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딸과 사위와 함께 필자가 늘 다니는 명가원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

사위에게는 필자가 평소 특별하게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일상 늘 자주 만나고 차를 접하는 곳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자 했고, 딸에게는 오랜 인연으로 만나온 명가원 김경우 대표에게 인사를 하는 기회이기에 겸사 겸사 차를 마시는 곳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잘 익은 차를 마시면서 딸은 이차 맛이 좋은데? 라고 하자 김대표와 나는 동시에 그렇지? 하면서 5잔 정도 더 마시고 김대표는 별도로 80년대 차를 다시 한 번 맛보였다.

딸의 말이 아빠 이 차는 맛이 깊이가 더 있고, 바디감이 좋은데 비싸겠지? 하고 속삭여 말한다. 딸과 같이 차를 마셔 왔던 세월은 길지만 하나 하나 이런 차를 별도로 알려주면서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이 친구는 그 동안의 긴 시간 동안옆에서 마시며 어느 것이 좋은 차인지를 진정으로 알아왔던 것 뿐이리라.

사위와 처음 잡는 점심 약속이라 나가서 기분 좋은 식사를 할 때, 예슬아 오늘 마신 차 처음 차는 20년 된 차인데 어떻드냐, 니 입맛에 괜찮았으면 너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는 건 어떨까 하고 말하자 딸은 찾아 뵙고 그냥 얻어 마신 것에 대해 쓰기보다는 내가 무엇이라도 구입을 해서 마시고 그 차 맛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했다.

딸의 말을 듣고는 순간 놀랬다. 아이라고 늘 어린애 같이 생각했는데 이미 시집을 가서 이제 세상을 향해 똑바로 선 딸의 모습이 보이는 듯해서 가슴한켠 기쁘기도, 또 어딘지 모르게 섭섭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명가원에 가서 오전에 마셨던 람인포장지로 된 철병을 구입하겠다고 했을 때, 차를 건네기 전에 먼저 포장지를 열어 보였다. 이 차에 대한 상태를 알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것을 먼저 말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백상이 낀 것을 미리 보여주는게 좋을 것 같아서 포장을 풀고 병면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 딸의 한마디.

! 이차 맛있겠다!”

이런 말은 아버지 조차도 예상 못한 놀라운 딸의 공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요즘 차를 마신다고 하는 젊은 이들의 알량한 상식과 경험들 덕분에 곱고 귀한, 그리고 저마다의 맛을 가진 차들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마도 그 판매를 하는 이들은 다 알고 있다. 반면 딸의 그 한마디에 나는 속으로 무척 든든한 차꾼하나를 키워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고수차가 유행하는 시점 햇차에 고수차가 아니면 차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시국에 우리 아이는 온갖 생차를 접해 보았으면서도 이날 백상이 보이는 차를 보면서 아! 맛있겠다고 하는 그 말은 이전에 겪어 온 이들과 처음 접하며 정보를 끌어 모으는 이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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