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근 선생의 정신을 울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소리

이강근(중요무형문화재 제86호 궁중가사창) 선생과 한영용 박사

설날 하루 전, 한영용 박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무실 앞으로 갈 테니 만나서 경기도 광주에 아주 좋은 예인의 집에서 하루 쉬고 오자고 하면서 맛있는 차 좀 가져오세요” 했다. 나는 누구와 마시는지 모르지만 결례가 되지 않게 혹시 보이차를 마시지 않는 분을 위해서 금준미와 무이암차 가운데 수선을 준비했다. 보이차는 80년대 전차를 조금 가지고 갔다.

저녁 어두운 시간에 도착을 했는데 그 집 대문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무향선원 현판이 보이고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계단을 오르니 정자가 보였다. 누가 우리 한옥을 지어면서 마당에 정자까지 만들었을까 궁금했다.주인은 이강근(중요무형문화재 제86호 궁중가사창) 선생님이다. 지난 12월에 김복일 선생의 아들 결혼식 다찬회에서 우리음악 연주를 해준 분이다.

이날 한영용 박사는 이강근 선생에게 한복 두루마기를 선물로 준비해 갔다. 입혀보니 아주 붉은 색의 강력한 색감이 무대에서 사람을 돋보이게 해주는 위엄이 보이는 모습으로 변신해 보였다. 한박사는 우리 음식, 특히 발효식품공학 박사1호로서 늘 스스로 한복을 입고 다닌다. 누군가에게 그에게 맞는 한복을 입혀주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훌륭해 보였다.

주인집에서 황산모봉을 마시고 나서 나에게 가져온 차를 내라고 해서 주었다. 한 박사는 아주 숙련된 모습으로 차를 맛있게 내었다. 그날 이강근 선생은 북을 치며 한오백년을 비롯하여 몇가지 노래를 들려주었다.

다음날 아침 어제 선물로 받은 옷을 입고 이강근 선생은 정식으로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나와 동행한 영화 제작자인 김길남 선생에게 나의 모습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바보같이 나를 흉내 내는 연습을 하라고 하시며 각각에게 북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북을 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북을 밀어내는 것처럼 하라며, 흥을 돋구어주시며 음악을 들려주시는데 난생 처음으로 북을 쳐보았다.

한 박사는 선생님 옆에서 장고를 치고 함께 음악을 하는 모습은 천상 꾼이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한영용 박사는 우리나라 전통음식 전문점인 큰기와집 대표로서 우리음식에 보이차를 이용한 간장을 만들어 사용하는 그의 달관된 모습을 설날하루전날 함께 한 시간이 차의 향기 만큼이나 내게 큰 의미를 주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날 앞에서, 쟁쟁하는 소리와 둥둥하는 소리가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새롭게 해 줄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은 진실로 신선했다. 오히려 이렇게 첫날을 맞이해 왔던 우리네 신명이 저절로 몸에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리고 음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정신을 울리고, 향[響]이라는 것이 마음을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팔각창 너머로 정자가 다시 보이고 나오는 길에 무향선원이라는 현판이 다시 눈에 환하게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