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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09 멍하이 일기 17. 윈난 차여행 일곱째날 이무 가는 길 (4)

멍하이 일기 17 - 윈난 차여행 일곱째날 이무 가는 길 -

 

운남에 내리는 비는 맑습니다.

찻잎을 스친 빗방울이 원시림 속에 물길을 만들어

란창강을 돌아 들녘을 적시고

강아지 . 도야지 . 병아리 더불어 사람이 삽니다.

이무고진 소학교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여전하고

주인모를 짐승들이 한가로이

아스팔트를 산책합니다.

때 되면 돌아가 주인이 남긴 음식을 먹고

때 되면 몸을 남겨 주인을 먹입니다.

 

언젠가 이무를 다녀오면서 남긴 글입니다. 빠름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갑자기 느림 속으로 들어가면 잠시 답답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처음 중국을 다닐 때 도대체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이 나라의 정체성에 많이 혼돈스러웠습니다.

 

신용을 담보로 사업을 하는 저로서는 몇 번 손님들과의 약속 때문에 애를 태운 적이 있습니다. 느리지만 결국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그들의 행동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다가도 점점 나도 모르게 느긋해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은 피고지고 또 열매를 맺습니다. 차산을 다니며 자연의 순리에 모든 걸 맡겨버리고 때론 훌훌 날려버리고 싶은 갈망들을 옮겨 보았습니다.

 

징홍은 멍하이보다는 약간 후덥지근합니다. 징홍은 평균해발500m 멍하이는1200m 정도 되는데 고도의 차이로 느껴지는 기온의 차이가 제법 큽니다. 멍하이도 사월이 되면 차산은 그래도 시원한편이지만 시내는 아열대 특유의 다습함이 있습니다. 일정의 편의를 위해 멍하이에서 징홍의 란창강변에 있는 호텔로 숙소를 옮기고 다음날 아침 이무로 출발합니다. 란창강 좌우로 분포해 있는 고육대차산과 신육대차산을 가로지르며 이무까지 약 세 시간 곳곳에 식물왕국이란 팻말이 보입니다. 멍하이에서 이무 가는 길 중간쯤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열대식물원이 있습니다.

 

연 평균기온이 21도 전후이고 강수량이 풍부한 이 지역은 중국에서도 아열대림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900여 핵타르에 달하는 면적에 4000여종의 희귀식물들이 재배 보존되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선 일정이 빠듯하여 간단히 기념 촬영만 하고 지나갔지만 북회귀선상의 푸른 보석지대로 알려진 이곳은 시간을 내어서라도 꼭 한번 들러볼만합니다. 길을 따라 사람의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산비탈엔 주로 바나나와 고무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청나라 때 이무의 차가 황실에 진상품(進上品)으로 지정되었던 시절에 이곳은 아마도 전부 차밭이었을 것입니다. 청일전쟁이후 관리를 하지 않아 황패해졌던 차밭은 문화혁명을 기점으로 경제작물로 전환되었습니다. 비타민 공급원으로서 차가 생명과 직결된 티베트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먹을거리 해결이 최우선 과제였던 시절에 차는 그저 사치품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차밭을 찾아 오지로 들어가면 새까맣게 거스른 주전자를 숯불에서 꺼내어 주변의 빈 그릇에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따라주는 토착민들의 정겨운 눈을 만나곤 합니다.

 

징홍에서 두 시간 정도를 달리면 이무 초입입니다. 여기서부터 꼬불꼬불한 오르막 산길을 삼십분을 올라가면 이무향(易武鄕)이라는 대문을 만납니다. 잠시 내려서 기념 촬영을 합니다. 세월의 격랑속에 이무 길가의 고차수들은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직도 남은 이무지역 고차수를 보려면 몇 시간씩 산을 올라야합니다. 몇십 년전까지만 해도 이 일대에는 전부 고차수 밭이었을 겁니다.

 

보이차의 전성기로 알려진 청나라 시절에 이무 지역 보이차 생산량이 지금의 몇 배나 되었다고 합니다. 인구 비례로 따져보면 가히 엄청난 량이 생산 소비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옛날의 차창 흔적이 그대로 보호되고 있는 이무고진으로 이동하여 아직도 남아있는 복원창, 동흥호, 차순호 등의 보이명가를 둘러봅니다. 지금은 유력 차창의 홍보 공간으로 내지는 탐방객들에게 기념품 정도로 몇 편씩 생산 판매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덩그러니 몇 그루 남은 이무의 고차수들과 쓰러져 가는 이무 고택을 바라보며 잠시 세월의 무상함도 함께 느낍니다.

 

저희의 이무기지에 들러서 올해 생산된 이무차들을 몇 가지 시음합니다. 마침 부허당(薄荷塘)에서 가져온 고수차 생잎을 말리고 있습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1kg60만원입니다. 모차로 제작하면 1kg300만원 가까이 되는데 작년보다 50%정도 오른 가격입니다. 올해 이무에서 생산되는 차중에서 만송(曼松)차와 더불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궁금해 해서 맛이나 보려고 해마다 조금씩 구하는데 그것도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올해도 예상과 달리 모차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아직 덜 알려진 지역까지 모차상들이 몰리면서 좋은 원료를 좋은 가격에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습니다. 하필 제가 작년에 남몰래 점찍어 놓은 지역들이 집중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좋은 차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가고 있다는 반증일까요!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도 정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만 출시 가격을 생각하건데 자꾸만 치솟고 있는 가격이 고민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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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심연희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해철사장님(!!?)안녕하신지요. 우연히 석가명차를 인터넷으로 접하고 많이 익숙한 이름에 사진을보니...역시 맞으시네요. 심연희입니다. 시를 읽을때면 가끔씩 안부가 궁금했었는데..보기좋으네요. 열심히 사시는모습..민들레서점도, 가시릿고집도 가끔씩 그리웠었는데..건강하십시요.^^

    2017.04.11 17:41 신고
  2. 아제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ᆢ 심연희씨ᆢ이십년이 훌쩍 넘은 세월속에 반가운 이름을 봅니다 ᆢ잘지내시죠 저는 시는 애시당초 밥말아먹고 장사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ᆢㅎ 멀리 있지만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17.04.12 00:55 신고
  3. 김경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차에대해 많은이해와지식 주셔서감사드림니다

    2017.05.29 21:23 신고
  4. 아제  수정/삭제  댓글쓰기

    격려의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그때그때 올리는 글이라서 때론 오타도 있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같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다른 의견이나 주장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자유롭게 올려주시고 진지한 논의의 장을 열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7.05.31 20: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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