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는 2003년 윈난성 질량기술감독국 명의로 보이차의 규정을 발표합니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의 일정 구역 내에서 자란 대엽종(大葉種) 찻잎(茶葉)으로 만든 쇄청모차(晒靑母茶)를 원료로 하여 후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든 산차(散茶)와 긴압차(緊壓茶)를 말한다.”

 

이후 갓 생산한 보이생차는 보이차가 아니냐는 논쟁이 이어지면서 2006년 보이생차와 보이숙차로 구분하게 되었고, 2008121일 재개정된 <지리표지산품보이차(地理標志産品普洱茶)>라는 국가 표준이 정립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쇄청모차 즉 보이 생 산차는 무엇이냐는 문제에 봉착되어 있습니다. 녹차라는 논쟁과 맞서고 있는데 녹차는 일반적으로 초청(炒靑) 즉 가마솥에 여러번 덖어서 만들어지는 차입니다. 증청(蒸靑) 등 기타 가공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완성 후 찻잎 속의 수분은 4% 전후이며 포장 또한 밀봉 방식으로 산화와 발효를 원천적으로 방지한 것은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와 달리 쇄청(晒靑) 즉 햇볕에 건조하는 것이 우선 다르고 모차의 수분이 10% 전후가 되도록 해서 산화 혹은 상황에 따른 발효의 여지를 남겨둔 차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제가 직접 보이차를 가공 생산하면서 여러번 모차의 수분을 측정해본 결과 6%(제품화 되어 유통되고 있는 보이병차 9%) 전후의 결과 수치를 얻었습니다.

 

모차 상태에서 녹차보다 수분함량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생각만큼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보이차의 정의를 약간 수정 하였습니다. 보이차는 모차 상태에서 수분 함수량 등을 살펴보면 녹차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와 달리 밀봉 포장이 아니라 상온에 노출되기 쉬운 죽통 혹은 종이 포장이라서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기와 열에 노출되어 산화가 촉진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발효의 문제는 미생물이 작용해야 하는데 보이차의 일반적인 보관 환경에서는 미생물의 작용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년내내 습도와 기온이 높은 특정 지역에서는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화와 발효가 촉진될 수 있으며 또한 의도적으로 미생물을 투입하거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여 미생물이 작용 할 수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현재 보이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과학적 지식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제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식품학을 전공하셨거나 해당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정확하고 합리적인 논리는 제가 좋은 보이차를 생산하는데 크다란 밑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야 전문가님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충고를 바랍니다. 그러나 보이차가 가공 후 모차 상태에서 겉모습은 일견 녹차와 비슷해 보이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보이차와 녹차는 다른 차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현재 윈난산, 대엽종, 쇄청모차, 후 발효차라는 보이차 규정은 다분히 지역적 특화를 위한 작위적인 규정이라는 생각입니다. 윈난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나무들이 있습니다.

 

뿌랑산은 대엽종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징마이, 나카 등은 오히려 중.소엽종의 비율이 높습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보이차는 대엽종 만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엽종도 같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보이차는 곧 대엽종이라는 등식은 이미 성립될 수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녹차나 홍차는 세계 어디에서 만들든지 녹차는 녹차이고, 홍차는 홍차라고 부릅니다. 그 차를 만드는 일정한 제조방식으로 가공해서 생산하면 녹차 또는 홍차라고 부릅니다.

다른 지역 다른 종류의 찻잎으로 보이차를 만들었다고 해서 보이차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녹차가 있고, 중국 녹차가 있듯이 중국의 윈난에 보이차가 생산되지만

 

한국의 어떤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보이차를 만들면 당연히 한국산 보이차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맛이나 향이 윈난에서 생산한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에서 생산한 것은 보이차가 아니라는 식의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와 다른 차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지역과 차종이 아니라

보이차만의 가공 방법인 쇄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윈난에서도 녹차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녹차를 쇄청으로 만드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보이차는 유념 후 찻잎 속의 진액이 흘러나온 상태에서 햇볕 속의 각종 광선과 만나면서

 

다른 차와는 다른 독특한 보이차만의 향기와 맛이 형성됩니다. 제가 굳이 현재의 보이차를 구분하자면 중국 윈난에서 생산한 보이차와 기타 지역에서 생산한 보이차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품질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윈난에서 생산된 보이차가 유명해진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 윈난은 그 지역이 가진 특색이 보이차로 가장 잘 표출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서 생산한 인삼이 중국에서 생산한 것보다 품질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듯이,

 

윈난의 보이차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보이차보다 품질이 좋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규정에 의거하여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나 중. 소엽종으로 생산된 보이차를 보이차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생산한 인삼은 인삼이 아니라는 논리와 비슷한 것이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는 조만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제화 시대에 지역적 특화를 위한 다소 억지스러운 규정을 만들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이차를 찻잎을 가공 후 쇄청 건조하여 각종 형태로 만든 차라고 그냥 간단히 정의하고 싶습니다.

 

다소 광범위한 규정이지만 보이차의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을 위해서는 보이차를 단순히 국가적 지역적 이익에 기반한

 

지역과 품종의 틀로 묶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히 오픈해서 윈난의 보이차가 다른 지역의 보이차보다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형태의 보이차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규정에 얽매인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보이차도 와인처럼 세계적인 음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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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이차의 고수차와 소수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차왕수차(茶王樹茶1000), 단주차(單株茶600), 고수차(古樹茶300), 대수차(大樹茶100), 노수차(老樹茶70), 중수차(中樹茶50), 생태차(生態茶50), 소수차(小樹茶30), 대지차(台地茶20), 교목차(喬木茶), 관목차(灌木茶), 밭차, 재배차, 야방차(野放茶), 황지차(荒地茶), 유기농차, 국유림차, 야생차, 고간차(高幹茶), 왜화차(矮化茶) 등 현재 각 지역 차산에서 차나무를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괄호 안에 숫자는 차나무 수령을 표시한 것인데 다만 참고만 하십시오. 지역마다 마을마다 차나무의 수령과 등급을 구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차나무의 수령 또한 공식적으로 측정된 샹주칭(香竹菁)3200년 재배형 세계차왕수. 치엔지아짜이(千家寨)2700년 야생 차왕수, 방웨이(邦威)1700년 과도형 차왕수 이외에는 정확한 기록을 찾기 어렵습니다.

 

돌이켜보면 옛날엔 고수차 소수차의 개념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개량종 차나무도 없었고 비료나 농약은 생각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최근에 유명 차산을 둘러보면 고수차 산지에도 병충해 문제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종이에 끈끈이 액을 발라서 해충을 제거하는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점점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비료 문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생산량을 높이기위해 땅뒤집기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남몰래 나무 아래에 땅을 파고 비료를 심는 곳도 있습니다. 차산을 다니며 차나무의 아래쪽을 유심히 관찰하다보면 여러분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저 봄이 되면 집주변에 조상 대대로 내려온 차나무의 새싹을 따서 대충 비비고 덖어서 무료할 때나 식후에 입가심 삼아 마시고 혹은 몸이 편치 않을 때 약처럼 마시곤 했던 조상님들의 여유가 사라진지는 벌써 오래전 일입니다.

 

멍하이 현지에서 차업을 하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고수차와 소수차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주 어렵습니다. 멍하이에 회사를 차리고 5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수도 없이 시음에 시음을 거듭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예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원료를 구해서 좋은 차를 만들자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음다(飮茶) 지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마치 커다란 비밀처럼 좀처럼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마치 천기를 누설하는 것처럼 여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다만 말로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제가 차업에 전념한지 이십여 년 저절로 알게 된 비밀 아닌 비밀들을 다 같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찻잎의 무게가 다릅니다. 마셔보지 않고 외형으로 차를 구분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대부분의 고수차는 약간 두텁게 느껴지고 탄성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살큼살큼 들어보면 조금 무겁게 느껴집니다. 직접 살청을 하고 유념, 쇄청을 하다 보면 좀더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반드시 생각해보셔야 됩니다.

 

의방(倚邦), 멍송(勐宋), 징마이(景邁) 등에서 볼 수 있는 중.소엽종이거나 마오얼두어(猫耳朵) 처럼 특별한 품종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소수차보다 고수차에 내재된 성분이 풍부해서 그럴까요? 차농들은 평소에 거의 차를 마시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대충 들어보고 고수차를 판가름을 하곤 합니다.

 

맛을 보면 좀 더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고수차는 향기가 풍부하고 진합니다. 차를 우린 첫 번째 숙우에서 가장 농밀한 향기가 올라오는데 숙우를 흔들며 바람을 불어넣으면 더욱 진해집니다.

 

소수차도 유념을 강하게 하면 향기가 조금 진해질 수 있지만 고수차와는 다르게 약간 탁한 향이 돌출합니다.

 

저는 습관처럼 차를 마신 다음 찻잔에 남아 있는 향을 맡아 보는데 좋은 고수차일수록 잔에 남는 향이 진하고 황홀합니다. 맛도 저는 소수차에 비하여 고수차는 무겁다고 표현하겠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소수차는 가벼운 맛이라는 뜻인데 맛을 무게로 표현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지만 자주 마시다 보면 어쩐지 그렇게 느껴집니다.

 

고수차는 입안에 머금는 순간 꽉차는 느낌이 있고 여러 가지 맛이 입안을 기분 좋게 자극하고 어금니 근처에서 침이 샘솟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소수차는 약간 달달하면서 가벼운 맹물 맛이 느껴집니다. 삼키고 난후 고수차는 약간 간질간질한 느낌이 목 안에 남고 소수차는 그냥 훌러덩 넘어갑니다.

 

잠시 후 고수차는 천천히 흔히 회감이라고 부르는 기분 좋은 여향(餘香)이 식도를 통해 솔솔 올라옵니다. 소수차는 그냥 마실 때의 달달 쌉쌀한 맛이 끝입니다. 아무리 마셔도 회감 같은 뒤 소식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고 난 찻잎을 살펴봅니다. 고수차는 대체로 찻잎의 중심선이 뚜렷하고 가로로 펼쳐진 가로선 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소수차도 눈 크게 뜨고 보면 잘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찻잎을 문질러 봅니다. 소수차는 쉽게 뭉개지고 천년 고수차는 섬유질이 많아서 그런지 비벼도 찻잎 형상이 잘 파괴되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제가 알고 있는 고수차 구분의 비밀 아닌 비밀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셔야 됩니다. 품종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과 도출되기도 합니다.

 

고수차를 생산하면서 많이 받는 질문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차나무는 몇 년 정도일 때가 가장 좋은 잎이 생산되느냐는 것입니다. 다른 종류의 차와 달리 보이차는 제품과 더불어 무작정 오래되면 될수록 좋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몇년된 노차가 가장 좋으며 차나무는 어느 시기에 채엽한 잎이 가장 맛있고 향기로운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 자료를 아직까지 본적이 없습니다. 보이차 제품도 그렇지만 차나무도 과연 무조건 오래되면 될수록 좋은 맛을 내는 것일까요?

 

맛을 떠나 지나친 희소성이 무조건적으로 제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삼천년이 넘는 차나무가 현존하는 시대에 과연 오래되었다는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의문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푸얼(普洱)이나 바오산(保山) 지역의 일부 차나무는 수령 천년이 넘었다는 대도 맛이 단조롭고 엷어서 별로 큰 감흥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수령이 오래된 나무일수록 내포성이 있고 잔잔하면서도 깊은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과 품종에 따라서는 50년 전후의 생태차가 더 향기롭고 맛있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끝으로 위에 서술한 내용들은 제가 그동안 차업을 하면서 막연히 알게 된 진실들을 다함께 공유하고 공부하자는 차원에서 밝히는 것입니다. 저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음을 또한 밝힙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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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만들면서 느끼게 된 몇 가지 불편한 진실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먼지 지역에 따른 고수차의 품질과 가격 차이입니다. 올해도 그렇지만 라오반장 빙다오를 비롯한 유명 지역의 고수차 가격은 변함없이 올랐습니다.

 

올해는 중국 경기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고수차 산지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약간 오른 정도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명 지역은 현재도 턱없이 비싼데 해가 갈수록 점점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오른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제품의 가격은 어차피 수요와 공급의 원칙하에서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수요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공급자들의 치열한 경쟁과는 별개로 고수차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맛으로 있습니다.

이십여년 차업을 하고 있지만 보이차에 있어서는 햇차 노차 할 것 없이

 

수요와 공급이 다소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좋은 차는 좋은 차의 특징이 있고 그렇지 못한 차는 또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차가 어떤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라오반장은 주변의 신반장, 반펀, 허카이, 빠카롱, 라오만어 등의 지역과 연이어져 있습니다. 빙다오도 마찬가지지만 하나의 섬처럼 외따로 자리한 지역이 아닙니다. 라오반장 차가 좋다고 하지만 주변의 차산에도 비슷한 품종 비슷한 수령의 고수차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토양과 날씨 기온 등도 기본적으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여러번 블라인드 테스트 등 정밀 시음을 해보았지만 주변 지역과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몇배 심지어 몇십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차들이 라오반장, 빙다오 등의 명산 차로 둔갑하여 판매되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흔히 라오만어, 신반장차는 쓴맛이 강하고, 반펀은 향이 좋고, 허카이, 파샤는 떫은맛이 좋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리고 라오반장은 이 모든 맛을 다 충족한다고 합니다만 확실치 않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솔직히 허카이에도 라오반장 차보다 맛있는 차가 있고 라오반장에 맛없는 차도 많습니다. 이렇게 인정하고 보면 주변의 다른 지역 원료로도 얼마든지 라오반장, 빙다오 못지않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을 누구나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차들로 명산의 이름을 붙여서 수익을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양심의 문제가 있겠지요. 그러나 중국의 일부?에서는 양심의 문제보다는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걸 우선시하고 나아가 미덕으로 생각하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주변의 가게에서 만원짜리를 백만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자랑삼아 떠드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사기꾼 소리를 듣겠지만 이곳에선 오히려 엄지를 치켜들고 대단하다는 말들을 합니다. 그리고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 최근에 고수차 열풍이 불면서 일부 유명지역에 예전에 없던 고수차가 하루아침에 새로 생기는 현상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지역 모차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근처에서 비슷한 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지요.

수백년 된 고수차를 어떻게 옮겨 심느냐고 하지만 윈난은 토양이 비옥하고

차나무를 관리하는 기술도 비교적 발달되어 있어서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과연 제대로 된 라오반장 100% 원료로 라오반장 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설사 라오반장 원료 100%를 사용하더라도 원료들을 일일이 시음하고 잘 선택해야지

적당히 생산해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에 도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몇몇 인연 있는 차농집에서 매년 품평을 하고 조금씩 가져오고 있습니다만

생산량이 많아지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차맛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품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부터 단주차를 생산하면서 더욱 확신하게 된 내용입니다.

 

같은 지역 바로 옆의 차나무도 맛과 향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여러번의 경험으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라오반장은 하니족 마을입니다. 근처의 신반장 그리고 파사, 광비에(廣別) 등도 하니족 마을입니다.

유추하자면 차나무의 전파는 같은 민족들이 근처에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씨앗을 받아서 심거나

어린 묘목을 옮겨 심는 형태로 전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연고로 소수민족들이 씨족 형태로 모여사는 산골의 마을에는 대부분 비슷한 품종이 식재되고 변이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차라고 하면 수령 300년 전후의 차나무를 말합니다.

 

고수차는 윈난성 일대의 여러 지역에 자생하고 있고 지역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어떤 한 지역 특정 마을의 차만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부작용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맛이라는 기준에서 보아도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이름에 현혹되어 무조건 명성만 좇아갈 것이 아니라

 

산지의 이름을 떠나 좋은 고수차를 선별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석가명차 오운산에서는 지역을 떠나 그해에 생산되는 고수차들의 품질을 평가하고

가성비 높은 원료들을 선정하고 병배 하여 매년 진-선-미 시리즈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진과 선은 고수차 원료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그래도 일반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100 그램 소병으로도 출시합니다. 저희처럼 소기업이 거대한 자본으로 움직이는 중국의 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맛을 보아야 품질을 알 수 있고 나아가 빈부를 떠나 진정 차를 좋아하는 차인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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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명차 최해철 대표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연함이 때로는 의문스럽게 느껴질 때 우리는 가끔 그 당연함의 당연함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차는 역시 마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보이차 시장의 중심이랄 수 있는 광조우의 팡춘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매시장에서 횡 횡하고 있는 거래 행태를 보면 차가 차가 아니라 일종의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이상한 주식입니다. 특정 차가 차창에서 출시되기도 전에 일부 세력들이 가격을 잠정적으로 결정하여 선입금을 받습니다.

 

박스 단위로 선입금을 받는데, 가격은 입금 시기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며 출시가 되고 가격이 결정되면 선입금 한 만큼씩 일정량의 차를 나누어 같고 제2, 3의 거래처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세력들이 연합하여 특정 차를 사고 팔고를 되풀이 하며 가격을 조절하는 가운데 죄 업는 차만 폭등 폭락을 거듭합니다. 똑 같은 차가 한달 사이에 수십 수백 만원씩 차이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사람, 깡통을 차는 사람들이 뒤섞여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이 지금의 보이차 도매시장입니다.

 

찻집에서 조용히 차를 음미하고 품질을 평가하기보다는 세력들의 움직임을 하루라도 빨리 간파하는 것이 차업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좋은 차를 생산하기보다는 유명한 차를 만들어야 되고, 포장되어 있는 차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화려한 포장에 찬란한 문장들이 손님을 유혹합니다.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대부분의 소상인들도 치고 빠지는 식의 대열에 편승하고자 혈안이 되어 이리저리 몰려다니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이차 업계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차창에서도 제작 발표회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투기를 조장합니다.

 

5년뒤 10년뒤 자식들 학비를 벌어주는 차, 집도 사고 장가 밑천도 만들어줄 수 있는 차라고 부추기며 마치 지금 사지 않으면 큰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박람회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휘황찬란한 디자인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차 품평대회 시상식의 맨 윗자리는 항상 그들이 차지하곤 합니다.

 

매번 마셔보면 그렇고 그런 차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세상에 좋은 말은 다 풀어놓은 듯한 설명서는 기본입니다. 차창에서 출시된 상태 그대로 박스에 손도 되지 말고 신주단지 모시듯 보관했다가 훗날 되 팔아야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의 품질에 관계없이 거대한 자본으로 홍보하는 유명 브랜드만을 좇아가고 그렇게 구입해서 또 그렇게 보관만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언감생심 맛이라도 보려고 박스를 열거나 개봉한 흔적이 있는 차는 제값을 받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박스에 택배 용지가 붙어 있거나 낙서한 흔적이 있어도 가격이 떨어집니다.

 

도대체 박스에 낙서가 있거나 택배 용지가 붙은 것이 차맛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차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마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조건에 상관없이 맛에만 집중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장가 아니 투기꾼들은 차맛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아예 관심도 없거나 마시지도 않습니다. 아니 마셔도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오로지 출처불명의 자본으로 시장의 주류가 되어 차값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이야기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에 귀속되어 그렇게 흘러가고, 저의 한숨은 그저 흐름을 좇아가지 못한 자의 넋두리 일 뿐이지요

 

작금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는 제가 오운산을 창업하면서부터 시작한 고뇌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미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른 진정한 고수 원료를 사용하여 브랜드 인지도도 미약한 업체에서 출시한 비싼 차가 과연 팔릴 수 있을까요?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저는 오히려 여기에 오운산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꾸준히 노력하여 언젠가 오운산의 정직함이 알려진다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 오운산 브랜드는 세계 속에 영원히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차맛은 어디에도 요행이란 없습니다.

 

맛있는 차는 역시 맛있고 맛없는 차는 맛없습니다.

 

갈릴레이의 한숨처럼 그래도 지구는 돌고 수많은 차산을 돌고 돌면서 그래도 맛은 언제나 정직하다는 믿음이 확신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수많은 박람회에 참가하고 수없이 많은 차인 들을 만났습니다.

 

가격만 물어보고 이상한 눈빛만 주고 가는 사람, 차업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일장 연설을 해주시는 분, 지금까지 생산한 모든 차를 사 줄 테니 자기 브랜드 밑으로 들어 오라는 상인, 차맛도 보기 전에 가격부터 깎아달라는 분 등등 모두들 저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손님이기에 정성껏 차를 우리다 보면 종종 진정으로 오운산이 만든 차를 알아주시는 분들도 만납니다.

 

이번에 잠깐 귀국하여 광주 김대중커벤션센터에서 열렸던 박람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중국과는 달리 한국의 박람회에서는 매번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여러 고객님들의 응원이 있지만 광주는 늘 직원들만 참가하다가 저로서는 처음 방문한 곳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서울과 대전 등에서 오로지 저희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 오신 분, 저희가 만든 차를 맛보기 위해 일년을 기다리다 오셨다는 분, 선뜻 거금을 현금으로 주시고 오운산 차를 구매해주신 분 등등 참으로 고마운 분들 덕분에 오늘도 이상하게 흘러가는 차세상이지만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나 뵌 어느 고객님의 말씀처럼 차는 애초에 투자, 아니 투기의 대상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차 구입해서 마시다가 남아서 자식에게 아름다운 유산으로 물려주면 좋고, 그 차가 가격이 올라서 어려울 때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오운산 차가 아니더라도 자가가 마셔보고 좋은 차를 좀 넉넉히 구입해서 지인에게도 선물하고 진실한 생산자를 키워주는 천사 같은 자본가 에게는 큰 절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차는 마시지도 않으면서 거상 행색 하면서 묻지마 투기씩으로 수십수백 박스씩 쌓아놓고 이차가 지금 얼마나 올랐느니 자랑이나 하고 다니는 투기꾼들의 꼬라지는 저는 정말 보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오운산 차는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투자하지는 마세요. 지금은 그럴 분도 없겠지만 누군가 원한다 해도 저는 그렇게는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오운산 차도 당해 년도 원료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매년 일정부분 인상되고 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폭등하여 부자 되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판매한 원금은 언제든지 보장하고 반품교환 또한 가능하지만 오운산 차에 투자하면 부자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제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입니다. 차업을 하는 입장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의 뜻이 닫지 않으면 결국은 모든 것이 저의 책임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부디 오운산 차는 쌓아두지 마시고 기쁠 때나 슬플 때도 늘 곁에 두고 호흡하듯 물 마시듯 즐기는 차이기를 소망하는 마음입니다.

 

차업도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파생 효과도 적지 않습니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도 사실은 어려운 것이지요. 정당한 투자라면 나쁜 것도 아니고 늘 어렵기만 하다는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차는 이러한 현실과는 멀어지게 하고 싶습니다. 차 한 잔 하는 순간만이라도 물질만능의 세계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게 하고픈 순진한 생각이 빗어낸 망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수백 수천년 동안 녹차처럼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마시던 보이차가 시장에서 이렇게 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경제가 발달하고 홍콩을 비롯한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던 보이차가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하면서 새롭게 독특한 맛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기술로 축적되어 오늘날 노차라는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얼마 남아있지 않은 백년 세월의 호급인급 차들이 맛의 호불호를 떠나 희소성 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다 보니 각종 부작용 또한 발생하고 있습니다. 좋은 원료로 제대로 만들어 당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차를 만들기보다는 대중에 영합하는 적당한 원료를 적당히 섞어서 대량으로 생산하고, 묵힐수록 좋아진다는 이유를 들어 무조건 수장부터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를 오로지 치부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투기꾼들이 시장에 개입하여 순수한 차인 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후 발효차인 보이차의 특성상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분명히 새로운 맛으로 탄생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리나 그해에 마시기 힘든 적당한 원료로 적당히 만든 차는 훗날에도 적당한 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 또한 현재 전 중국인이 몇십년 마셔도 남을 만큼 엄청난 물량이 저장되고 있는데 언젠가는 노차라는 환상이 사라지면서 폭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오운산의 핵심사상으로 當年好茶 經年新茶 (그해에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를 주장하는 원인과 경영이념으로 仁做仁茶 (사람이 만든 차 사람이 마십니다) 라고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꿈으로 시작한 오운산이기에 제가 오랫동안 차업을 하면서 경험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진정한 차인들이 일구는 참다운 차문화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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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풍채 마을

 

올해 각 지역 차산별로 생산한 모차를 모두 정리해서 차창에 보내고 병배까지 마쳤습니다. 뜨거운 증기를 쇄고 석모에 눌리어 동그란 모습으로 탄생하고 있는 차들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두세 달 숨 가쁘게 달려온 일정들을 돌이켜보면 때론 눈물겹기도 합니다.

 

차업에 몸을 담은 지 이십여년 오랜 세월 많은 차창들을 방문하며 그들이 생산하는 과정들을 참관하고 함께 한 손님들에게 그들의 차를 설명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직접 수많은 차산을 발로 뛰며 개발하고 시음하며 저의 기준에 맞는 차를 선택하여 이제 상품화하여 포장하고 있노라면 마치 달콤한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여러 고마운 분들의 덕분입니다. 이 세상 누구나 어떤 일에 종사하게 되면 언젠가는 직접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저 꿈만 꿀뿐 현실적으로 실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기회를 만들어 자신의 꿈을 펼치더라도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렵지요. 그래서 대부분은 시도조차도 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일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성공 여부를 떠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보람 있는 일일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시작함에 있어서 절박함과 간절함이 결여되어 있다면 결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도 합니다. 그저 막연히 해보고 싶었던 일을 그냥 해보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저에게 차업은 과연 무엇일까요!

1996년 내 나이 서른세 살에 운명처럼 차업에 몸을 담은 이후로 줄기차게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원래 천하에 천둥벌거숭이였던 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장사밖에 없었습니다. 나이 서른한 살에 어쩌다보니 딸내미가 생기고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기면서 더 이상 내 마음대로 훨훨 떠돌 수는 없는 인생이 되었지요. 그나마 가진 것이라곤 집안에 책밖에 없어서 당시에 유행하던 도서대여점을 통도사 근처에 조그맣게 차렸습니다.

 

이삼년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모아서 96년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찻집 겸 식당을 차렸습니다. 찻집만 했다가는 밥 먹고 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한쪽에 식당을 두었는데 나중엔 식당 손님이 늘어서 찻집을 한쪽에 둔 꼴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밥집이 잘되어서 이삼년 뒤 이젠 평생 차나 마시고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게를 접고 또다시 일이년 지리산 자락을 떠돌았습니다.

 

사는 기 뭐 별건가요! 혼자 있으면 외롭고 여럿 있으면 시끄럽고 그렇지요!

인연이 인연을 낳아 2001년 지금의 자리에 도로공사 후 길가에 버려진 통나무들을 주워서 얼기설기 찻집을 차렸습니다. 어쩌면 이때부터 차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전에 시작한 찻집은 전통찻집 개념으로 그냥 막연히 좋아서 시작한 것이고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차를 판매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원래 돈을 잘 쓸 줄도 모르기에 잘 벌지도 못하는 성격입니다. 어릴 때부터 워낙 가난하게 자라서 좋은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비싸다 싶으면 처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무쏘승합차를 몰고 다니고 내 몸에 걸친 명품이라곤 이십만원짜리 안경이 최고가입니다.

 

시계 반지 등은 아예 착용한 적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차고 입고 있는 명품이라고 부르는 제품은 봐도 모릅니다. 그런 쪽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이런 제가 장사를 하고 명품 차를 만들고자 하고 있으니 제가 생각해도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돈을 잘 벌 자신이 없었기에 돈은 늘 꼭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장사를 하고 있는 지금도 금전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서 때론 욕을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사람들과 이런 저런 차담을 나누다가 이차는 얼마 저차는 얼마라고 소개하기가 처음엔 참 부끄러웠습니다. 저를 믿고 차를 구입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은인 같은 분들이므로 어떤 때는 가격을 묻는 손님도 부끄럽고 대답해야하는 나도 부끄러워서 멈칫거리다가 원가를 알려드리고 마 알아서 주고 가이소 하고 만적도 많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속된말로 세상에 달고 달아서 저도 장사꾼이 다되었습니다...그러나 제 성격상 천성적으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편이라서 아직도 돈에 대한 집착은 없습니다. 다만 사업을 하다 보니 하도 자금 때문에 곤란한 경우를 많이 격어서 지금은 여유 자금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양심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돈도 좀 벌어서 좋은 일에도 쓰고 나중엔 자유롭게 여행도 좀 다니고 싶습니다.

 

철없던 시절엔 부자들이 무작정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내 삶이 대책 없이 가난했으므로 일종의 반항 심리가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장사를 하다 보니 꼭 좋은 손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쁜 손님이 나중에 좋은 손님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이십여년을 한결 같이 저희를 믿어주고 찾아 주시는 분,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저희가 어려울 때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 이제와 생각해보니 고마운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분들 때문에 오운산이 올 봄차도 무난히 생산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미래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큰절 올립니다.

 

520일 경에 귀국할 계획인데 오가시는 길에 방문해 주시면 뜨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오운산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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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명차(오운사고차 맹해 본점)

 

안녕하세요. 최근 며칠 동안 라오반장조춘특제를 생산하느라 매일같이 바쁘게 살았습니다. 오후에 라오반장에 올라가 생잎을 수매하여 저녁 늦게 저희 초제소로 돌아와 새벽까지 살청을 하고 다음날 다시 올라가는 날들을 반복했습니다.

 

오운산고차 직원

 

올해 모차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인연 맺은 차농들과 소중한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 멍하이 쪽의 생산량을 대충 맞추고 며칠 뒤 린창으로 넘어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댓글로 혹은 문자로 때론 메일로 어쭙잖은 글에 대한 인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427일로 카카오그룹 시스템이 종료된다고 합니다. 언젠가 다시 인연이 되어 만나 뵈올 날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필요한 자료들이 있으면 다운 받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석우연담과 오운산고차 홈페이이에도 멍하이 일기가 올라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바른 차인으로도 유명하신 목사님께서 매번 좋은 글들을 보내주셔서 후기로 대신 올려드립니다.

 

최해철 대표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몇 명 되지 않는 교인들과 부활절 예배를 드린 뒤 정리를 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오후 3시 경이었습니다. 피곤했는지 마룻바닥에 퍼져 잠이 들었다가 저녁을 먹고 밤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아내를 병원에 태워주고 선생님의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글들은 한 편도 빠짐없이 최소 두 번씩은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노고와 열정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차를 만드는 과정을 고스란히 글로 보여주신 이번에 올려 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사실 차를 과학을 동원해 연구하기 시작한 시간은 경험을 통해 만든 시간에 비하면 굉장히 짧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 사람들은 채엽에서 위조, 살청, 유념, 쇄청, 압병의 모든 과정을 경험에 의거해 했습니다. 대가(달인)란 각 과정을 기계 없이 해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내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십 수년 이상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각종 차를 마셔온 저로서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관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잘못 만든 차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만들어진 차는 보관이 크게 맛을 좌우하지 싶습니다. 보관과정이 잘못되면 잘 만들어진 차도 수준 이하가 될 수 있고, 조금 떨어진 차도 보관이 잘되면 기대 이상의 맛을 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홍콩의 전통 있는 차상들이 입창과 퇴창을 통해 차맛을 조절하는 것도 이런 점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관도 중요하지만 차맛은 물을 포함해 차를 우리는 기술이나 차를 마시는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싶습니다. 즉 팽주의 차에 대한 조예나 입담, 참석하는 사람들의 사회적인 수준, 우려내는 차의 종류와 이 차의 가격(비싸면 맛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느낌), 다회에 참석할 당시 본인의 감정 등이 모두 포함될 것입니다.

 

사람의 입맛은 상대적입니다. 내가 맛있다고 하는 차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차일 수도 있고 또 반대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시집이나 책의 서평을 신뢰하지 않고 거의 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글들이야말로 품앗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차 맛에 대한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좁은 차계(茶界)에서 맛 평가를 잘못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거나 원수가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상대적인 차맛과 차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다툼으로 인해 싸우고, 비난하고 원수가 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숨겨왔던 부끄러운 이야기를 선생님께 해야겠습니다. 차를 처음 시작할 때 부산에서 알아주는 고수가 우려 주는 노차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다. 상대는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본인이 스스로 감탄하고는 했지만 수준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저는 맞장구는 쳤지만 별로였습니다. 저는 차맛이란 본인이 차를 대하는 자세나 경험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좁은 소견인지 모르지만 저는 차 맛을 보고 그 맛을 평가할 수 있는 선생님 정도 수준의 차인들이 우리나라에 몇 명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은 높은 수준에 있지만 전혀 전문가 티를 내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어찌 어찌 하다 보니 번데기 앞에서 또 주름을 잡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하시는 일과 마음 씀씀이를 100% 지지합니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선생님의 태도야 말로 구도행각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선생님과 같은 차인이 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차를 대하는 선생님의 생각과 자세가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모든 분들에게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빕니다. 아울러 하시는 일과 가정에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듬뿍 임하기를 바랍니다.

 

201841일 해운대에서 올림

 

힘든 날

 

잘 지내다가도 오늘 같은 날이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고 모든 것들이 하찮게 느껴집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살지 않을 수도 없음이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지요.

이해할 수 없는 삶

어찌할 수도 없는 현실 속에 갇혀 있는 자신을 보노라면

한심하기도하고 처량하기도 합니다.

바보처럼 그냥 앉아서 울어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무겁고

해 저문 골목길을 서성이며

주름진 눈가에 소금가루가 쌓입니다.

 

좋은 날이 있겠지요.

어찌 늘 슬프기만 하겠습니까!

꾹꾹 누른 슬픔이 자꾸만 비집고 올라오지만

좋은 날이 있겠지요. 좋은 날이 있겠지요.

좋은 날 너무너무 좋은 날

마음껏 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웅크려 생각해보니

슬플 때 슬퍼하지 못한 죄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한 죄가 있습니다.

때론 기쁨을 감추고 때론 슬픔을 감춘 체 살아온 세월이

대못처럼 가슴 깊이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뽑을 수가 없습니다.

박은 이유를 알기에

뽑아버리고도 싶지만

출혈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굳어버린 목숨 다시 죽기 싫어서입니다.

 

* 매일같이 제가 좋아하는 차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가끔은 힘든 날도 있습니다.

물설고 낯 설은 머나먼 타국에서 홀로 사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지요. 여러분들도 상황은 다르지만 다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같이 위로하고 더불어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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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차농과 계약한 날

 

이번으로 멍하이 일기 마지막 글을 올립니다. 처음에 일기형식으로 막연히 시작한 글이 석우연담 박홍관 선생님의 초청을 받아 여러분들에게 회자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설픈 글을 한국최대의 차 관련 블로그 석우연담에 카테고리까지 만들어 올려주신 박홍관 선생님께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경험도 많고 뛰어난 분들도 계실 텐데 어쩌면 일방적일 수도 있는 저의 생각을 공적인 공간에 일년여동안 연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혹여 그동안 읽으면서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보이차를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저의 소망을 논의의 장에 올리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점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역적 차이입니다. 현재 보이차는 크게 이우, 멍하이, 린창, 푸얼 네게 지역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유명 차산지가 있고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우선 토양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멍하이 지역은 대부분 홍토이고 땅 심이 깊습니다.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곳을 지나다보면 지표면의 수십미터 아래에도 돌멩이 하나 없는 홍토 천지입니다 토양의 진화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직감적으로 홍토는 아직은 젊은 정열적인 그 무엇인가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멍하이 지역의 차맛은 대체로 강열하고 풍부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쓴맛이 약간 강합니다.

 

그리고 푸얼과 린창 지역은 대체로 돌멩이와 바위가 많습니다. 홍토가 세월이 흘러 돌로 바위로 굳은 느낌입니다. 맛은 평균적으로 멍하이 지역에 비하여 안정적이고 정제된 느낌이라서 인생 중년의 중후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떫은맛이 약간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우 지역의 토양은 홍토가 굳어 바위가 되고 다시 풍화되어 흙이 되어 쌓인 느낌입니다. 맛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매끈합니다. 흡사 산전수전 다 격은 노년의 여유로운 풍미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단맛이 비교적 좋습니다.

 

그리고 변경지역인 미얀마는 린창에 인접한 곳과 멍하이의 포랑산에 인접한 곳으로 나눌 수 있는데 린창 쪽은 비교적 달지만 맛이 단조롭고, 포랑산 쪽은 쓴맛이 강한 품종이 많습니다. 배트남, 태국 쪽은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맛의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이우 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 차는 잘 선택하면 이우 쪽의 고수차 맛과 흡사한 경우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맛이 엷은 편입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토양 전문가도 아니고 맛 또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 느낄 수 있으므로 저의 느낌이 각 차산의 특징을 확정짓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제가 보이차가 생산되는 이백여 곳의 차산지를 일일이 다니면서 살펴본 환경과 시음해본 평균적인 맛을 정리하자면 대략 이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차맛을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품종입니다. 근년에 심은 소수차밭에는 대부분 같은 품종으로 식재되어 있지만 고수차의 경우 어느 차산을 가 보아도 다양한 품종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차나무의 모양도 다르고 잎의 크기도 다르며 색깔도 다릅니다. 저의 경험으로 등나무처럼 가지가 휘어진 종류는 화향이 좋고, 소엽종은 단맛이 좋으며, 백호가 많고 흰색이 두드러지는 품종은 쓴맛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토양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같은 품종이라도 홍토가 많은 지역과 바위지대에서 자라는 차맛은 다릅니다. 세 번째는 일조량입니다. 차나무가 자리한 위치에 따라 일조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대체로 양달쪽은 단맛이 좋고 응달에는 쓴맛이 강한 편입니다.

 

기타 해발 고도의 차이, 밀식이냐 산식이냐의 차이, 차나무 수령의 차이, 등이 차맛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입니다. 그 외에도 가공방식의 차이, 사용하는 물과 다기의 차이, 보관방식의 차이에서도 차맛은 다릅니다. 심지어 마시는 사람의 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차맛은 수시로 변합니다. 좋은 차맛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차는 결국에는 맛으로 귀결됩니다.

 

차업을 시작한지 이십년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차를 생산한지 올해로 사년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여전히 묻고 또 묻는 것이 이 맛의 화두입니다. 차가 생산되는 모든 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맛이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차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원료를 선택하여 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어떤 종류의 맛을 선택하여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오운산의 차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냐가 여전히 저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올해도 이산저산 부지런히 다니며 저의 기준에 맞는 원료들을 선택하고 있습니다만 수없이 많은 제품들 중에서 오운산이 선택되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시장의 몫입니다. 인연따라 차업에 몸을 담았고 제 인생의 마지막 꿈을 담은 오운산이지만 언제까지 저희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부족한 저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이기에 최선을 다해 살려 보고픈 마음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큰절 올립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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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리기 과정

 

멍하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생각한데로 100편까지만 쓰고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그동안 막연히 차를 만드는 것에만 열중하다가 여러분과 호흡하며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쓰다 보니 저에게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알게 되었던 것들을 정리하고 과학적 시각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가 말씀드리는 과학적 시각은 이 분야의 전문가 분들이 보기엔 걸음마 수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보고 느끼게 된 사실을 바탕에 두고 과학적 데이터를 수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잎 수매

 

채엽

차나무에 달린 차잎을 따는 과정이지요, 생산하는 차의 종류마다 방법이나 시기가 다르고 또한 지역에 따라 차나무의 수령과 품종에 따라서도 채엽 방법은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찻잎은 흔히 일창일기(一槍一旗), 이기, 삼기 등으로 채엽한 찻잎의 모양을 보고 구분합니다.

 

찻잎의 끄트머리에 있는 뾰족한 싹을 창이라고 부르고 그 아래의 잎을 기라고 하는데 잎이 하나 붙어 있으면 일창일기, 세게 붙어 있으면 일창삼기라고 합니다. 소수차는 보통 일창이기가 많고 고수차는 귀하기 때문에 삼기가 많습니다. 차왕수 등의 딴주차(單株)는 사기 심지어 오기로 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차산을 다니다보면 딴주차 등의 수령이 특별이 높은 차는 과채엽 문제로 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채엽 받침대로 설치해놓은 구조물 속에 갇히어 마치 수감된 인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나무일수록 특별히 보호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착취당하고 있는 듯한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위조

차산에서 따온 찻잎을 그늘에 넓게 펼쳐서 산화를 늦추고 시들리기를 통해 살청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운산의 경우 보통 네 시간 정도의 위조 시간을 준수합니다. 생잎 10kg을 네 시간 위조하면 수분이 증발함에 따라 8kg 정도가 됩니다.

 

소수차보다 고수차, 봄차보다는 가을차의 수분 손실률이 높습니다. 경험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여름차, 가을차가 봄차보다 수분함량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조 시간이 길면 단맛이 증가하지만 너무 길면 산화가 진행되어 찻잎 색깔이 갈색으로 변합니다. 짧으면 떫은맛이 많아지고 살청시 수분이 과다 노출됩니다.

 

온도측정기

 

살청

차의 제조공정 중에서 설렁설렁 하는 것 같지만 가장어려우면서도 복잡한 것이 살청입니다. 넓게 펼쳐진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중심온도가 200, 주변온도 100도 평균 150도 정도로 맞추고 위조가 끝난 찻잎을 투입합니다.

 

처음 풋내가 강하게 올라오면서 약하게 따닥따닥 찻잎이 솥의 뜨거운 열기에 반응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10분쯤 지나면 찻잎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수분이 빠져나와 눅진눅진합니다. 20. 달콤한 향기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30.

 

온도측정기의 찻잎 온도가 70도 전후가 되고 달콤하면서 고소한 향기가 올라오고 수분이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솥에 닿는 찻잎의 실제 온도는 효소의 실활 기준인 80도 이상입니다.) 줄기를 구부려보면 부러지지 않고 완전히 접혀집니다.

 

찻잎을 한두번 높게 올리면서 엉긴 부분을 털어주고 마무리합니다. 살청기계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옛날엔 긴 원통형으로 온도를 삼백도 이상 올리고 차를 입구로 투입하면 잠시 후(1분정도)출구로 곧바로 솟아져 나오는 형태였습니다.

 

오운산에서 사용하는 살청기계는 최신형으로 온도를 가마솥보다는 약간 높게 설정하고 찻잎을 입구로 투입한 후 정회전으로 16분정도를 운행한 다음 역회전으로 다시 나오게 하는 방식입니다. 기계 살청의 단점인 찻잎의 탄화를 방지하고 가마솥 살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기계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손맛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을 완전히 따라가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살청이 끝나면 위조 후의 무게에서 20% 정도 다시 줄어듭니다.

 

유념

살청이 끝난 찻잎은 잠시(10) 식혔다가 유념기계에 넣어서 비벼줍니다. 일정한 압력으로 기계가 빙빙 돌면서 찻잎을 문질러 줍니다. 유념은 가능하면 기계로 하라고 권합니다. 손으로 한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압력이 강하면 찻잎의 파괴가 심하여 탕색이 혼탁하고 몇 년 지나면 차맛이 뚝 끊어지는 단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약하면 차맛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해서 고수차라도 밍밍한 맛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무게는 약간 줄어들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오운산의 유념 시간은 대략 7분입니다.

 

쇄청

오운산에서 차의 제조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살청과 유념과정에서 찻잎 속의 물질이 흘러나오고 이 물질이 햇볕과 만나면서 보이차 특유의 향미가 형성됩니다. 저는 보이차를 다른 모든 차와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특징이 쇄청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오면 어쩔 수없이 투명 지붕이 있는 곳에서 쇄청해야 하지만 햇볕에 직접 맞닿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6시간이면 완성됩니다. 찻잎이 바짝 말라서 향을 맡으면 여기선 흔히 태양 맛이라고 부르는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올라옵니다. 이로서 보이 모차 제조의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생잎일 때 10키로 이었던 차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모차가 되면 2.3키로 정도 됩니다. 제작과정의 무게 변화를 간단히 정리하면 생잎(10)-위조(8)-살청(6)-유념(5.6)-쇄청(2.3) 정도로 대략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모든 과정은 오운산에서 생산하는 보이차에 대하여 설명 드린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하게 하거나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오운산의 방식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최대한 전통적인 보이차 생산 기법을 따르고자 합니다. 그러나 좀더 좋은 차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기계나 과학적 도구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수분함량측정기

 

제작이 끝난 모차들을 수분함량측정기에 넣어서 검사해보니 기계살청(5~6%) 보다는 수공살청(6~7%)의 수분함량이 높게 나옵니다. 그리고 야생차(7~8%)는 좀더 높게 나옵니다. 기계와 수공의 차이는 살청온도와 관련이 있겠고, 야생차의 수분함량이 일반 고수차보다 높은 것은 차를 만들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차는 4.3키로의 생잎으로 모차 1키로를 만들 수 있지만 야생차는 5키로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생산하면서 경험하게 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수치들은 날씨 등의 다양한 조건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엄밀한 과학적 근거로 정리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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