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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86 - 유러산 -

멍하이일기 2018.03.06 23:30 Posted by 석우(石愚)

 유러산에서

 

유러산((攸乐山)을 다녀왔습니다. 고육대차산 중에 하나인 유러산은 징홍(景洪)에 근접해 있어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습니다. 이우를 비롯한 다른 지역은 모두 멍라현(猛臘縣)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멍하이에서 징홍을 거처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유러산에는 지눠족(基诺族)이라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중국의 56개 민족 중에서 맨 마지막으로 정식 등록된 소수민족으로 크고 굵은 귀걸이를 하기로 유명합니다. 인구는 다 합해서 이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유러산 기슭을 중심으로 48개 마을에 집중되어 있고 징홍 등 다른 지역에도 소수가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지눠족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어서 유러산을 지눠산(基诺山)이라고도 합니다. 가끔 다른 산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가보면 바로 압니다...

 

먼 옛날 제갈량이 남방 하여 윈난 일대를 정벌하고 이곳 일대에 차 씨앗을 심고 병사들을 남겨 살게 했으며 지금의 지눠족은 그때 남겨진 병사들의 후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매년 공밍(孔明)산에서는 차나무를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통차(竹筒茶)와 차 순을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 랑빤차(凉拌茶) 등이 이곳의 특산품이기도 합니다.

 

유러산의 여러 곳에서 고차수가 조금씩 나오는데 가장 크고 유명한 곳이 롱파(龙帕), 롱마, 파라이 등입니다. 많이 알지진 곳은 비교적 길이 잘 닦여진 편이지만 대부분 아이화(矮化)차라고 부르는 주간을 잘라버려서 다시 자란 나무들 위주이고 진정한 고수차를 보려면 이우의 고수차 산지처럼 원시삼림 깊은 곳으로 두 세 시간 산행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찾아간 곳은 시쥬에이산(石嘴山) 자락으로 마침 도부장의 친척이 살고 있어서 환경도 확인 할 겸 방문하였습니다. 도로변엔 대부분 고무나무 숲입니다. 더러 고무나무 숲 아래에 가꾸어진 대지 차밭이 보입니다. 고무나무는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유황 비료를 많이 쓰는데 차나무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가급적 이런 종류의 차들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도 1키로에 삼 사십 위안 정도입니다. 빠야촌(巴亞村)에 도착해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자동차는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험로라서 오토바이를 타고 20분정도 달립니다. 산을 오르는 가장가까이 까지는 최대한 교통편을 활용하는 차원입니다. 울퉁불퉁 산길을 오토바이 뒤에 앉아서 가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협소한 산길에는 나뭇가지나 잡초들이 길가로 처져 있습니다.

 

먼 산 경치만 보고 가다가는 오토바이 기사가 고개를 갑작스레 숙일 때 사정없이 나뭇가지 회초리를 맞을 수 있습니다. 마치 코미디의 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됩니다. 어쩌다 눈이라도 찔리면 종일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데 기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산길은 늘 그렇듯이 호젓합니다. 토양은 전체적으로 황토가 많은 편이지만 한국의 여느 산이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산길 중간 중간에 산죽도 있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의 향기와 지저기는 새들의 정겨운 노래 소리가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두 시간여 그야말로 동에 하나 서에 하나 고차수들이 보입니다. 차나무가 집중된 곳이라 봐야 30여 그루입니다. 밀림 속에서 자란 고차수들은 대부분 굴기는 가는 편이지만 키는 아주 큽니다. 보통 10여 미터 정도인데 사람이 올라가기가 어려워서 차나무 꼭대기를 당겨서 채엽하기 좋게 적당히 구부려 놓은 것들도 보입니다.

 

좀 더 굵은 나무는 구부러지지 않아서 아래 둥치를 반쯤 잘라 놓은 것도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원시삼림 곳곳에 한그루 씩 흩어져 있는 나무도 모두 주인이 있답니다. 이 깊은 산중에 있는 차나무를 어떻게 지키고 관리하느냐니까 맨 처음 차나무를 발견한 사람이 주변에 잡목들을 제거하면 그 나무는 그 사람 소유가 된답니다. 차나무를 숭상하는 민족이라서 그런지 일단 손질한 흔적이 있는 차나무는 절 때 다른 사람이 채엽하지 않는답니다. 생잎 맛이라도 보려고 하는데 고수차는 아직 싹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은 4월말이나 되어야 채엽을 시작한답니다. 가격을 물으니 생잎 1키로에 삼사백 위안 정도라니까 모차로 만들면 1500위안 한국 돈으로 삼십만원 가까이 됩니다. 이우의 다른 지역에 비하면 아직 높은 가격은 아닙니다. 차가 나올 때 쯤 다시 연락하라고 하고 하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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