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는 2003년 윈난성 질량기술감독국 명의로 보이차의 규정을 발표합니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의 일정 구역 내에서 자란 대엽종(大葉種) 찻잎(茶葉)으로 만든 쇄청모차(晒靑母茶)를 원료로 하여 후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든 산차(散茶)와 긴압차(緊壓茶)를 말한다.”

 

이후 갓 생산한 보이생차는 보이차가 아니냐는 논쟁이 이어지면서 2006년 보이생차와 보이숙차로 구분하게 되었고, 2008121일 재개정된 <지리표지산품보이차(地理標志産品普洱茶)>라는 국가 표준이 정립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쇄청모차 즉 보이 생 산차는 무엇이냐는 문제에 봉착되어 있습니다. 녹차라는 논쟁과 맞서고 있는데 녹차는 일반적으로 초청(炒靑) 즉 가마솥에 여러번 덖어서 만들어지는 차입니다. 증청(蒸靑) 등 기타 가공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완성 후 찻잎 속의 수분은 4% 전후이며 포장 또한 밀봉 방식으로 산화와 발효를 원천적으로 방지한 것은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와 달리 쇄청(晒靑) 즉 햇볕에 건조하는 것이 우선 다르고 모차의 수분이 10% 전후가 되도록 해서 산화 혹은 상황에 따른 발효의 여지를 남겨둔 차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제가 직접 보이차를 가공 생산하면서 여러번 모차의 수분을 측정해본 결과 6%(제품화 되어 유통되고 있는 보이병차 9%) 전후의 결과 수치를 얻었습니다.

 

모차 상태에서 녹차보다 수분함량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생각만큼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보이차의 정의를 약간 수정 하였습니다. 보이차는 모차 상태에서 수분 함수량 등을 살펴보면 녹차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와 달리 밀봉 포장이 아니라 상온에 노출되기 쉬운 죽통 혹은 종이 포장이라서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기와 열에 노출되어 산화가 촉진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발효의 문제는 미생물이 작용해야 하는데 보이차의 일반적인 보관 환경에서는 미생물의 작용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년내내 습도와 기온이 높은 특정 지역에서는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화와 발효가 촉진될 수 있으며 또한 의도적으로 미생물을 투입하거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여 미생물이 작용 할 수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현재 보이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과학적 지식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제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식품학을 전공하셨거나 해당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정확하고 합리적인 논리는 제가 좋은 보이차를 생산하는데 크다란 밑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야 전문가님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충고를 바랍니다. 그러나 보이차가 가공 후 모차 상태에서 겉모습은 일견 녹차와 비슷해 보이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보이차와 녹차는 다른 차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현재 윈난산, 대엽종, 쇄청모차, 후 발효차라는 보이차 규정은 다분히 지역적 특화를 위한 작위적인 규정이라는 생각입니다. 윈난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나무들이 있습니다.

 

뿌랑산은 대엽종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징마이, 나카 등은 오히려 중.소엽종의 비율이 높습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보이차는 대엽종 만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엽종도 같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보이차는 곧 대엽종이라는 등식은 이미 성립될 수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녹차나 홍차는 세계 어디에서 만들든지 녹차는 녹차이고, 홍차는 홍차라고 부릅니다. 그 차를 만드는 일정한 제조방식으로 가공해서 생산하면 녹차 또는 홍차라고 부릅니다.

다른 지역 다른 종류의 찻잎으로 보이차를 만들었다고 해서 보이차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녹차가 있고, 중국 녹차가 있듯이 중국의 윈난에 보이차가 생산되지만

 

한국의 어떤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보이차를 만들면 당연히 한국산 보이차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맛이나 향이 윈난에서 생산한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에서 생산한 것은 보이차가 아니라는 식의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와 다른 차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지역과 차종이 아니라

보이차만의 가공 방법인 쇄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윈난에서도 녹차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녹차를 쇄청으로 만드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보이차는 유념 후 찻잎 속의 진액이 흘러나온 상태에서 햇볕 속의 각종 광선과 만나면서

 

다른 차와는 다른 독특한 보이차만의 향기와 맛이 형성됩니다. 제가 굳이 현재의 보이차를 구분하자면 중국 윈난에서 생산한 보이차와 기타 지역에서 생산한 보이차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품질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윈난에서 생산된 보이차가 유명해진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 윈난은 그 지역이 가진 특색이 보이차로 가장 잘 표출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서 생산한 인삼이 중국에서 생산한 것보다 품질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듯이,

 

윈난의 보이차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보이차보다 품질이 좋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규정에 의거하여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나 중. 소엽종으로 생산된 보이차를 보이차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생산한 인삼은 인삼이 아니라는 논리와 비슷한 것이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는 조만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제화 시대에 지역적 특화를 위한 다소 억지스러운 규정을 만들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이차를 찻잎을 가공 후 쇄청 건조하여 각종 형태로 만든 차라고 그냥 간단히 정의하고 싶습니다.

 

다소 광범위한 규정이지만 보이차의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을 위해서는 보이차를 단순히 국가적 지역적 이익에 기반한

 

지역과 품종의 틀로 묶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히 오픈해서 윈난의 보이차가 다른 지역의 보이차보다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형태의 보이차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규정에 얽매인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보이차도 와인처럼 세계적인 음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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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이차의 고수차와 소수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차왕수차(茶王樹茶1000), 단주차(單株茶600), 고수차(古樹茶300), 대수차(大樹茶100), 노수차(老樹茶70), 중수차(中樹茶50), 생태차(生態茶50), 소수차(小樹茶30), 대지차(台地茶20), 교목차(喬木茶), 관목차(灌木茶), 밭차, 재배차, 야방차(野放茶), 황지차(荒地茶), 유기농차, 국유림차, 야생차, 고간차(高幹茶), 왜화차(矮化茶) 등 현재 각 지역 차산에서 차나무를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괄호 안에 숫자는 차나무 수령을 표시한 것인데 다만 참고만 하십시오. 지역마다 마을마다 차나무의 수령과 등급을 구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차나무의 수령 또한 공식적으로 측정된 샹주칭(香竹菁)3200년 재배형 세계차왕수. 치엔지아짜이(千家寨)2700년 야생 차왕수, 방웨이(邦威)1700년 과도형 차왕수 이외에는 정확한 기록을 찾기 어렵습니다.

 

돌이켜보면 옛날엔 고수차 소수차의 개념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개량종 차나무도 없었고 비료나 농약은 생각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최근에 유명 차산을 둘러보면 고수차 산지에도 병충해 문제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종이에 끈끈이 액을 발라서 해충을 제거하는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점점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비료 문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생산량을 높이기위해 땅뒤집기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남몰래 나무 아래에 땅을 파고 비료를 심는 곳도 있습니다. 차산을 다니며 차나무의 아래쪽을 유심히 관찰하다보면 여러분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저 봄이 되면 집주변에 조상 대대로 내려온 차나무의 새싹을 따서 대충 비비고 덖어서 무료할 때나 식후에 입가심 삼아 마시고 혹은 몸이 편치 않을 때 약처럼 마시곤 했던 조상님들의 여유가 사라진지는 벌써 오래전 일입니다.

 

멍하이 현지에서 차업을 하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고수차와 소수차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주 어렵습니다. 멍하이에 회사를 차리고 5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수도 없이 시음에 시음을 거듭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예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원료를 구해서 좋은 차를 만들자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음다(飮茶) 지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마치 커다란 비밀처럼 좀처럼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마치 천기를 누설하는 것처럼 여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다만 말로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제가 차업에 전념한지 이십여 년 저절로 알게 된 비밀 아닌 비밀들을 다 같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찻잎의 무게가 다릅니다. 마셔보지 않고 외형으로 차를 구분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대부분의 고수차는 약간 두텁게 느껴지고 탄성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살큼살큼 들어보면 조금 무겁게 느껴집니다. 직접 살청을 하고 유념, 쇄청을 하다 보면 좀더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반드시 생각해보셔야 됩니다.

 

의방(倚邦), 멍송(勐宋), 징마이(景邁) 등에서 볼 수 있는 중.소엽종이거나 마오얼두어(猫耳朵) 처럼 특별한 품종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소수차보다 고수차에 내재된 성분이 풍부해서 그럴까요? 차농들은 평소에 거의 차를 마시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대충 들어보고 고수차를 판가름을 하곤 합니다.

 

맛을 보면 좀 더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고수차는 향기가 풍부하고 진합니다. 차를 우린 첫 번째 숙우에서 가장 농밀한 향기가 올라오는데 숙우를 흔들며 바람을 불어넣으면 더욱 진해집니다.

 

소수차도 유념을 강하게 하면 향기가 조금 진해질 수 있지만 고수차와는 다르게 약간 탁한 향이 돌출합니다.

 

저는 습관처럼 차를 마신 다음 찻잔에 남아 있는 향을 맡아 보는데 좋은 고수차일수록 잔에 남는 향이 진하고 황홀합니다. 맛도 저는 소수차에 비하여 고수차는 무겁다고 표현하겠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소수차는 가벼운 맛이라는 뜻인데 맛을 무게로 표현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지만 자주 마시다 보면 어쩐지 그렇게 느껴집니다.

 

고수차는 입안에 머금는 순간 꽉차는 느낌이 있고 여러 가지 맛이 입안을 기분 좋게 자극하고 어금니 근처에서 침이 샘솟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소수차는 약간 달달하면서 가벼운 맹물 맛이 느껴집니다. 삼키고 난후 고수차는 약간 간질간질한 느낌이 목 안에 남고 소수차는 그냥 훌러덩 넘어갑니다.

 

잠시 후 고수차는 천천히 흔히 회감이라고 부르는 기분 좋은 여향(餘香)이 식도를 통해 솔솔 올라옵니다. 소수차는 그냥 마실 때의 달달 쌉쌀한 맛이 끝입니다. 아무리 마셔도 회감 같은 뒤 소식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고 난 찻잎을 살펴봅니다. 고수차는 대체로 찻잎의 중심선이 뚜렷하고 가로로 펼쳐진 가로선 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소수차도 눈 크게 뜨고 보면 잘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찻잎을 문질러 봅니다. 소수차는 쉽게 뭉개지고 천년 고수차는 섬유질이 많아서 그런지 비벼도 찻잎 형상이 잘 파괴되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제가 알고 있는 고수차 구분의 비밀 아닌 비밀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셔야 됩니다. 품종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과 도출되기도 합니다.

 

고수차를 생산하면서 많이 받는 질문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차나무는 몇 년 정도일 때가 가장 좋은 잎이 생산되느냐는 것입니다. 다른 종류의 차와 달리 보이차는 제품과 더불어 무작정 오래되면 될수록 좋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몇년된 노차가 가장 좋으며 차나무는 어느 시기에 채엽한 잎이 가장 맛있고 향기로운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 자료를 아직까지 본적이 없습니다. 보이차 제품도 그렇지만 차나무도 과연 무조건 오래되면 될수록 좋은 맛을 내는 것일까요?

 

맛을 떠나 지나친 희소성이 무조건적으로 제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삼천년이 넘는 차나무가 현존하는 시대에 과연 오래되었다는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의문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푸얼(普洱)이나 바오산(保山) 지역의 일부 차나무는 수령 천년이 넘었다는 대도 맛이 단조롭고 엷어서 별로 큰 감흥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수령이 오래된 나무일수록 내포성이 있고 잔잔하면서도 깊은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과 품종에 따라서는 50년 전후의 생태차가 더 향기롭고 맛있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끝으로 위에 서술한 내용들은 제가 그동안 차업을 하면서 막연히 알게 된 진실들을 다함께 공유하고 공부하자는 차원에서 밝히는 것입니다. 저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음을 또한 밝힙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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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풍채 마을

 

올해 각 지역 차산별로 생산한 모차를 모두 정리해서 차창에 보내고 병배까지 마쳤습니다. 뜨거운 증기를 쇄고 석모에 눌리어 동그란 모습으로 탄생하고 있는 차들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두세 달 숨 가쁘게 달려온 일정들을 돌이켜보면 때론 눈물겹기도 합니다.

 

차업에 몸을 담은 지 이십여년 오랜 세월 많은 차창들을 방문하며 그들이 생산하는 과정들을 참관하고 함께 한 손님들에게 그들의 차를 설명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직접 수많은 차산을 발로 뛰며 개발하고 시음하며 저의 기준에 맞는 차를 선택하여 이제 상품화하여 포장하고 있노라면 마치 달콤한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여러 고마운 분들의 덕분입니다. 이 세상 누구나 어떤 일에 종사하게 되면 언젠가는 직접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저 꿈만 꿀뿐 현실적으로 실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기회를 만들어 자신의 꿈을 펼치더라도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렵지요. 그래서 대부분은 시도조차도 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일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성공 여부를 떠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보람 있는 일일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시작함에 있어서 절박함과 간절함이 결여되어 있다면 결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도 합니다. 그저 막연히 해보고 싶었던 일을 그냥 해보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저에게 차업은 과연 무엇일까요!

1996년 내 나이 서른세 살에 운명처럼 차업에 몸을 담은 이후로 줄기차게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원래 천하에 천둥벌거숭이였던 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장사밖에 없었습니다. 나이 서른한 살에 어쩌다보니 딸내미가 생기고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기면서 더 이상 내 마음대로 훨훨 떠돌 수는 없는 인생이 되었지요. 그나마 가진 것이라곤 집안에 책밖에 없어서 당시에 유행하던 도서대여점을 통도사 근처에 조그맣게 차렸습니다.

 

이삼년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모아서 96년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찻집 겸 식당을 차렸습니다. 찻집만 했다가는 밥 먹고 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한쪽에 식당을 두었는데 나중엔 식당 손님이 늘어서 찻집을 한쪽에 둔 꼴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밥집이 잘되어서 이삼년 뒤 이젠 평생 차나 마시고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게를 접고 또다시 일이년 지리산 자락을 떠돌았습니다.

 

사는 기 뭐 별건가요! 혼자 있으면 외롭고 여럿 있으면 시끄럽고 그렇지요!

인연이 인연을 낳아 2001년 지금의 자리에 도로공사 후 길가에 버려진 통나무들을 주워서 얼기설기 찻집을 차렸습니다. 어쩌면 이때부터 차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전에 시작한 찻집은 전통찻집 개념으로 그냥 막연히 좋아서 시작한 것이고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차를 판매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원래 돈을 잘 쓸 줄도 모르기에 잘 벌지도 못하는 성격입니다. 어릴 때부터 워낙 가난하게 자라서 좋은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비싸다 싶으면 처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무쏘승합차를 몰고 다니고 내 몸에 걸친 명품이라곤 이십만원짜리 안경이 최고가입니다.

 

시계 반지 등은 아예 착용한 적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차고 입고 있는 명품이라고 부르는 제품은 봐도 모릅니다. 그런 쪽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이런 제가 장사를 하고 명품 차를 만들고자 하고 있으니 제가 생각해도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돈을 잘 벌 자신이 없었기에 돈은 늘 꼭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장사를 하고 있는 지금도 금전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서 때론 욕을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사람들과 이런 저런 차담을 나누다가 이차는 얼마 저차는 얼마라고 소개하기가 처음엔 참 부끄러웠습니다. 저를 믿고 차를 구입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은인 같은 분들이므로 어떤 때는 가격을 묻는 손님도 부끄럽고 대답해야하는 나도 부끄러워서 멈칫거리다가 원가를 알려드리고 마 알아서 주고 가이소 하고 만적도 많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속된말로 세상에 달고 달아서 저도 장사꾼이 다되었습니다...그러나 제 성격상 천성적으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편이라서 아직도 돈에 대한 집착은 없습니다. 다만 사업을 하다 보니 하도 자금 때문에 곤란한 경우를 많이 격어서 지금은 여유 자금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양심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돈도 좀 벌어서 좋은 일에도 쓰고 나중엔 자유롭게 여행도 좀 다니고 싶습니다.

 

철없던 시절엔 부자들이 무작정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내 삶이 대책 없이 가난했으므로 일종의 반항 심리가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장사를 하다 보니 꼭 좋은 손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쁜 손님이 나중에 좋은 손님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이십여년을 한결 같이 저희를 믿어주고 찾아 주시는 분,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저희가 어려울 때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 이제와 생각해보니 고마운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분들 때문에 오운산이 올 봄차도 무난히 생산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미래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큰절 올립니다.

 

520일 경에 귀국할 계획인데 오가시는 길에 방문해 주시면 뜨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오운산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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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차농과 계약한 날

 

이번으로 멍하이 일기 마지막 글을 올립니다. 처음에 일기형식으로 막연히 시작한 글이 석우연담 박홍관 선생님의 초청을 받아 여러분들에게 회자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설픈 글을 한국최대의 차 관련 블로그 석우연담에 카테고리까지 만들어 올려주신 박홍관 선생님께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경험도 많고 뛰어난 분들도 계실 텐데 어쩌면 일방적일 수도 있는 저의 생각을 공적인 공간에 일년여동안 연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혹여 그동안 읽으면서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보이차를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저의 소망을 논의의 장에 올리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점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역적 차이입니다. 현재 보이차는 크게 이우, 멍하이, 린창, 푸얼 네게 지역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유명 차산지가 있고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우선 토양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멍하이 지역은 대부분 홍토이고 땅 심이 깊습니다.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곳을 지나다보면 지표면의 수십미터 아래에도 돌멩이 하나 없는 홍토 천지입니다 토양의 진화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직감적으로 홍토는 아직은 젊은 정열적인 그 무엇인가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멍하이 지역의 차맛은 대체로 강열하고 풍부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쓴맛이 약간 강합니다.

 

그리고 푸얼과 린창 지역은 대체로 돌멩이와 바위가 많습니다. 홍토가 세월이 흘러 돌로 바위로 굳은 느낌입니다. 맛은 평균적으로 멍하이 지역에 비하여 안정적이고 정제된 느낌이라서 인생 중년의 중후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떫은맛이 약간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우 지역의 토양은 홍토가 굳어 바위가 되고 다시 풍화되어 흙이 되어 쌓인 느낌입니다. 맛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매끈합니다. 흡사 산전수전 다 격은 노년의 여유로운 풍미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단맛이 비교적 좋습니다.

 

그리고 변경지역인 미얀마는 린창에 인접한 곳과 멍하이의 포랑산에 인접한 곳으로 나눌 수 있는데 린창 쪽은 비교적 달지만 맛이 단조롭고, 포랑산 쪽은 쓴맛이 강한 품종이 많습니다. 배트남, 태국 쪽은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맛의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이우 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 차는 잘 선택하면 이우 쪽의 고수차 맛과 흡사한 경우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맛이 엷은 편입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토양 전문가도 아니고 맛 또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 느낄 수 있으므로 저의 느낌이 각 차산의 특징을 확정짓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제가 보이차가 생산되는 이백여 곳의 차산지를 일일이 다니면서 살펴본 환경과 시음해본 평균적인 맛을 정리하자면 대략 이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차맛을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품종입니다. 근년에 심은 소수차밭에는 대부분 같은 품종으로 식재되어 있지만 고수차의 경우 어느 차산을 가 보아도 다양한 품종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차나무의 모양도 다르고 잎의 크기도 다르며 색깔도 다릅니다. 저의 경험으로 등나무처럼 가지가 휘어진 종류는 화향이 좋고, 소엽종은 단맛이 좋으며, 백호가 많고 흰색이 두드러지는 품종은 쓴맛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토양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같은 품종이라도 홍토가 많은 지역과 바위지대에서 자라는 차맛은 다릅니다. 세 번째는 일조량입니다. 차나무가 자리한 위치에 따라 일조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대체로 양달쪽은 단맛이 좋고 응달에는 쓴맛이 강한 편입니다.

 

기타 해발 고도의 차이, 밀식이냐 산식이냐의 차이, 차나무 수령의 차이, 등이 차맛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입니다. 그 외에도 가공방식의 차이, 사용하는 물과 다기의 차이, 보관방식의 차이에서도 차맛은 다릅니다. 심지어 마시는 사람의 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차맛은 수시로 변합니다. 좋은 차맛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차는 결국에는 맛으로 귀결됩니다.

 

차업을 시작한지 이십년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차를 생산한지 올해로 사년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여전히 묻고 또 묻는 것이 이 맛의 화두입니다. 차가 생산되는 모든 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맛이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차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원료를 선택하여 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어떤 종류의 맛을 선택하여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오운산의 차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냐가 여전히 저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올해도 이산저산 부지런히 다니며 저의 기준에 맞는 원료들을 선택하고 있습니다만 수없이 많은 제품들 중에서 오운산이 선택되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시장의 몫입니다. 인연따라 차업에 몸을 담았고 제 인생의 마지막 꿈을 담은 오운산이지만 언제까지 저희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부족한 저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이기에 최선을 다해 살려 보고픈 마음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큰절 올립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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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병배차를 만들어 선물하는 모습

 

언젠가 중학생 딸내미랑 차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빼곡히 실려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돼지를 보고 깔깔거리던 딸내미의 웃음이 생각납니다. 저는 보는 순간 저 녀석들은 어디로 실려 가는 걸까? 다른 데로 팔려가는 건가? 혹시 도살장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상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딸내미는 뭐가 우스운지 계속 깔깔거리기만 합니다.

 

아빠 아빠 봐 봐 뒤뚱거리는 게 우스워 죽겠어! ”

 

순간 정신이 번쩍 듭니다. 나는 왜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생각이 만든 생각에 침윤되어 뒤뚱거리고 있을까! 3의 누군가가 나의 생각을 보고 있노라면 우습지는 않을까?

 

차업을 하면서 늘 부닥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이 생각의 굴레입니다. 가급적이면 보이는 그대로 맛보는 그대로 그 차를 평가하려합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누가 만들었느냐, 누가 판매하는 차인지, 누구랑 마시느냐에 따라 늘 조금씩 변합니다. 이 문제는 사용하는 물, 그리고 도구의 선택에서 오는 차이와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일종의 느낌으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제가 차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저는 구정물을 마시더라도 마주한 사람의 인격이 훌륭하다면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주하는 사람의 그릇이 옹졸하고 사기성이 있는 사람과는 아무리 좋은 차를 마셔도 맨송맨송합니다. 그러나 차를 만들어 여러분에게 제공해야 하는 마음은 다릅니다. 차를 가지고 온 차농의 인격이 아무리 훌륭해도 차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그 차를 취급할 수 없습니다.

 

그 차농과 친구가 될 수는 있지만 차를 같이 만들 수는 없습니다. 차를 가져온 사람은 개차반인데 희한하게 차가 맛있으면 그 차는 구입합니다. 차만 구입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섭니다. 그리고 그 차가 생산된 지역을 탐문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서 오운산의 방식으로 생산하곤 합니다. 다행이 차도 좋고 사람도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오리려 여러 가지로 애매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차를 사업으로 하는 사람은 당연히 모든 면에서 최선에 최선만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저로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제가 가진 최대의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마음에 안 드는 차이지만 그 사람의 사정을 보아서 조금씩 구입할 때도 있고 아무리 좋은 차이지만 내 팽개칠 때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좋은 차 찾아 삼만리! 심심산골을 돌아 나오다가 우연찮게 맞닥뜨린 팔순 할머니가 삶은 옥수수를 건네주시면서 당신이 만든 차를 보여 주면 저는 그냥 맛도 안보고 조금씩 사가지고 옵니다.

 

오운산 차에는 그러한 연고로 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구매한 차들도 일부 들어 있습니다. 주로 이러한 차들은 작년부터 출시하고 있는 당해년도 오운산기념병 원료에 포함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비율은 10% 미만이라고 장담합니다. 어떤 날 오운산 차가 유독 맛없게 느껴지시면 그냥 정서를 마신다? 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차는 입으로 마시고 몸으로 반응하지만 느낌은 다분히 정신적인 것입니다. 몸과 마음의 작용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현실은 늘 이러한 경계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어떤 차를 마시느냐는 여러분의 선택이지만 어떤 차를 만드느냐는 저의 선택입니다. 오운산 차는 저의 일생을 담아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창조물에는 지은 자의 정신이 녹아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오운산 차 한편한편이 모두 자식 같은 마음이지만 제 자식이라고 완벽할 수 없듯이 부족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인연 따라 여러분의 소중한 자리에 놓일 수도 있고 버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적어도 차로서는 솔직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1121일 귀국하여 23일부터 개최되는 부산차박람회에 참가합니다. 123일 대만으로 잠시 출장을 다녀와서 12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심천차박람회에 참가합니다. 박람회를 마치고 광조우 가게에 잠시 들렀다가 12월 말에 다시 멍하이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가게로 오시면 손수 차한잔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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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20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멍하이 일기 주인이 거주하는 곳

 

멍하이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한국 사람이 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가게로도 차철이 되면 종종 한국 분들이 찾아오십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분들 또는 인터넷으로만 아는 분들 그리고 저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조금씩 자기만의 차를 만드시는 분들 다양하십니다.

 

멍하이 시내에 가게를 열고 한국인 이름으로 정식으로 유한공사를 오픈한 것은 제가 처음이지만 징홍이나 쿤밍에서 저 이전에 사업자등록을 하신 분들은 몇 명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 명의로 직접 한 경우도 있겠고 상황에 따라 부인이나 현지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용하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모두들 일찍이 윈난으로 와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보이차 시장을 직접 개척하신 분들입니다. 2014년 저희가 오픈을 준비할 때부터 여러모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손님들 중에 다른 분들이 만든 차에 대하여 물어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멍하이에서나 한국에서도 가끔 다른 분들이 만든 차도 시음하지만 저는 가급적이면 평가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한국 분들이 만든 차는 각자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섣부른 평가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혹여 누가 될 수도 있겠기에 조심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차맛이란 일종의 문화 맛이기도 하기에 그 맛의 가치를 개인의 주관으로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자기가 만든 차는 무조건 최고고 다른 분이 만든 차는 모두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열정의 오류라고 할까요? 자신의 일에 너무 깊이 파묻히다보면 다른 세계가 잘 안보일 때도 있습니다. 저도 늘 경계하고 있지만 가끔 자신도 모르게 경거망동하고 있는 꼬라지를 볼 때도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특히 경쟁 관계일 수도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일 조심해야 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일을 떠나 사람에 대한 예의가 우선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가끔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냥 다녀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언젠가 터놓고 좋은 이야기 나눌 때도 있겠지요. 이역만리 타향에서 한국 분들을 만나서 한국말로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서로 알고 있는 정보들을 나누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운산을 제가 중국 땅에 설립한 목적은 보이차의 본 고장인 멍하이에서 한국인의 시각과 기술 그리고 한국인의 사상으로 보이차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평생 꿈꾸어 오던 차를 직접 만들어 당당히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를 세계인들에게 선보이고 싶어서입니다.

 

한국으로도 물론 오운산 제품이 들어갑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주요한 시장은 우선 중국에 있고 나아가 전 세계에 지점망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꿈으로만 머물러 있는 부분이 많지만 언젠가는 결실을 맺고 싶습니다. 그럼으로 저는 차업을 하던지 안하던 상관없이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멍하이에서 만나면 무조건 반갑습니다. 그분들을 결코 경쟁 관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부터 숨기고 감추고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면 마음 편합니다. 다른 차보다 보이차에 있어서는 아직도 약간의 비밀스러운 경향이 있는데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괜히 감추고 비밀스럽게 하기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사를 하는 입장이니 상대방도 이해할 수 있는 적당한 이윤은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사람들과 교류하고 각자가 필요한 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요.

 

제가 지금 쓰고 있는 멍하이 일기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입니다. 멍하이 가게 입구에 각 지역의 모차 가격을 그때그때 표시하는 LED 전광판을 걸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시는 손님들에게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가게로 들어와서 전시되어 있는 차들을 시음하고 원료를 조금씩 구해달라는 분이 있는데 표시된 가격에서 약간의 이윤을 더하여 구해드리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96년 처음 장사를 시작하고 2001년 본격적으로 차업을 시작하면서 늘 가슴에 새기고 있지만 때론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칠 때도 있습니다.

 

멀리서 기름 달카가메 오신 손님, 와 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물건 값까지 물어주시니 어찌 고맙지 않으리오!” - 울엄마 말씀 -

 

한국 가게 입구에 굵은 매직으로 쓰 놓은 글귀입니다.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언젠가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써놓은 것인데 볼 때마다 부끄럽습니다. 최근엔 한국에 있는 날들도 점점 줄어들어서 가게를 찾아주시는 소중한 분들께 인사도드리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다행히 최실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저의 빈자리를 잘 매워주고 있어서 마음 놓고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사족 -

 

멍하이 일기는 제가 윈난성 멍하이에서 보이차를 직접 생산하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 보이차 관련 지식과 정보 그리고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해 드리고자 개설 되었습니다. 어려운 와중에도 10여년 혼신의 노력으로 한국 최대의 차 관련 불로그로 자리 잡은 석우연담에 멍하이 일기를 초대해주신 박홍관 선생님께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주로 보이차 관련 이야기들을 해 왔습니다만 제가 차업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주로 오운산 관련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차업을 하는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는 블로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늘 한국. 중국을 오가다보니 때로는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멍하이 일기는 애초에 계획한데로 내년 햇차가 출시되기 전까지 100호까지만 연제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이차 업계가 옛날에 비하여 많이 투명해 졌지만 아직도 여전히 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멍하이 일기가 좀 더 밝고 정직한 차의 세계를 열어 가는데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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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던보이 2017.11.14 2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들 하나하나 참 감동입니다. 저는 평범한 초보
    생활다인으로 차에 대한 이야기들이 좋아 이곳에 들리는데 멍하이일기를 이제 거의 다 읽어갑니다. 진솔하고 성실한 현장의 느낌이 글속에 다 뭍어 있어 읽을 때 마다 뭉클한 순간들도 있구요. 100회까지만 연재하신다니 아쉽기도 한데 별도의 기록물로 남겨 놓으셔도 업계 후배들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 아제 2017.11.15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감사합니다. 댓글이 가슴 뭉클합니다...ㅎ 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이지만 언젠가 기회되면 꼭 제가 만든차 한잔 우려드리고 싶습니다.

  2. 모던보이 2017.11.15 1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나머지 연재도 열심히 읽고 차 공부 열심히 해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운남에서 뵐 수 있는 기회가 있길~ 꿈꿔보겠습니다

    • 아제 2017.11.16 14: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제던지 기회가 된다면 운남으로 오세요.. 차산 길에 조금씩 수확해온 심심산골의 과실주들이 저의 조그마한 오두막에서 향기롭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시름 놓고 차잔 술잔 번갈아 가며 때론 취하고 싶습니다...ㅎ

오운산고차 출하 준비

 

이번에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상하이의 오운산 직영점을 방문했습니다. ‘홍치아오’(虹橋) 공항 근처의 구완청’(古玩城)이라고 부르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로 골동품과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주안꾸이(專柜)라고 부르는 전시대 한 공간에 오운산 차를 다른 회사의 제품들과 같이 진열해서 판매하는 가게를 두 군데 개발 했다기에 인사도 드릴 겸 방문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오운산이 한국에서는 여러 고마운 님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2015년에 오운산을 시작하면서 중국20, 한국10, 기타 국가에 20 모두 50곳의 대리상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개발 완료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대부분의 큰 도시마다 박람회를 참가하고 난징을 비롯하여 몇 군데 대리상을 개발하였지만 판매가 부진하였습니다.

 

기타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출범한 신생업체의 압도적 물량 공세와 홍보 전략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본여력도 없고 한국의 조그마한 석가명차에서 설립한 신생 업체를 오로지 차의 품질과 사람만 믿고 대리상을 맡아서 운영해준 분들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판매가 부진하여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모든 차들을 반품 처리하고 올해부터는 운영 방식을 변경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사드문제 등으로 박람회 참가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현재 오운산은 멍하이에 본사가 있고 쿤밍에 차창을 지인의 협조로 운영하고 있으며 광조우, 상하이, 쿤밍에 판스처라고 부르는 직영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로지 제품의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오운산으로서는 차를 마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홍보방법입니다.

 

선 제공 후 결제 방식인데 기존의 보이차 전문점에 저희차를 우선 제공하여 기타 차창들의 제품들과 경쟁하게 하고 판매 후 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전문점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부담 없이 우리차를 접할 수 있고 일 년의 홍보 기간이 완료되면 다시 상담하는 방식입니다. 판매 성과와 반응에 따라 정식으로 대리상을 맡을 수도 있고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는 마셔봐야 알 수 있습니다.

 

차는 문화 상품이고 거대 자본의 홍보가 아무리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결국 차는 마셔본 사람이 다시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생산된 모든 차의 샘플을 제공해야 하므로 다소 손실이 있지만 홍보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날 상하이에서 띠디처(滴滴車)’라고 부르는 일종의 공용 택시를 타고 이싱으로 갔습니다. 상하이에서 이싱까지 자동차로 2시간 30분정도의 거리입니다. ‘가오티에’(高鐵중국의 고속철도)와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 면에서 띠디처를 이용하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현재 내가 있는 곳의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입력하면 차주로부터 연락이 오고 시간에 맞추어 정해진 장소에서 탑승하면 됩니다. 150위안 한국 돈으로 26000원정도인데 버스비용보다 저렴합니다. 그런데 같이 가는 일행 때문에 때론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젊은 친구 한사람,

 

아줌마 한사람이 일행이 되었는데, 웬걸 아줌마가 잠깐만 기다리면 슈퍼에서 물건을 좀 사오겠다며 나가더니 한 시간이 넘도록 오질 않습니다. 기사보고 전화를 해보라고 재촉을 하지만 매번 마상후이라이’(馬上回來) 금방 온다는 답변만 합니다. 이것도 일종의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인지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참 만에 돌아온 아줌마가 미안하다며 길거리 음식을 몇 가지 사들고 와서 먹으라고 줍니다.

 

속으로는 아따 니나 많이 쳐 먹어라...싶지만 한입 먹어봅니다. 기름기가 입술에 줄줄 흐르는 맛입니다. 그때부터 기회는 찬스인지 아따! 덩치가 산만한 이 아줌마가 이싱에 도착할 때까지 온갖 애교를 떨면서 귀가 따갑도록 떠들어 재낍니다. 자기는 한국사람 좋아 한다면서 나보고 한국 TV에 나오는 연예인 같다는 둥 온갖 황당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고속도로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영화 미저리생각이 자꾸만 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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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춘(방촌) 차시장

 

귀국길에 쿤밍 공장에 들러 올해 생산된 차들을 점검하고 숑다(雄達) 차 시장 맞은 편에 있는 저희 가게에서 박람회 참가 후의 재고 상황 등을 확인한 후 어제 광조우 팡춘으로 왔습니다. 우기 인지라 비행기도 심심찮게 결항 또는 연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멍하이에서 쿤밍으로 나올 때도 연착이더니 광조우로 올 때도 두 시간 연착입니다.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다보니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다른 분들은 공항패션이니 쇼핑이니 하면서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공항에서의 시간을 즐기시는 것 같은데 저는 늘 작업복 차림에 배낭하나 걸치고 공항에만 오면 그냥 딱 무료합니다. 출발 두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특히나 연착이라도 하게 되면 하릴없이 몇 시간이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두 번은 의자에서 졸다가 비행기를 놓친 적도 있습니다...

 

9시 광조우 바이윈공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서다가 황급히 다시 공항으로 들어옵니다. 후끈한 열기와 습도에 숨이 막힙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니 휴대폰에 표시된 온도가 39도입니다. 습도까지 높으니 이런데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싶습니다. 이즈음 광조우는 낮에는 보통 40도를 웃도는 날이 많습니다.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가 한국 사람이라니까 130위안이면 가는 거리를 300위안 달라고 합니다.

 

차엽성에 가게가 있고 자주 온다고 하니까 그럼 200위안만 달랍니다. 결국 미터 요금 기를 켜라고 하고 136원에 호텔까지 도착했습니다. 외국 사람이라고 바가지 쉬울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150위안을 주니까 잔돈도 안 내어주고 그냥 갑니다. 모처럼 외국사람 하나 태워서 좀 더 벌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된 기사 마음도 이해해줘야 되겠지요...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랑 근처 매점에서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며 최근의 팡춘시장 동향과 보이차 시세를 확인합니다.

 

아직은 누가 뭐래도 시장을 움직이는 주도 세력인 대익과 하관의 시세부터 살피자면 7542, 7572, 8653, 등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숙차로 유명한 추병량 대사의 해만차창이 숙차 원료를 주로 사용하는 밀감보이차(小靑柑) 시장의 성장으로 약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말부터 기념병으로 출시된 대익의 난운’, ‘산운’, ‘진장공작’ ‘금대익등의 제품들은 출시되기도 전부터 투기성 자본들이 몰리더니 몇 달 만에 서너 배 씩 급등하였다가 최근에 약간의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올해 복금에서 먼저 출시하고 진승에서 곧이어 같은 이름으로 출시한 상근병이라는 차가 있습니다. 야생이라는 말은 중국 정부에서 쓸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내표에 원시삼림의 500년 이상 된 고수찻잎으로 만들엇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상근(橡筋)이란 줄기를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고 탄력성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천여 편 한정판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오운산에서 올해 출시한 샹주칭지역의 차들이 이런 특징들을 보이는데 수령이 오래된 고수차는 섬유질 성분이 많아서 그런지 잎이나 줄기가 비벼도 쉽게 뭉개지지 않습니다. 출시 가격이 3000위안 정도였는데 20000위안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호흡을 고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는 팡춘시장에 와서 보이차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종종 꼭 이상한 나라에 온 느낌입니다. ‘팡춘시장의 중심이랄 수 있는 차엽성에 오운산 가게를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은 제가 생각하는 보이차의 성지가 아닙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차를 오로지 상품으로만 보는 국적불명의 자본이 할 기치는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입니다.

 

일부 공무원들의 세탁용 자금, 부동산 투기자본, 주식 투자자들의 개미 끌기 등의 형태로 자본이 들어오고 여기에 편승한 일부 세력들의 연합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 반대로 깡통 찬 사람들이 모여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입니다. 만여 개로 늘어난 상점들은 평소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누구누구가 무엇을 어떻게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고 있고 발 빠른 사람들은 자신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시장은 원래 그런 것이고 보이차라고 해서 상품이 아닌 것도 아니지요. 시장 경제 체제에서 자본을 축적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회를 만들어 내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 곳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곳에 오면 어쩐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냥 날씨도 더운데 머리만 띵합니다. 저를 도와주는 가게 직원도 저와 성격이 비슷해서 늘 멍 때리고 있습니다...

 

둘이 서로 마주앉아 아무리 고고한? 정신을 추구한다는 오운산차이지만 그래도 사업인데, 니나 내나 자식 공부도 시키고 잘 묵고 잘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쫌 잘해보자고 얘기하면서도 시장 상황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저 고생한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아직은 시장에서 아무도 모르는 차!

듣도 보지도 못했는데 턱도 없이 비싼 차!

정해진 규정 외에 할인도 안 해 주는 차!

보이차의 변방인 한국인이 만든 차!

 

그 외에도 오운산이 가진 약점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팡춘가게에 와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도 대부분 차업을 하는 사람들인데 하나같이 차는 괜찮은데! 하고 맙니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한 편 두 편 신기해서인지! 실험용인지! 사가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사람들이 늘 곁에 두고 마시는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년호차(當年好茶) 즉 그해에 만들어서 그해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를 경영이념으로 세웠고, 보이차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년신차(經年新茶) 즉 먹다가 남으면 매년 새로운 맛으로 변하여 나중에는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경영이념에 새긴 것입니다. 훗날 재산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언하건데 그러려고 차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늘 귀국합니다. 추석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출국할 예정입니다. 멍하이 일기는 시월에 다시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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