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차 한잔

'당신을 위한 차 한잔'

 

이력서에서 내가 가장 많이 썼던 문구이다. 오직 당신만을 위해 차 한잔을 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느것도 그 한잔을 대신 할 가치는 없다.

내자리에 놓여진 그 한잔을 위해서 물의 온도를 맞추고 농도를 위해 너무 이르지도 않고 오래 지나지 않기 위해 적당한 담소로 시간을 끈다. 그리하여 다려진 차는 우리 한명 한명을 위해 찻잔에 따르게 된다.

가끔은 궁금하다. 옆에 있는 사람의 차 맛은 나랑 다를까? 어렸을 때 아빠가 직접 내주셨던 차를 마시면서 엄마하고 오빠의 차 맛은 나랑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닐까?

하지만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차 한잔을 낸다는 것은 믿는다. 난  차물을 버리고 처음 우려낸 차가 가장 맛있어 늘 엄마한테 먼저 내어드린다. 그 차는 누구도 마실 수 없다. 내 마음이니까...

마셔본 사람만은 알기바란다. 당신의 찻 잔을 채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려 당신만을 위해 준비해온 시간이라는 것을.

상기의 글은 중국어를 전공한 대학 졸업반인  딸의 글이다. 

오늘 문득 딸(예슬)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눈에 익은 사진이 보여서 자세히 보니 지난 달에 이영자 선생님의 <오룡차 다예>의 책 작업을 위해서 함께 촬영하러 갈 때, 중국어를 전공한 딸에게 통역 도움을 받았다. 그 때 대만 잉커시장에서 모 선생으로부터 대오룡과 고산 금훤 차를 대접을 받을 때의 사진이다.

사진 작업은 내가 한 것이지만 많은 사진 가운데 한 장을 택하여 쓴 글을 보면서 딸이 엄마에게 차를 내는 마음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로서 참 좋은 글이구나 하는 생각에 양해를 구하고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