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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85 - 정월대보름 -

멍하이일기 2018.03.03 23:36 Posted by 석우(石愚)

새알 만드는 아이

 

오늘이 정월대보름입니다. 이곳 멍하이에선 위엔샤오지에’(元宵節)라고 부릅니다. 집집마다 한국의 동지처럼 탕위엔(汤圆)이라는 찹쌀로 빗은 새알을 끓여 먹습니다. 그런데 팥이 들어가지 않아서 멀건 맹물에 새알만 둥둥 뜨는데 여기에 벌꿀 등을 첨가해서 먹습니다. 맛은 그냥 그저 그렇습니다. 한국 풍습처럼 나이 수대로 먹으라면 괜히 나이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맛이랄까요...

 

다른 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저희는 정상적으로 출근했다가 조금 빨리 퇴근하여 집안에서 직원 아이들이랑 새알도 빗고 모처럼 한가한 오후를 누렸습니다. 이곳 멍하이는 태족자치주인지라 원래는 다른 소수민족들처럼 정월대보름은 따로 쇠지를 않습니다.

 

대보름 불꽃놀이

 

대보름이 한족의 명절이지만 한화라고 부르는 전 중국인민의 한족 화 정책에 따라 신정과 구정 그리고 추석 등을 공휴일로 정하여 같이 쉬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수민족 그들의 명절은 또 따로 쇱니다. 또한 각 소수민족들마다 명절이 다르기 때문에 멍하이의 어떤 달은 한 달이 쭉 명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족 명절에 초대받고, 태족 명절에 초대받고, 하니족 명절에 초대받고, 서로가 서로를 초대하여 먹고 마시고 놀다보면 그냥 한 달이 후딱 지나갑니다...

 

그래서 멍하이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행복지수가 높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나 일을 해야 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어떨 땐 참 난감합니다. 다행히 저희 직원들은 각종 명절에 상관없이 출근하고 특히 도부장은 제가 있는 동안에는 쉬는 날도 없이 잠잘 때 빼고는 온종일 함께합니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깐깐한 도덕선생님 스타일이라 조금만 삐뚤어도 가만히 보고 있질 못합니다. 어떨 땐 나도 하루 쉬고 싶은데 아침 일곱 시만 되면 다섯 살배기 아들 녀석이 방문을 활짝 열고 축구하자고 깨우고 아침을 먹고 나면 직원이 먼저 서둘러 차에 시동 걸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꼼짝없이 출근입니다.

 

 여기서 대충 어정어정하다가 직원에게 얕보이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것 같은 강박 관념도 있습니다. 멍하이에서 유일하게 한국인 이름으로 정식 오픈한 가게이고 줄 곳 생활하고 있어서 어딜 가나 눈에 뜨입니다. 자칫하면 가십거리가 될 수도 있어서 늘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반면에 이 모든 상황이 저에겐 오히려 기회이기도 합니다. 저만 매사에 착실히 생활하면 모든 것이 플러스알파가 되어 돌아옵니다.

 

 원래 잡놈인 제가 이곳저곳에서 고수차 시음할 때 운 좋게 산지를 몇 번 맞추었더니 보이차 도사로 알려지고, 아직 중국어가 완전치 않아서 말 수가 적은 것인데 천하에 점잖은 사람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보름달처럼 풍성한 저녁을 먹고 달이 뜨는 시점에 맞추어 직원들이랑 준비한 조그마한 폭죽을 터뜨려 보았습니다. 다른 집에서 워낙 요란하게 터뜨려서 깜짝깜짝 놀라며 불을 붙이고 새까만 하늘에서 빛으로 산화하는 불꽃들을 가만히 응시하였습니다. 그 너머로 멍하이의 달이! 대보름달이 솟아오릅니다.

 

가족들 생각이 우선 날 것 같은데 머릿속엔 온통 오운산 생각뿐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더 미안합니다. 다행히 잘 자라준 딸들, 불편한 몸으로 출근하고 있는 아내, 그리고 엄마! 어머니!...

 

이번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코빼기만 비추고 이역만리 타국에 와서 보름달을 마주하니 갑자기 엄마!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이 나이에 무슨 청승 서럽게 엄마라지만 저는 아직도 구순 어머니를 그냥 엄마라고 부릅니다. 아직도 반말로 말하고 때론 어거지도 부립니다. 그럴 때 마다 어머닌 저 녀석 언제 철 더냐고 나무라시지만 그냥 웃어 주십니다.

 

오늘은 대보름 바이주를 한잔 했더니 이야기가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갑니다. 그야말로 일기가 되어버렸네요. 다음 편엔 좀 더 알찬 내용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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