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가 그립다고 할 때

1990년대 초에는 녹차(綠茶)를 마시면 모든 병에서 해방되는 것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누군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자연에서 나온 식품이라는 것, 청정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차(茶)는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였다. 적어도 부산이나 하동, 보성에서 만큼은 그랬다.

그 당시 부산지역에서는 차를 아는 어른들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는 말을 하면서 마시는 차가 녹차였다. 12월 연말이거나 다음해 2월이 되면 녹차가 잘 보관된 집의 차가 여유가 있을 때는 선심을 쓰면서 마시든 때가 있었다.

지난해 차를 잘 보관하여 맛있게 차 맛을 내는 집주인이 차인(茶人)같다고 하면서 어울려 마시든 [사진, 지리산제다, 강영숙 선생님의 다관 잡은 모습] 그 시대의 차인들은 요즘 같이 중국차 일색으로 변화된 차생활이 어쩌면 이상하다고 할 것 같다. 그래서 차가 그립다고하면 그 때의 사람과 요즘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의 차이가 크게 보인다.

그 시절 부산 서면에 있는 묘각다회에서 회원들과 차실에서 묵은 녹차를 마실 때, 가끔 먹는 군고구마나 차실에서 삶은 고구마를 다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때는 그날 당번이 가지고 오거나 손님 또는 다른 회원이 들고 온 고구마를 녹차와 같이 먹게 된다. 요즘은 고구마에도 종류가 많지만 그때는 그냥 잘 익은 고구마만 있으면 그것으로 말차나 녹차를 마실 때 훌륭한 다식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특별히 건강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녹차를 즐기는 분들이 대체적으로 건강하게 사시는 것 같았다. 요즘처럼 꼭 송화다식, 깨다식, 인삼정과나 떡이 아니어도 차실에서 고구마나  삶은 감자를 다식겸 간단한 요기로 먹는 음식으로도 훌륭했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늘 수면 부족에 살고 있는 내가 아직도 건강하게 차생활을 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들은 그 당시의 차생활이 뿌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고구마와 감자가 나에게는 차와 함께 먹는 다식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자연스럽게 건강식품을 가까이 두고 살아온 것 같다. 고구마는 의학적으로도 젊어지는 비타민(비타민E, 토코페롤)으로 잘 알려져 있고, 녹차는 차(茶) 중에서도 항암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특히 녹차의 암 억제율은 홍차(43%)보다 두 배나 높은 85%로이다. 그래서 녹차와 고구마를 함께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건강식을 너무 먼 곳에서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올해 부터는 예전과 같이 녹차에 대한 관심을 조금더 가지면서 녹차가 그립다는 말을 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