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를 만들면서 느끼게 된 몇 가지 불편한 진실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먼지 지역에 따른 고수차의 품질과 가격 차이입니다. 올해도 그렇지만 라오반장 빙다오를 비롯한 유명 지역의 고수차 가격은 변함없이 올랐습니다.

 

올해는 중국 경기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고수차 산지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약간 오른 정도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명 지역은 현재도 턱없이 비싼데 해가 갈수록 점점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오른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제품의 가격은 어차피 수요와 공급의 원칙하에서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수요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공급자들의 치열한 경쟁과는 별개로 고수차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맛으로 있습니다.

이십여년 차업을 하고 있지만 보이차에 있어서는 햇차 노차 할 것 없이

 

수요와 공급이 다소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좋은 차는 좋은 차의 특징이 있고 그렇지 못한 차는 또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차가 어떤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라오반장은 주변의 신반장, 반펀, 허카이, 빠카롱, 라오만어 등의 지역과 연이어져 있습니다. 빙다오도 마찬가지지만 하나의 섬처럼 외따로 자리한 지역이 아닙니다. 라오반장 차가 좋다고 하지만 주변의 차산에도 비슷한 품종 비슷한 수령의 고수차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토양과 날씨 기온 등도 기본적으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여러번 블라인드 테스트 등 정밀 시음을 해보았지만 주변 지역과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몇배 심지어 몇십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차들이 라오반장, 빙다오 등의 명산 차로 둔갑하여 판매되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흔히 라오만어, 신반장차는 쓴맛이 강하고, 반펀은 향이 좋고, 허카이, 파샤는 떫은맛이 좋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리고 라오반장은 이 모든 맛을 다 충족한다고 합니다만 확실치 않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솔직히 허카이에도 라오반장 차보다 맛있는 차가 있고 라오반장에 맛없는 차도 많습니다. 이렇게 인정하고 보면 주변의 다른 지역 원료로도 얼마든지 라오반장, 빙다오 못지않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을 누구나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차들로 명산의 이름을 붙여서 수익을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양심의 문제가 있겠지요. 그러나 중국의 일부?에서는 양심의 문제보다는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걸 우선시하고 나아가 미덕으로 생각하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주변의 가게에서 만원짜리를 백만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자랑삼아 떠드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사기꾼 소리를 듣겠지만 이곳에선 오히려 엄지를 치켜들고 대단하다는 말들을 합니다. 그리고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 최근에 고수차 열풍이 불면서 일부 유명지역에 예전에 없던 고수차가 하루아침에 새로 생기는 현상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지역 모차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근처에서 비슷한 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지요.

수백년 된 고수차를 어떻게 옮겨 심느냐고 하지만 윈난은 토양이 비옥하고

차나무를 관리하는 기술도 비교적 발달되어 있어서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과연 제대로 된 라오반장 100% 원료로 라오반장 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설사 라오반장 원료 100%를 사용하더라도 원료들을 일일이 시음하고 잘 선택해야지

적당히 생산해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에 도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몇몇 인연 있는 차농집에서 매년 품평을 하고 조금씩 가져오고 있습니다만

생산량이 많아지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차맛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품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부터 단주차를 생산하면서 더욱 확신하게 된 내용입니다.

 

같은 지역 바로 옆의 차나무도 맛과 향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여러번의 경험으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라오반장은 하니족 마을입니다. 근처의 신반장 그리고 파사, 광비에(廣別) 등도 하니족 마을입니다.

유추하자면 차나무의 전파는 같은 민족들이 근처에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씨앗을 받아서 심거나

어린 묘목을 옮겨 심는 형태로 전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연고로 소수민족들이 씨족 형태로 모여사는 산골의 마을에는 대부분 비슷한 품종이 식재되고 변이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차라고 하면 수령 300년 전후의 차나무를 말합니다.

 

고수차는 윈난성 일대의 여러 지역에 자생하고 있고 지역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어떤 한 지역 특정 마을의 차만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부작용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맛이라는 기준에서 보아도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이름에 현혹되어 무조건 명성만 좇아갈 것이 아니라

 

산지의 이름을 떠나 좋은 고수차를 선별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석가명차 오운산에서는 지역을 떠나 그해에 생산되는 고수차들의 품질을 평가하고

가성비 높은 원료들을 선정하고 병배 하여 매년 진-선-미 시리즈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진과 선은 고수차 원료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그래도 일반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100 그램 소병으로도 출시합니다. 저희처럼 소기업이 거대한 자본으로 움직이는 중국의 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맛을 보아야 품질을 알 수 있고 나아가 빈부를 떠나 진정 차를 좋아하는 차인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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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의방차

 

맹해 차시장에서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를 만나러 가면 늘 좋은 인연을 만들어 온다. 좋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좋은 사람을 만나고 또 좋은 차를 만난다.

 

2019314, 맹해에 있는 오운산고차본점의 간판 아래 전광판은 오늘의 모차 가격이 맴돌고 있다. 그렇게 오픈하는 모습은 스스로 대단한 자신감이 아니할 수 없다. 그렇게 당당하게 나타내고 있는 현상만 보아도 맹해에서 성공한 사람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좌측에서 첫 번째 최해철, 네 번째 강주일

 

이번 여행에서 혼자 방문하여 만난 사람은 청운 대표 강주일 씨다. 최해철 대표는 오늘 의방에서 한국 사람이 보이차를 잘 만든 사람이 오는데 같이 인사하고 저녁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하여 만나게 되었다.

 

나이는 젊어 보이는데, 5년 전에 차에 빠져 중국에서 관련된 공부를 하고 차 산지에서 숙식을 하며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 자신만의 차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윽고 그 차를 시음하게 되었다.

 

2018, 의방 고차수인데, 첫 번째 잔에서 밀도감 높은 차 맛을 보면서 제대로 만든 차라는 것을 직감하고 이 사람 또한 진실된 생산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마시고 함께 식사를 하고 와서 다시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이번엔 이전에 마신 차와 비교를 하기 위한 2017년에 생산한 의방차였다.

 

이 차까지 시음 한 후에 차에 대한 확신이 들어 이번 보이차도감 개정판에 이 차를 넣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미 편집이 끝났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조절해서라도 이 차를 넣는 것이 바른 일이라 생각하였다.

 

어느 것도 다를 바 없지만 차도 역시 최종으로 평가되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연을 이어주고 좋은 차를 만나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는 자연스럽게 오운산고차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 현재를 일구어 나가는 듯 하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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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31 1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s://seoku.com BlogIcon 석우(石愚) 2019.06.06 02: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이지만
    석가명차 최해철의 대표의 공개적인 답변을 운영자로서 대신 올립니다.

    네ᆢㅎ
    악성댓글이라기 보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글입니다. 경쟁력 있는 원료를 구하려다보니 아직은 덜 알려진 지역의 차밭을 찾게되고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가공 기술이 부족한 차농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희의 가공법을 잘 설명하고 최대한 협조를 부탁하지만 때론 약간씩의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변명의 여지없이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 오운산이 꾸준히 개선해야 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원료를 구하기위한 노력 또한 멈출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보이차는 모차의 제작과정에서 숯덩이,머리카락,볍씨,콩 등의 각종 이물질들이 흔히 발견되곤 합니다

    고수차는 대부분 차밭 근처의 초제소에서 차농이 직접 생산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아직은 선진화된 생산설비를 갖추지 못한 원인이 가장크고 차농들의 위생 의식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운산 고수차는 징디엔 또는 펀사이라고 부르는 기계선별 작업을 하지않습니다.

    숙차나 생태 차는 당연히 기계를 돌려 이물질 들을 제거하는데 고수차는 최대한 원료의 손상을 줄이기위해 직원들이 육안으로 제거만 하고 바로 압병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같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세밀한 검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차는 반자동 석모 긴압이라서 경우에따라 긴압상태가 약간 느슨할 수 있습니다만 이건 저의 보이차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기계로 압력을 조절하면 얼마든지 긴압은 단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만 저희는 전통적 방식인 석모 압병 방식을 선호합니다.
    끝으로 마시던 보이차를 다음날 마셔도 다른 차들은 생생한데 오운산 차는 금새 쉰맛이 난다는 것은 저로서는 좀더 공부를 해봐야 될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능하면 그날 마시던 차를 그대로 두었다가 다음날 다시 마시는 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종 유기화합물이 풍부한 차 일수록 빨리 변질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좋은 의견 오운산이 앞으로 더 좋은 차를 만드는데 귀한 자료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연함이 때로는 의문스럽게 느껴질 때 우리는 가끔 그 당연함의 당연함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차는 역시 마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보이차 시장의 중심이랄 수 있는 광조우의 팡춘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매시장에서 횡 횡하고 있는 거래 행태를 보면 차가 차가 아니라 일종의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이상한 주식입니다. 특정 차가 차창에서 출시되기도 전에 일부 세력들이 가격을 잠정적으로 결정하여 선입금을 받습니다.

 

박스 단위로 선입금을 받는데, 가격은 입금 시기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며 출시가 되고 가격이 결정되면 선입금 한 만큼씩 일정량의 차를 나누어 같고 제2, 3의 거래처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세력들이 연합하여 특정 차를 사고 팔고를 되풀이 하며 가격을 조절하는 가운데 죄 업는 차만 폭등 폭락을 거듭합니다. 똑 같은 차가 한달 사이에 수십 수백 만원씩 차이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사람, 깡통을 차는 사람들이 뒤섞여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이 지금의 보이차 도매시장입니다.

 

찻집에서 조용히 차를 음미하고 품질을 평가하기보다는 세력들의 움직임을 하루라도 빨리 간파하는 것이 차업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좋은 차를 생산하기보다는 유명한 차를 만들어야 되고, 포장되어 있는 차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화려한 포장에 찬란한 문장들이 손님을 유혹합니다.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대부분의 소상인들도 치고 빠지는 식의 대열에 편승하고자 혈안이 되어 이리저리 몰려다니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이차 업계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차창에서도 제작 발표회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투기를 조장합니다.

 

5년뒤 10년뒤 자식들 학비를 벌어주는 차, 집도 사고 장가 밑천도 만들어줄 수 있는 차라고 부추기며 마치 지금 사지 않으면 큰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박람회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휘황찬란한 디자인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차 품평대회 시상식의 맨 윗자리는 항상 그들이 차지하곤 합니다.

 

매번 마셔보면 그렇고 그런 차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세상에 좋은 말은 다 풀어놓은 듯한 설명서는 기본입니다. 차창에서 출시된 상태 그대로 박스에 손도 되지 말고 신주단지 모시듯 보관했다가 훗날 되 팔아야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의 품질에 관계없이 거대한 자본으로 홍보하는 유명 브랜드만을 좇아가고 그렇게 구입해서 또 그렇게 보관만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언감생심 맛이라도 보려고 박스를 열거나 개봉한 흔적이 있는 차는 제값을 받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박스에 택배 용지가 붙어 있거나 낙서한 흔적이 있어도 가격이 떨어집니다.

 

도대체 박스에 낙서가 있거나 택배 용지가 붙은 것이 차맛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차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마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조건에 상관없이 맛에만 집중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장가 아니 투기꾼들은 차맛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아예 관심도 없거나 마시지도 않습니다. 아니 마셔도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오로지 출처불명의 자본으로 시장의 주류가 되어 차값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이야기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에 귀속되어 그렇게 흘러가고, 저의 한숨은 그저 흐름을 좇아가지 못한 자의 넋두리 일 뿐이지요

 

작금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는 제가 오운산을 창업하면서부터 시작한 고뇌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미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른 진정한 고수 원료를 사용하여 브랜드 인지도도 미약한 업체에서 출시한 비싼 차가 과연 팔릴 수 있을까요?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저는 오히려 여기에 오운산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꾸준히 노력하여 언젠가 오운산의 정직함이 알려진다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 오운산 브랜드는 세계 속에 영원히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차맛은 어디에도 요행이란 없습니다.

 

맛있는 차는 역시 맛있고 맛없는 차는 맛없습니다.

 

갈릴레이의 한숨처럼 그래도 지구는 돌고 수많은 차산을 돌고 돌면서 그래도 맛은 언제나 정직하다는 믿음이 확신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수많은 박람회에 참가하고 수없이 많은 차인 들을 만났습니다.

 

가격만 물어보고 이상한 눈빛만 주고 가는 사람, 차업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일장 연설을 해주시는 분, 지금까지 생산한 모든 차를 사 줄 테니 자기 브랜드 밑으로 들어 오라는 상인, 차맛도 보기 전에 가격부터 깎아달라는 분 등등 모두들 저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손님이기에 정성껏 차를 우리다 보면 종종 진정으로 오운산이 만든 차를 알아주시는 분들도 만납니다.

 

이번에 잠깐 귀국하여 광주 김대중커벤션센터에서 열렸던 박람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중국과는 달리 한국의 박람회에서는 매번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여러 고객님들의 응원이 있지만 광주는 늘 직원들만 참가하다가 저로서는 처음 방문한 곳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서울과 대전 등에서 오로지 저희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 오신 분, 저희가 만든 차를 맛보기 위해 일년을 기다리다 오셨다는 분, 선뜻 거금을 현금으로 주시고 오운산 차를 구매해주신 분 등등 참으로 고마운 분들 덕분에 오늘도 이상하게 흘러가는 차세상이지만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나 뵌 어느 고객님의 말씀처럼 차는 애초에 투자, 아니 투기의 대상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차 구입해서 마시다가 남아서 자식에게 아름다운 유산으로 물려주면 좋고, 그 차가 가격이 올라서 어려울 때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오운산 차가 아니더라도 자가가 마셔보고 좋은 차를 좀 넉넉히 구입해서 지인에게도 선물하고 진실한 생산자를 키워주는 천사 같은 자본가 에게는 큰 절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차는 마시지도 않으면서 거상 행색 하면서 묻지마 투기씩으로 수십수백 박스씩 쌓아놓고 이차가 지금 얼마나 올랐느니 자랑이나 하고 다니는 투기꾼들의 꼬라지는 저는 정말 보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오운산 차는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투자하지는 마세요. 지금은 그럴 분도 없겠지만 누군가 원한다 해도 저는 그렇게는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오운산 차도 당해 년도 원료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매년 일정부분 인상되고 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폭등하여 부자 되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판매한 원금은 언제든지 보장하고 반품교환 또한 가능하지만 오운산 차에 투자하면 부자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제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입니다. 차업을 하는 입장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의 뜻이 닫지 않으면 결국은 모든 것이 저의 책임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부디 오운산 차는 쌓아두지 마시고 기쁠 때나 슬플 때도 늘 곁에 두고 호흡하듯 물 마시듯 즐기는 차이기를 소망하는 마음입니다.

 

차업도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파생 효과도 적지 않습니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도 사실은 어려운 것이지요. 정당한 투자라면 나쁜 것도 아니고 늘 어렵기만 하다는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차는 이러한 현실과는 멀어지게 하고 싶습니다. 차 한 잔 하는 순간만이라도 물질만능의 세계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게 하고픈 순진한 생각이 빗어낸 망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수백 수천년 동안 녹차처럼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마시던 보이차가 시장에서 이렇게 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경제가 발달하고 홍콩을 비롯한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던 보이차가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하면서 새롭게 독특한 맛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기술로 축적되어 오늘날 노차라는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얼마 남아있지 않은 백년 세월의 호급인급 차들이 맛의 호불호를 떠나 희소성 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다 보니 각종 부작용 또한 발생하고 있습니다. 좋은 원료로 제대로 만들어 당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차를 만들기보다는 대중에 영합하는 적당한 원료를 적당히 섞어서 대량으로 생산하고, 묵힐수록 좋아진다는 이유를 들어 무조건 수장부터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를 오로지 치부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투기꾼들이 시장에 개입하여 순수한 차인 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후 발효차인 보이차의 특성상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분명히 새로운 맛으로 탄생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리나 그해에 마시기 힘든 적당한 원료로 적당히 만든 차는 훗날에도 적당한 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 또한 현재 전 중국인이 몇십년 마셔도 남을 만큼 엄청난 물량이 저장되고 있는데 언젠가는 노차라는 환상이 사라지면서 폭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오운산의 핵심사상으로 當年好茶 經年新茶 (그해에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를 주장하는 원인과 경영이념으로 仁做仁茶 (사람이 만든 차 사람이 마십니다) 라고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꿈으로 시작한 오운산이기에 제가 오랫동안 차업을 하면서 경험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진정한 차인들이 일구는 참다운 차문화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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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기지

 

어제 라오반장에서 하산하여 바로 제가 살고 있는 곳이자 오운산 멍하이 초제소가 있는 집으로 가서 살청작업을 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반펀 초제소에서도 생잎을 8키로 가져와서 이번에 오신 손님들이랑 다 같이 가마솥 살청 체험을 합니다. 빙 둘러 앉아서 유념도 해보는데 처음엔 그저 설렁설렁 돌리는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작업을 반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적당한 압력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돌려야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팔도 아프고 일의 능률도 현저히 떨어집니다. 혼자 살다보니 가끔 빨래를 하는데 오래된 속옷 빨기보다 어렵습니다...

 

화주량즈로 갑니다. 오운산 화주량즈 관리소장인 빠멍 총각의 집은 기초는 되었는데 아직 완성되려면 멀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두 세 달이면 완성하는 가정집을 중국에서는 육개월 혹은 일년씩 짓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어쩔 수 없이 올해 봄차는 친척집 초제소에서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정성껏 준비해준 점심을 먹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화주량즈 정상까지 오르자면 두시간 이상 가야하는데 오늘은 손님들 상황을 봐서 오운산에서 네그루 야생차를 계약한 곳까지만 가기로 했습니다.

 

연세가 제일 많으신 회장님이 맨 먼저 앞장서서 걸어가십니다. 평소에 매일같이 산행을 하신다더니 헛말이 아님을 증명하십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 남짓 오운산 팻말이 걸린 천년야생차 앞에 도착합니다. 저희와 계약한 차밭 주인이 채엽 준비를 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각자 저마다의 표정으로 야생차 곁에서 사진 촬영에 바쁩니다. 내친김에 2, 3, 4호도 보러 갑니다.

 

여행 내내 고수차의 과채엽 문제를 말씀하신 회장님이 이곳의 환경은 그나마 다른 곳보다 낮다고 하십니다. 사실 유명 차산의 고수차 과채엽 문제는 심각한 편입니다. 옛날엔 봄에만 한번 따고 여름 가을에 자라는 잎은 남겨서 차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하였는데 지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새순만 올라오면 꺾어버리니 다음 해 봄차 수확량은 점점 더 줄어 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느 유명 차산을 가 봐도 최근에 심은 소수차 밭은 점점 늘어나는데 소수차라고 판매되는 량은 늘지 않고 시중에 출시되는 고수차는 이러한 상황임에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스님께서 말없이 1호수 주변에 떨어져있는 쓰레기들을 줍습니다. 생수통, 과자봉지, 휴지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저는 평소에 버리지도 않고 줍지도 안는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는데 스님은 이 먼 곳에 떨어진 쓰레기도 인연의 산물로 느끼시는 듯합니다.

 

하산길에 교수님이 오운산에서 고수차 생산에 머물 것이 아니라 차산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보라고 하십니다. 늘 생각만하고 아직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연했는데 환경전문가이시고 또한 한국최초의 다서인 다부의 저자 한재 이목선생의 16대 후손이기도 하신 교수님이 여러 가지 좋은 방안들을 제시해주십니다. 평소에 한국 차의 발전적인 방향에 대하여도 늘 고민하시는 교수님의 건설적인 제안에 우선은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기로 했습니다.

 

시쐉반나의 최고봉인 화주량즈의 정상으로 오르는 길 가게에 버려진 쓰레기부터 줍기로 했습니다. 빠멍의 노총각에게 화주량즈 환경보호위원이란 또 하나의 직함을 주었습니다. 이번엔 작지만 월급도 책정했습니다. 매달 천위안 씩 주고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씩은 화주량즈 정상을 오르며 주변의 쓰레기를 정리해서 처리하라고 했습니다. 조그마한 시작이지만 고수차를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환경의 중요성을 다른 분들에게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정상에 오운산 이름으로 세워놓은 화주량즈 간판도 매주 잘 감시하라는 특명도 덧붙였습니다. 어딜 가나 시샘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전에 라오반장 안네 간판은 도로공사에서 철거해버리니 어쩔 수 없이 약간 안쪽에 다시 세웠는데 화주량즈 정상에 세워놓은 간판조차 아래의 오운산 로고를 싹둑 오려버리길 두 번째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제가 아니기에 세 번째 다시 제작하여 붙여두고 빠멍 노총각에게 환경보호위원이자 감시병의 의무도 준 것입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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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차산

 

시쐉반나에서 가장 높은 산인 화주량즈(活竹梁子)에 다녀왔습니다. 멍하이에서 멍송(勐宋) 방향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정도 달리면 만시량(曼西良), 바오탕(保塘)을 지나 빠멍(坝檬)이라는 곳에 도착합니다. 해발 2429m 화주량즈를 오르자면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이곳입니다.

 

하니족 마을로 70여가구에 3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해발이 높다고 꼭 최고 품질의 차가 생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반장이나 빙도 등의 해발은 1750m 전후입니다. 이상하게도 고급차가 나오는 지역의 해발이 대부분 비슷한 고도인데 이 부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해발이 높은 지역의 차일수록 산운(山韻)이 좋습니다.

 

산운을 어떻게 표현 할까요! 원시삼림을 거닐 때 문득 들려오는 이름 모를 꽃향기라고 할까요? 이른 아침 구름 덮인 산봉우리가 햇살에 씻기는 맛이라고 할까요?

 

고수차가 있는 다른 대부분의 마을이 그렇듯이 2007년 이후 이 마을의 주요 산업 또한 차업입니다. 그전엔 주로 깐즈라고 부르는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을 재배하였다고 합니다. 화주량즈산을 중심으로 빠멍, 허난, 뽕간, 멍롱쟝 등의 마을이 빙 둘러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멍하이에 가게를 오픈하면서부터 쭉 이 지역의 차에 관심을 가지고 몇 번 원료를 주문 제작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가공이 생각보다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지 않아서 여러 차례 다시 가공하기를 거듭했는데 올해 가을차를 보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해발 2300m 고지에 야생차와 더불어 드문드문 고수차밭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생태환경이나 평균적인 차나무 수령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빠멍에 있는 총각하나가 자주 우리가게를 들러 제일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자기 집 차밭에는 고수차가 많지 않아서 아직은 가난합니다. 92년생이면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인데 아직 장가를 못 갔습니다.

 

정상에 간판을 세움

 

한국이라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지만 이곳은 이십대 중반에 대부분 장가를 갑니다. 사람은 정말 진국이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눈에 뜨입니다. 장가를 가면 신방을 꾸며야 되는데 아직도 옛날 하니족 건물에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이래저래 여의치 않습니다.

 

여동생이 있었는데 사 년 전에 이름 모를 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답니다. 매번 그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세 살 밖이 꼬맹이를 할머니가 돌보고 있었는데 여동생이 이생에 남겨놓은 생명이라는 걸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집안이 가난해서 번번한 약 한번 못써보고 떠나보낸 여동생을 못내 안타까워하는 착하고 순수한 청년입니다. 이번에 산을 오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집을 새로 짓고자 하는데 자금이 조금 모자라서 시작을 못하고 있답니다.

 

각설하고 장가도 가야되고 부모님 모시고 족하도 돌 봐야 되고 일단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모자라는 자금은 우선 내가 도와줄 터이니 내년 봄차로 갚으라고 했습니다. 한동안 말이 없기에 내심 감동해서 그런가! 했더니 웬걸 자기 집 고수차는 량이 많지 않아서 내년 봄차 만으로는 다 갚을 수가 없답니다...

 

짜식이! 나 같으면 일단 고맙습니다. 하고 받고 차차로 방법을 강구할 텐데... 아러따 그러면 몇 년이면 다 갚을 수 있겠냐니까? 삼 년은 돼야 될 것 같답니다. 그렇게 하라고 하고 손을 잡아주니까. 사내자식이 눈을 못 맞추고 자꾸 먼 산만 바라봅니다.

 

내년부터 시쐉반나 최고봉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서 화주량즈를 본격적으로 개발해볼 생각인데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채엽부터 가공까지지 모두 직접 지켜볼 수도 없고 또 지켜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모든 것은 사람 마음먹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늘 자금에 쫒기지만 작은 정성이나마 그들에게 우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멍하이 일기 67 - 화주량즈2 계약 -

 

시쐉반나 최고봉인 화주량즈에 저희 간판을 심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먼저 마을 촌장에게 부탁하여 허락도 받았습니다. 저번에 올라보니 오래전에 시멘트로 조그마하게 만든 표지석이 있긴 한데 낡아서 글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기회는 곧 찬스입니다. 내려오자마자 저희 전용 광고사에 간판 제작을 의뢰하였습니다.

아담한 사이즈로 윗부분은 시쐉반나 최고봉임을 알리는 해발표시와 화주량즈라는 지명을 크게 쓰고 아래에 저희 로고를 약간 작게 넣어서 제작 했습니다. 전에 라오반장 간판처럼 아래의 우리 로고만 때어 버리는 불상사를 예방하기위해 아예 일체형으로 제작했습니다...

 

계약서 작성

 

이젠 시쐉반나 최고봉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른 사람이라면 반드시 저희 간판을 이정표 삼아서 기념 촬영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오운산도 홍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빠멍에 사는 차농 친구들이 간판을 짊어지고 오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짊어진 사진만 몇 장 찍고 빈 몸으로 정상에 올라가서 천지신명께 술한잔 차한잔 부어드리고 간단한 예를 올렸습니다.

 

삼배를 올리는 잠시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멍하이에 오운산을 창업하고 삼배를 올린 곳은 지금까지 딱 두 곳입니다. 전에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과 같이 방문했던 펑징(凤庆) 샹주칭(香竹箐)3200년 세계차왕수 와 이곳 시쐉반나 최고봉 화주량즈입니다.

 

기념사진

 

기념사진 몇 장을 찍어서 마누라한테 보냈더니 그 깊은 산속에 간판 심어서 뭐하냐고 핀잔입니다. 무슨 에베레스트도 아니고 직원들 힘들게 간판까지 세워가며 등반 기념촬영을 하냐고 웃습니다. 아내도 내가 애쓰는 마음 알면서 괜히 그러는 줄 알지만 나도 왕복 네 시간 간판 들고 산행하느라 죽을 뻔 했다고 괜히 엄살을 부려봅니다...

 

옛날에 성철스님에게 어떤 보살님이 기도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으니 이렇게 하라고 했답니다.

일체 대중이 모두 행복하시길 빕니다.”

 

천지신명께 머리를 조아리며 차업을 하는 사람, 차를 마시는 사람,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 멍하이 일기를 읽는 사람 모두 행복하시기를 빌어봅니다. 어저께 빠멍의 노총각에게 오운산 빠멍 기지 관리소장 직책을 주었습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월급도 없는 봉사 직입니다.

 

그러나 월급보다 소중한 믿음이 서로에게 있습니다. 화주량즈의 어께격인 해발 2300m 부근에 야생차가 자라고 있습니다. 대충 짐작으로도 수령 천년은 훌쩍 넘긴 것 같은 야생차 네그루를 2018년부터 22년까지 오년간 임대 계약을 하였습니다. 관리는 차밭 주인이 하고 매년 채엽 시기에 같이 올라가서 채엽은 우리가 직접 하는 조건입니다. 기타 여러 가지 조건을 계약서에 명기 하였습니다만 간단히 말씀 드리면 앞으로 오년간 위의 네그루 야생차의 소유권은 오운산에 있다는 것입니다.

 

야생차가 나오는 지역은 여러 지역이 있습니다. 파샤의 뢰이다산(雷達山), 푸얼의 쩡위엔(鎭沅), 린창의 따쉬에산(大雪山) 등이 있는데 지역마다 독특한 향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오운산이 개발하는 화주량즈 야생차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단맛이 특별히 좋습니다. 대부분의 야생차는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데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찻잎 가장자리에 톱니바퀴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다른데서 야생차를 마실 때 궁금하면 차를 마신 후 엽저를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습니다. 고산의 운치가 특별히 좋은 이지역의 고수차들도 매년 조금씩 생산할 계획이라서 노총각인 빠멍 관리소장 집도 새로 지을 계획이니 장가 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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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일기 주인 집

 

한국과 중국의 차 문화를 단순하게 비교해보면 제가 느끼기에 한국은 지나치게 엄숙해서 탈이고 중국은 지나치게 시끄러워서 탈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어떤 찻자리에 가보면 마치 벌을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차맛은 천리만리! 숨도 제대로 못 쉬겠고 속으로는 아따마 고귀하고도 고귀한 행사 지들끼리 하지 괜한 사람들 초대해 놓고 무슨 꿇어 앉아 쇼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잡놈인 제가 얼떨결에 참석했다가 언제 마치나 하고 발을 저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때론 한복 곱게 차리고 다소곳 앉은 새빨간 입술연지를 바른 사모님이 찻잔에 물든 루주를 이리 할고 조리 할타먹는 요상한 광경을 감상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거 뭐 아무리 차 마시는 일이 밥 먹는 것과 진배없다는 나라지만 일상다반사 다반사일상입니다. 한손엔 담배 한손엔 찻잔 들고, 담배 손 찻잔 손 바꿔가며 침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사람, 찻물로 갸르륵 입 행구는 사람, 이런 사람과 차를 마시다보면 차맛은 역시 천리만리! 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습니다.

 

물론 한국이나 중국의 일부 차인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양국 차 문화의 전체적인 특징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전통적으로 더 희한한 차 문화들이 많습니다. 때론 목숨 걸고 차를 마셔야 됩니다...

 

동양의 정적인 차 문화는 대체로 경직된 부분이 있는 반면에 서양은 동적인 자유로움과 활달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는 점수를 매겨서도 안 되고 꼭 어느 것이 좋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각 지역의 역사적 특수성에 따라 발전 소멸하는 것이 문화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차 문화도 마찬가지로 발전해 왔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형식의 문화가 생성 또는 소멸되고 있습니다.

오운산이 생각하는 차는 한마디로 맑음에 있고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차입니다. 정적인 것에도 동적인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러면서도 양 극단을 아우를 수 있는 차 문화를 추구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차는 인류가 개발한 최상의 음료입니다. 세상의 모든 음식에는 약간의 잡스러움이 있습니다. 오미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맛이 어울림을 통해 좋은 맛으로 새롭게 탄생하지만 음식은 평생을 먹어도 어딘지 모를 허전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잘 만든 차를 집중해서 마시면 일체의 잡스러움이 사라지고 경건한 느낌마저 듭니다.

 

육체와 정신을 구분한다는 것이 무의미 한줄 알지만, 굳이 구분을 해보면 일반적 음식이 육체를 살찌우는 것이라면 차는 정신을 보전하는 음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타 음료를 포함한 모든 음식은 섭취할 때는 각종 맛과 향기로 인한 즐거움이 있고 식후에는 포만감으로 인한 편안함과 행복한 느낌 또한 따라옵니다. 그러나 차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러한 경건함은 세상의 어떤 음식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경건함의 정체는 특히 고수차에서 두드러지는 회운(回韻)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고수차를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이 회운 때문입니다.

 

흔히 회감(回甘)이라고도 하는데, 회운이란 차를 마시고 난 후 서서히 속 깊은 곳에서부터 목으로 올라오는 은은한 향기를 말합니다. 오랫동안 차를 마신 분들도 아직 잘 모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니,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회운의 정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은 탓일 수도 있습니다. 좋은 차는 마실 때의 달고 쓰고 떫은맛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시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속 깊은 여향을 남깁니다.

 

어떤 분은 하루 이틀 동안 지속된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런 경지 까지는 아니고 다른 음식을 먹고 나면 그냥 멈춥니다...

 

아직 회운의 정체를 잘 못 느끼시는 분들은 오운산차 한번 드셔보세요. 아니아니, 다른 분들이 만든 좋은 고수차 드셔도 됩니다...

 

차를 마신 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방금 마신 차의 흐름을 관찰하다보면 저절로 회운의 정체를 파악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한번 느끼고 나면 다음부터는 차를 마실 때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집니다. 그러다보면 차가 만들어 내는 일종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차 마시는 것을 도를 닦는 행위와도 비교한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저는 다선일여(茶禪一如)라는 문구에 갇힌 듯한 엄숙한 차 생활도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일상과 함께 하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늘 가까이에서 삶의 향기를 불어넣어주는 차이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냥 무심으로 마시는 차가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보면서 한잔!

한가한 오후에 먼 산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잔!

늦은 밤 TV를 보거나 독서를 하다가 갈증을 느껴 한잔!

어느 새벽 문득 홀로 깨어나 시름이 시름을 갉아 먹을 때

가슴 속 깊이 따스하게 스미는 한 잔의 차!

오운산이 꿈꾸는 차세상입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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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죽천향 2017.08.08 1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이 좋습니다!
    <멍하이 일기> 주인장님이 거처하는 태족풍의 차방에서
    보이차 한잔 빠이주 한잔 하면서 밤새워 酒茶場 한번 펼치고 싶네요!. _()_

  2. 아제 2017.08.08 2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ᆢ 멍하이 심산에서 채취한 16종류의 약초를 담은 바이주가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옛글에 술익자 채장수 지나간다는데 아니먹고 어쩌리ᆢㅎ

  3. 무설자 2018.01.15 22: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죽천향님은 운남에서 기다리는 분이 많습니다. ㅎㅎㅎ

    • 아제 2018.01.20 2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우연치 않은 인연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멍하이 일기를 읽어주시고 격려의 댓글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기회가되면 제가 만든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오운산차 부스

 

전시기간 동안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다른 부스들도 둘러보았습니다. 장사가 안 되면 하루 종일 부스만 지키고 있기도 곤욕스럽고 직원들 보기도 안쓰럽습니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열심히 차를 우리지만 판매는 되지 않습니다.

 

홍보용 책자를 500부 준비했는데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긴 합니다만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나중엔 책자가 모자라니까 도부장은 노인들이 자꾸 와서 패지용으로 가져간다고 책자를 지키고 있다가 될성부른 사람만 골라서 책자를 줍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다소 낭비가 있더라도 그냥 두라고 타이르고 머리도 식힐 겸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어! 한국에서 우곡요 이종태 선생님이 참가 했네요. 저희 한국 가게와 가까운 밀양에 있어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입니다. 지금은 아들과 함께 중국에 진출하여 밀양 뿐 아니라 중국의 징더전’(景德鎭)에도 가마를 짓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은제품 등을 하는 몇 분과 함께 오셨다고 하는데, 상하이나 광조우 등의 큰 도시에서 열리는 박람회에서는 종종 한국의 여러 참가 업체들을 만납니다. 중국에서도 오지인 이 먼 곳까지 오셨는데 부디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랍니다만 최근에 사드등의 영향으로 특히 한국 상품에 대한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서 약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대익이나 하관 등의 잘 알려진 업체의 부스에는 늘 그렇지만 손님들로 넘쳐납니다. 자리가 없어서 차한잔 얻어 마시기도 힘듭니다. 중국의 전체적인 경기는 좋지 않은 편인데도 올 초부터 차시장은 눈이 띄게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신차, 준 노차 할 것 없이 가격 상승폭이 심상치 않습니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햇차는 올해 생산량이 급감한 원인이 큰 것 같고 2005년 전후의 준 노차는 노차가 점점 희소해지면서 소장가치의 증가로 시장의 수요가 그만큼 늘어 난 이유일 것 같습니다. 마침 지난번 하관차창을 방문했을 때 나를 기억하고 알아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없는 자리를 억지로 만들고 겨우 한 두 잔하고 다른 곳으로 가봅니다.

 

진승차창은 그냥 지나가는데 진승의 현재 사장인 진승하 회장의 아들이 저를 알아보고 붙잡아 새웁니다. 별로 할 말이 없어 그냥 인사치레로 몇 잔하고 진미호 쪽으로 가봅니다. 구명충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고 멍하이 에서 올라온 직원들이 친절하게 차를 우려 줍니다. 최근에 진미호臻味號상표권을 둘러싸고 대만 차계의 대부 격인 여예진(吕礼臻) 선생과의 법적 소송에서 구사장이 패소함으로서 진미호의 상표권은 다시 여예진 대사에게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상표권 분쟁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 드릴 순 없지만 진미호 구사장에겐 커다란 타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부터는 상표를 진자호’(臻字號)로 바꾼 차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번 박람회는 예전 데로 진미호라는 상호로 참가했습니다. 제가 오운산을 창업하기 전까지 한국 총판을 했었고 구사장의 사람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처지인지라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 진미호는 고수차 전문 업체로 중국에서도 확실히 자리 잡은 상황이라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창태집단, 란창고차, 칠채운남 등을 그냥 눈으로만 둘러보는데 한 결같이 사람들로 넘쳐 납니다. 각 회사마다 홍보 영상물을 크게 틀어 놓고 자신들의 상표를 새긴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홍보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명품관 쪽은 보통 3*3m 부스 8칸 이상입니다. 20칸 이상 되는 곳도 있는데 중국의 박람회는 일단 규모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소비심리에 기인한 것인데, 일단은 규모가 커야 되고 뭔가 시끌벅적해야만 사람들이 모입니다. 명절이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면 꼭 폭죽을 터뜨리는 전통문화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박람회에는 어쩐 일인지 박람회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업체 중에 하나인 우림(雨林)’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시작하자마자 수십 명의 인원은 동원하여 박람회 한번에 오천에서 일억원 씩 지출하던 신생 업체입니다. 첫 출시 차부터 출처 불명의 차를 한편에 이백, 삼백 만원씩 팔아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던 우림이 작년에는 이만원, 삼만 원짜리 제품들로 박람회 부스마다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올해는 또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도전할지 자뭇 궁금하기도 합니다.

 

오운산은 처음엔 두 칸으로 참가하다가 현지 상황을 고려하여 작년부터 네 칸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비용을 좋은 모차를 생산하는데 투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입니다. 박람회에 맞추어 멀리서 찾아오시는 분들 때문에 참가를 안 할 수는 없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비교 시음할 수 있는 공간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한 칸으로만 참가하는 방안입니다.

 

종류 별로 한편 씩 정갈하게 차려놓고 현장판매는 하지 않으며 시음 후 마음에 들면 가까운 대리상이나 본사로 직접 연락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하면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구조가 형성되는데 중국 특유의 거대 망상증 때문에 현실은 늘 녹녹치 않습니다. 한 두 칸으로 구석진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오운산은 자본력으로는 중국의 거대 업체들과 경쟁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의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정직한 제품으로 소량 생산하여 오로지 품질로 승부할 도리밖에 없는데 불신과 홍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현실은 늘 현실인지라 때론 답답한 마음이 앞섭니다. 이번 박람회의 경험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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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모차 공급자

 

멍하이에 도착한지 며칠째 멍하이의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윈난성 시솽반나는 보통 5월말부터 9월말까지 우기가 이어집니다. 이곳 사람들이 ‘위라고 부르는 비의 계절엔 멍하이의 많은 가게들은 아예 문을 닫거나 가끔 필요할 때만 문을 열곤 합니다. 그러나 오운산은 일년 삼백육십오일 설날과 추석을 빼고는 문을 닫지 않습니다. 일요일도 직원이 번갈아 가면서 쉬고 가게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석가명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고 오운산은 아직은 신생 브랜드이기에 매순간 최선을 다해 홍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비수기 이지만 가끔씩 지나가던 사람들이나 근처의 상인들이 놀러 와서 종종 밤늦게까지 차를 우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운산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차농 관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멍하이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내려온 저희와 인연이 있는 각 지역의 차농들은 반드시 오운산 가게를 들립니다. 별일이 없어도 늘 친절히 맞이해주는 저희 가게가 편한 것 같습니다. 이즈음 차농들은 대부분 집 주변의 공터에 채전을 경작하거나 사냥 등을 하며 여유를 즐깁니다.

 

이곳은 공원, 스포츠 경기장 등의 특별한 놀이시설이 없습니다. 설령 있다한들 차농들은 그런 것엔 영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사드문제 등으로 한중관계가 긴장일로인데 차농은 그저 농사짓기에 바쁠 뿐입니다. 밤에는 다른 가전제품은 없지만 그래도 집집마다 꼭 있는 대형 TV 앞에서 연속극 보기를 즐깁니다. 뉴스 시간이 되면 그냥 TV끄고 잡니다...

 

사드가 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다른 사람들의 일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절 관여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들의 보수적이고 여유로운 세계관이 참 좋습니다.

 

멍하이에 정식으로 한국인 명의로 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장기 체류하는 유일한 사람이라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일어킬수도 있는데 일체 묻지 않습니다. 제가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재일먼저 대장금이야기를 하거나 유명 아이돌 가수의 근황을 물어보곤합니다. 저는 뭐 그 유명하다는 대장금도 본적이 없고 아이돌 가수야 그들보다 더 모르는 한국 촌놈인지라 오히려 갸들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되묻곤 합니다...

 

어떤 차농집에는 한국의 누구누구 가수라면서 벽면을 사진으로 도배해놓다시피 한 곳도 있습니다. ‘한류로 지칭되는 한국 대중문화의 전파력이 이곳 중국의 변방 오지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듯 문화의 전파력은 알게 모르게 생활의 깊숙한 부분까지 침투하여 알게 모르게 그들의 일부가 되고 또 다른 창조를 일구어 내곤합니다. 차를 마시는 행위도 분명 하나의 문화입니다. 세계 각국엔 다양한 형태의 차문화가 존재합니다.

 

영국의 귀족 사교모임에서 비롯된 에프트눈 티그리고 일과 후 식사와 함께하는 서민 문화인 하이 티미국의 무더위 속 갈증 해소용으로 개발된 아이스 티추운 러시아에서 항시 따뜻하게 차를 우려먹을 수 있도록 고안된 사모바르일본의 고도로 발달한 형식 문화인 고이차/우스차인도의 길거리 차문화인 마살라 차이 티등 각 나라마다 상황에 잘 맞는 문화들이 개발되어 향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차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는 중국만의 특별한 형식의 차문화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일상다반사처럼 너무 일반화 되어 있어서 특별한 형식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광동성 일대의 식당에서 아침과 차를 겸하여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닌 자오차(早)’ 문화가 있습니다만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진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 멍하이의 차문화는 어떨까요! 천년의 차 재배 역사를 가지고 있고 현제 전세계 보이차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지만 이렇다 할 대표적인 음차 문화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새까맣게 거스른 주전자를 숯불위에 올리고 좋은 찻잎은 내다 팔고 황편 부스러기 등을 넣어서 물처럼 끌여먹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포랑족의 수안차(酸茶)’처럼 대나무통에 차를 넣고 땅에 묻었다가 귀한 날에 반찬으로 꺼내어 먹는 등의 소수민족 특유의 산골 차 문화들이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따름입니다.

 

문화란 원래 대중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지역이던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하나의 커다란 물결이 되기 위해서는 인류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그 무엇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차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운산이 늘 생각하는 것이 이 부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생각하는 차의 정신을 오운산에 담아서 세계인에게 전달하고,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비록 멍하이의 조그마한 골방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저의 이 노력들이 차의 역사에 한줄 기록으로 남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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