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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 후기 -

멍하이일기 2018.04.14 21:44 Posted by 석우(石愚)

석가명차(오운사고차 맹해 본점)

 

안녕하세요. 최근 며칠 동안 라오반장조춘특제를 생산하느라 매일같이 바쁘게 살았습니다. 오후에 라오반장에 올라가 생잎을 수매하여 저녁 늦게 저희 초제소로 돌아와 새벽까지 살청을 하고 다음날 다시 올라가는 날들을 반복했습니다.

 

오운산고차 직원

 

올해 모차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인연 맺은 차농들과 소중한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 멍하이 쪽의 생산량을 대충 맞추고 며칠 뒤 린창으로 넘어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댓글로 혹은 문자로 때론 메일로 어쭙잖은 글에 대한 인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427일로 카카오그룹 시스템이 종료된다고 합니다. 언젠가 다시 인연이 되어 만나 뵈올 날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필요한 자료들이 있으면 다운 받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석우연담과 오운산고차 홈페이이에도 멍하이 일기가 올라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바른 차인으로도 유명하신 목사님께서 매번 좋은 글들을 보내주셔서 후기로 대신 올려드립니다.

 

최해철 대표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몇 명 되지 않는 교인들과 부활절 예배를 드린 뒤 정리를 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오후 3시 경이었습니다. 피곤했는지 마룻바닥에 퍼져 잠이 들었다가 저녁을 먹고 밤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아내를 병원에 태워주고 선생님의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글들은 한 편도 빠짐없이 최소 두 번씩은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노고와 열정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차를 만드는 과정을 고스란히 글로 보여주신 이번에 올려 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사실 차를 과학을 동원해 연구하기 시작한 시간은 경험을 통해 만든 시간에 비하면 굉장히 짧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 사람들은 채엽에서 위조, 살청, 유념, 쇄청, 압병의 모든 과정을 경험에 의거해 했습니다. 대가(달인)란 각 과정을 기계 없이 해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내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십 수년 이상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각종 차를 마셔온 저로서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관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잘못 만든 차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만들어진 차는 보관이 크게 맛을 좌우하지 싶습니다. 보관과정이 잘못되면 잘 만들어진 차도 수준 이하가 될 수 있고, 조금 떨어진 차도 보관이 잘되면 기대 이상의 맛을 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홍콩의 전통 있는 차상들이 입창과 퇴창을 통해 차맛을 조절하는 것도 이런 점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관도 중요하지만 차맛은 물을 포함해 차를 우리는 기술이나 차를 마시는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싶습니다. 즉 팽주의 차에 대한 조예나 입담, 참석하는 사람들의 사회적인 수준, 우려내는 차의 종류와 이 차의 가격(비싸면 맛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느낌), 다회에 참석할 당시 본인의 감정 등이 모두 포함될 것입니다.

 

사람의 입맛은 상대적입니다. 내가 맛있다고 하는 차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차일 수도 있고 또 반대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시집이나 책의 서평을 신뢰하지 않고 거의 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글들이야말로 품앗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차 맛에 대한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좁은 차계(茶界)에서 맛 평가를 잘못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거나 원수가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상대적인 차맛과 차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다툼으로 인해 싸우고, 비난하고 원수가 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숨겨왔던 부끄러운 이야기를 선생님께 해야겠습니다. 차를 처음 시작할 때 부산에서 알아주는 고수가 우려 주는 노차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다. 상대는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본인이 스스로 감탄하고는 했지만 수준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저는 맞장구는 쳤지만 별로였습니다. 저는 차맛이란 본인이 차를 대하는 자세나 경험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좁은 소견인지 모르지만 저는 차 맛을 보고 그 맛을 평가할 수 있는 선생님 정도 수준의 차인들이 우리나라에 몇 명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은 높은 수준에 있지만 전혀 전문가 티를 내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어찌 어찌 하다 보니 번데기 앞에서 또 주름을 잡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하시는 일과 마음 씀씀이를 100% 지지합니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선생님의 태도야 말로 구도행각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선생님과 같은 차인이 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차를 대하는 선생님의 생각과 자세가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모든 분들에게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빕니다. 아울러 하시는 일과 가정에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듬뿍 임하기를 바랍니다.

 

201841일 해운대에서 올림

 

힘든 날

 

잘 지내다가도 오늘 같은 날이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고 모든 것들이 하찮게 느껴집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살지 않을 수도 없음이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지요.

이해할 수 없는 삶

어찌할 수도 없는 현실 속에 갇혀 있는 자신을 보노라면

한심하기도하고 처량하기도 합니다.

바보처럼 그냥 앉아서 울어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무겁고

해 저문 골목길을 서성이며

주름진 눈가에 소금가루가 쌓입니다.

 

좋은 날이 있겠지요.

어찌 늘 슬프기만 하겠습니까!

꾹꾹 누른 슬픔이 자꾸만 비집고 올라오지만

좋은 날이 있겠지요. 좋은 날이 있겠지요.

좋은 날 너무너무 좋은 날

마음껏 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웅크려 생각해보니

슬플 때 슬퍼하지 못한 죄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한 죄가 있습니다.

때론 기쁨을 감추고 때론 슬픔을 감춘 체 살아온 세월이

대못처럼 가슴 깊이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뽑을 수가 없습니다.

박은 이유를 알기에

뽑아버리고도 싶지만

출혈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굳어버린 목숨 다시 죽기 싫어서입니다.

 

* 매일같이 제가 좋아하는 차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가끔은 힘든 날도 있습니다.

물설고 낯 설은 머나먼 타국에서 홀로 사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지요. 여러분들도 상황은 다르지만 다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같이 위로하고 더불어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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