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이 일기 5. 평화로운 마을에 오두막 짖고

집에서 같이 지내는 거위

 

멍하이 일기 5

오늘은 짐승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산길을 오르다보면 종종 작은 돼지 새끼들을 만납니다. 소수민족 집에서 기르는 것들인데 거의 방목입니다. 멍하이 대로에서도 소나 염소 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우리 생각엔 짐승이나 사람이나 다소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중국 특유의 여유로움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돼지 풀 뜯는 소리하지마라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실제로 멍하이 에서는 돼지가 풀을 뜯어 먹고 삽니다...길가의 잡초나 흙, 뿌리 등을 닥치는 대로 먹고 나대지 등에서 뒹굴고 있는 동과주라고 부르는 체형이 작은 돼지입니다. 육질이 졸깃해서 수육을 하면 좋고, 숯불에 구워 먹어도 아주 맛있습니다.

 

후이꽁신짜이(回貢新寨)”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마을 이름입니다. 차산을 다니다보면 흔히 신짜이(新寨), 라오짜이(老寨) 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말 그대로 이해하면 노채(老寨)가 원래부터 있었던 마을이고 신채(新寨)는 나중에 새로 생긴 마을이란 뜻일 것입니다. 노반장도 마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원래는 반장이라는 마을이었는데 후에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 지역 근처에 새로운 마을이 생기고 이름을 달리할 필요성이 있어서 신반장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원래부터 있었던 반장마을은 노반장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한가롭고도 평화로운 이 마을에 오두막을 짓고 들어온 후에 모든 상황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다만 한가지 이놈의 닭울음소리 때문에 종종 귀한 새벽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지금은 적응이 되어 (니는 울어라 나는 잔다)지만 한 때는 신경이 예민해 져서 이놈의 달구새끼들 새벽 안와도 좋으니 매가지를 팍 비틀어 가지고 패대기를 쳐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예상 못한 복병을 만났던 셈이지요! 거의 매일 아침 일곱 시에 나가서 이산 저산 헤매다가 밤 열두시가 되어서 들어오는 일정이라 새벽잠이 보약인데 촌닭들의 합창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이생각 저생각 하다보면 만사가 괴롭기도 했답니다.

 

어릴 때 외갓집에서 우연히 목격한 돼지 도살하는 장면이 꿈자리를 괴롭힌 적이 있습니다. 일종의 공포가 뇌리에 각인되었던 것이지요. 능숙한 도살 꾼은 숟가락 하나로도 간단히 돼지를 기절시키고 기타 작업을 하는데 그때 그 무식한 도살 꾼은 헴머로 도대체 몇 번이나 돼지 대가리를 후려치는지 나중엔 자기도 지치고 구경꾼도 지칠 때 쯤 더 이상 돼지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더이다.

 

여기서는 아예 기절시키지도 않고 그냥 송곳 같은 걸로 목을 땁니다. 돼지는 당연히 죽는다고 꿱꿱거리고 곁에서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세숫대야 같은 걸로 피를 받아 냅니다. 잔인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여기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렇게 기른 짐승이므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새벽네시 어스름하게 그리운 닭울음소리가 들립니다...더불어 오리, 거위, 돼지들도 함께 꼬끼오~끼오끼오, 꽉꽉, 꿱꿱, 꿀꿀... 이놈들의 합창은 밥 때가되면 더욱 요란합니다. 주인이 먹이를 주고나면 좀 잠잠하다가 다 먹고 나면 또 한바탕 패악을 부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명절이나 큰일이 있고 나면 이놈들이 비교적 조용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인이 제일 시끄러운 놈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