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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향담(9) 진하게 마신 녹차의 향미

다미향담 2010.10.15 04:49 Posted by 석우(石愚)

 

차(茶, tea)를 전문적으로 마시는 사람을 속칭 “차꾼”이라고 한다. 꾼이라는 표현은 무리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어느 분야나 일에 많은 경험을 가진 이들의 수식어로 따라 붙는 것을 보면 차꾼이라는 표현은 전문가라는 딱딱한 대명사보다는 친근한 표현이라 하겠다.

그런 차꾼들이 마시며 평하는 차들은 차 자체를 두고 정석으로 규범에 맞춘 차만을 선호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마치 오랜 경험을 가진 박물학자가 잘 빠진 백자병을 두고서 밋밋하다 하고 유구한 세월 속에 이지러지거나 또는 완성형이 아닌 기물을 두고 명작이라 품평하듯이 그것은 나의 차생활 속에서 주변인들과 함께 스스로 느끼는 문제이다

무이암차를 아주 좋아하는 차꾼들이 모여서 볼 수 있는 경우를 예를 들자면 암차의 경우 혼자 마실 때나 여럿이 모여 마실 때 아주 농도를 진하게 해서 마시는데, 그 방법이 다호에 차를 무조건 가득 넣어 우려마시기 보다는 건강한 찻잎을 차호에 넣기 전에 차통에서 가루같은 부서진 찻잎을 모아 넣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사진, 다진원 제품의 특세작 녹차]                        그것이 없을 때는 일부러 차를 분질러 꺾어서 다호

안쪽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건강한 찻잎을 넣는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차의 가루나 부스러기가 물을 붓게 되면서 위로 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다호 가득 차를 넣고 물을 넣어 우려내면 정말 암운의 향기가 입 안에 가득하다. 아주 진한 차 맛을 즐기는 이들이라 이상스럽게도 생각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마시면 차 맛을 느낄 수 없는 농한 차맛 아닌가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맛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지난 9월 중순, 창원 중앙동에 있는 삼소방(대표 이창희)을 예고없이 방문한 적이 있다. 자리에 앉아서 처음 마신 차는 10년 정도 보관된 목책철관음이었다. 차를 마시고 엽저를 보며 지난 세월의 제조 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우리는 저녁을 먹게 되었다.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먹고 다시 삼소방으로 와서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이 사장은

“우리나라 녹차인데 햇차는 아니지만 진하게 해서 한 번 마셔볼람니까” 하고 필자에게 물었다.

“이맘때는 잘 만든 묵은 녹차 잘 마시는 것도 복인데 녹차를 마시자”고 했다. 그는 백자 다관 뚜껑을 열고나서 친근한 분위기에서 다칙을 사용하지 않고 뜯어져 있는 봉지의 입구를 틀어서 툭툭 눈대중으로 털어넣는다. 좀 많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돼지고기 먹고 녹차 진하게 마시는 것도 괜찮아요” 하며 뜨거운 물을 따른다. 모든게 개량적이지 않지만 오랜 습관으로 차의 양이 많으면 물로 그기에 물의 온도를 차를 따르는 시간을 이것이 종합적으로 팽주의 판단에 의해서 차가 우러나온다.

나는 첫 마디에 “이야! 아주 농하면서 우리의 옛날 녹차 맛이네!” 라고 했다.

우리의 옛날 조선조의 녹차 맛이 어떤 지는 나는 잘 모르지만 내가 말한 옛날 녹차 맛이란 20년전 부산에서는 차(茶, tea)라고 하면 녹차를 말하고 5월이면 당연히 하동 화계차공장을 방문하고 보성 차공장에서 하루 밤을 아이들과 함께 자면서 회원들과 밤새 차마시고 놀면서 마셨던 그 당시의 바로 그 맛이었다.

요즘 같은 과학적인 잣대로 재는 차품평의 맛이 아니라 멍석에서 주름진 손으로 투박하고 거칠게 다루어 나온 녹차. 당시의 향기 짙은 그 맛이다.

우리는 어느 새인가 그런 녹차의 향기가 그리워진다. 아마도 나이가 들었고 또 당시에 처음 접한 우리 차의 흥취를 미각이 붙잡고 놔주질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 날 이창희 사장이 낸 차는 거칠게 만든 것으로특세작이라고 붙어 있는 작설차에서 그 예전의 우리 찻자리가 그렇게도 아련하게 생각나는 것이다.

그 때 마셨던 차 한 통을 가져와 집에서 우려마셨다. 요즘 품평이라는 잣대와 표준이라는 형태, 탕색은 규범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20년 전 화계 녹차를 즐긴 사람들의 손 맛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차의 외형이 고르지 않고 유념이 거친 것을 이사장이 몇 번이고 보완해달라고 했지만 주인 할머니는 자신의 방법으로만 만들고 있다.

세월은 흐르고 세상도 변하고 차도 많은 변화를 강산 두 번 뒤집어 지면서 또 변하고 변했다. 그러나 차맛은 어릴 적의 입맛이라 당시 처음 입에 접한 감동은 평생가는 법. 할머니의 차맛을 다시금 우연히 느끼고 나서는 “아! 이렇게 차들이 변했구나!” 하고 생각도 해보지만 찻잔에 담긴 옛날 우리식 녹차의 모습과 향을 맡으며 또 나는 그 세월을 거슬러 당시의 백열구 아래 앉아 있음을 발견한다.-

PS: 거칠게 찻잎을 다루면서 만든 차의 주인은 김복순 할머니라고 한다. 하동 녹차를 만들어온 효시와 같은 분의 이름과 같다. 과거 김복순(고인) 할머니가 만든 집에서 차 만드는 일을 했고 여러 집에서 찻일을 도와주다가 독립적으로 차를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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