 합리적인 유대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원료는 차산에 있지만 그 원료를 가져오는 것도 사람이며 가공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나아가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도 사람이며 결국 마시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이 연결고리에서 하나라도 삐끗하면 결코 좋은 차는 생산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운산이 멍하이 현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차농들과의 관계 설정입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돈으로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제가 진정으로 좋은 차를 생산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고 인간적으로 그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해해주고 협조를 구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쿤밍 차박람회를 참가하기위해 멍하이 집을 나선지 열흘 만에 돌아갑니다. 멍하이도 이역만리 타향인건 마찬가지지만 직접 집을 짓고 생활한지 삼년이 넘어서인지 이젠 제법 집 맛이 납니다. 요즘은 새벽닭이 아무리 패악을 부려도 니는 울어라 나는 잘 잡니다. 빨래가 한보따리입니다. 사나흘에 한 번씩 옷을 갈아입는데 쓸쓸 현지인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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