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명차(오운사고차 맹해 본점)

 

안녕하세요. 최근 며칠 동안 라오반장조춘특제를 생산하느라 매일같이 바쁘게 살았습니다. 오후에 라오반장에 올라가 생잎을 수매하여 저녁 늦게 저희 초제소로 돌아와 새벽까지 살청을 하고 다음날 다시 올라가는 날들을 반복했습니다.

 

오운산고차 직원

 

올해 모차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인연 맺은 차농들과 소중한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 멍하이 쪽의 생산량을 대충 맞추고 며칠 뒤 린창으로 넘어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댓글로 혹은 문자로 때론 메일로 어쭙잖은 글에 대한 인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427일로 카카오그룹 시스템이 종료된다고 합니다. 언젠가 다시 인연이 되어 만나 뵈올 날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필요한 자료들이 있으면 다운 받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석우연담과 오운산고차 홈페이이에도 멍하이 일기가 올라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바른 차인으로도 유명하신 목사님께서 매번 좋은 글들을 보내주셔서 후기로 대신 올려드립니다.

 

최해철 대표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몇 명 되지 않는 교인들과 부활절 예배를 드린 뒤 정리를 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오후 3시 경이었습니다. 피곤했는지 마룻바닥에 퍼져 잠이 들었다가 저녁을 먹고 밤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아내를 병원에 태워주고 선생님의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글들은 한 편도 빠짐없이 최소 두 번씩은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노고와 열정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차를 만드는 과정을 고스란히 글로 보여주신 이번에 올려 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사실 차를 과학을 동원해 연구하기 시작한 시간은 경험을 통해 만든 시간에 비하면 굉장히 짧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 사람들은 채엽에서 위조, 살청, 유념, 쇄청, 압병의 모든 과정을 경험에 의거해 했습니다. 대가(달인)란 각 과정을 기계 없이 해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내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십 수년 이상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각종 차를 마셔온 저로서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관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잘못 만든 차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만들어진 차는 보관이 크게 맛을 좌우하지 싶습니다. 보관과정이 잘못되면 잘 만들어진 차도 수준 이하가 될 수 있고, 조금 떨어진 차도 보관이 잘되면 기대 이상의 맛을 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홍콩의 전통 있는 차상들이 입창과 퇴창을 통해 차맛을 조절하는 것도 이런 점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관도 중요하지만 차맛은 물을 포함해 차를 우리는 기술이나 차를 마시는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싶습니다. 즉 팽주의 차에 대한 조예나 입담, 참석하는 사람들의 사회적인 수준, 우려내는 차의 종류와 이 차의 가격(비싸면 맛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느낌), 다회에 참석할 당시 본인의 감정 등이 모두 포함될 것입니다.

 

사람의 입맛은 상대적입니다. 내가 맛있다고 하는 차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차일 수도 있고 또 반대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시집이나 책의 서평을 신뢰하지 않고 거의 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글들이야말로 품앗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차 맛에 대한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좁은 차계(茶界)에서 맛 평가를 잘못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거나 원수가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상대적인 차맛과 차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다툼으로 인해 싸우고, 비난하고 원수가 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숨겨왔던 부끄러운 이야기를 선생님께 해야겠습니다. 차를 처음 시작할 때 부산에서 알아주는 고수가 우려 주는 노차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다. 상대는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본인이 스스로 감탄하고는 했지만 수준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저는 맞장구는 쳤지만 별로였습니다. 저는 차맛이란 본인이 차를 대하는 자세나 경험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좁은 소견인지 모르지만 저는 차 맛을 보고 그 맛을 평가할 수 있는 선생님 정도 수준의 차인들이 우리나라에 몇 명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은 높은 수준에 있지만 전혀 전문가 티를 내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어찌 어찌 하다 보니 번데기 앞에서 또 주름을 잡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하시는 일과 마음 씀씀이를 100% 지지합니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선생님의 태도야 말로 구도행각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선생님과 같은 차인이 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차를 대하는 선생님의 생각과 자세가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모든 분들에게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빕니다. 아울러 하시는 일과 가정에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듬뿍 임하기를 바랍니다.

 

201841일 해운대에서 올림

 

힘든 날

 

잘 지내다가도 오늘 같은 날이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고 모든 것들이 하찮게 느껴집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살지 않을 수도 없음이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지요.

이해할 수 없는 삶

어찌할 수도 없는 현실 속에 갇혀 있는 자신을 보노라면

한심하기도하고 처량하기도 합니다.

바보처럼 그냥 앉아서 울어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무겁고

해 저문 골목길을 서성이며

주름진 눈가에 소금가루가 쌓입니다.

 

좋은 날이 있겠지요.

어찌 늘 슬프기만 하겠습니까!

꾹꾹 누른 슬픔이 자꾸만 비집고 올라오지만

좋은 날이 있겠지요. 좋은 날이 있겠지요.

좋은 날 너무너무 좋은 날

마음껏 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웅크려 생각해보니

슬플 때 슬퍼하지 못한 죄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한 죄가 있습니다.

때론 기쁨을 감추고 때론 슬픔을 감춘 체 살아온 세월이

대못처럼 가슴 깊이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뽑을 수가 없습니다.

박은 이유를 알기에

뽑아버리고도 싶지만

출혈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굳어버린 목숨 다시 죽기 싫어서입니다.

 

* 매일같이 제가 좋아하는 차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가끔은 힘든 날도 있습니다.

물설고 낯 설은 머나먼 타국에서 홀로 사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지요. 여러분들도 상황은 다르지만 다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같이 위로하고 더불어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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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리기 과정

 

멍하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생각한데로 100편까지만 쓰고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그동안 막연히 차를 만드는 것에만 열중하다가 여러분과 호흡하며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쓰다 보니 저에게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알게 되었던 것들을 정리하고 과학적 시각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가 말씀드리는 과학적 시각은 이 분야의 전문가 분들이 보기엔 걸음마 수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보고 느끼게 된 사실을 바탕에 두고 과학적 데이터를 수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잎 수매

 

채엽

차나무에 달린 차잎을 따는 과정이지요, 생산하는 차의 종류마다 방법이나 시기가 다르고 또한 지역에 따라 차나무의 수령과 품종에 따라서도 채엽 방법은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찻잎은 흔히 일창일기(一槍一旗), 이기, 삼기 등으로 채엽한 찻잎의 모양을 보고 구분합니다.

 

찻잎의 끄트머리에 있는 뾰족한 싹을 창이라고 부르고 그 아래의 잎을 기라고 하는데 잎이 하나 붙어 있으면 일창일기, 세게 붙어 있으면 일창삼기라고 합니다. 소수차는 보통 일창이기가 많고 고수차는 귀하기 때문에 삼기가 많습니다. 차왕수 등의 딴주차(單株)는 사기 심지어 오기로 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차산을 다니다보면 딴주차 등의 수령이 특별이 높은 차는 과채엽 문제로 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채엽 받침대로 설치해놓은 구조물 속에 갇히어 마치 수감된 인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나무일수록 특별히 보호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착취당하고 있는 듯한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위조

차산에서 따온 찻잎을 그늘에 넓게 펼쳐서 산화를 늦추고 시들리기를 통해 살청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운산의 경우 보통 네 시간 정도의 위조 시간을 준수합니다. 생잎 10kg을 네 시간 위조하면 수분이 증발함에 따라 8kg 정도가 됩니다.

 

소수차보다 고수차, 봄차보다는 가을차의 수분 손실률이 높습니다. 경험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여름차, 가을차가 봄차보다 수분함량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조 시간이 길면 단맛이 증가하지만 너무 길면 산화가 진행되어 찻잎 색깔이 갈색으로 변합니다. 짧으면 떫은맛이 많아지고 살청시 수분이 과다 노출됩니다.

 

온도측정기

 

살청

차의 제조공정 중에서 설렁설렁 하는 것 같지만 가장어려우면서도 복잡한 것이 살청입니다. 넓게 펼쳐진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중심온도가 200, 주변온도 100도 평균 150도 정도로 맞추고 위조가 끝난 찻잎을 투입합니다.

 

처음 풋내가 강하게 올라오면서 약하게 따닥따닥 찻잎이 솥의 뜨거운 열기에 반응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10분쯤 지나면 찻잎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수분이 빠져나와 눅진눅진합니다. 20. 달콤한 향기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30.

 

온도측정기의 찻잎 온도가 70도 전후가 되고 달콤하면서 고소한 향기가 올라오고 수분이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솥에 닿는 찻잎의 실제 온도는 효소의 실활 기준인 80도 이상입니다.) 줄기를 구부려보면 부러지지 않고 완전히 접혀집니다.

 

찻잎을 한두번 높게 올리면서 엉긴 부분을 털어주고 마무리합니다. 살청기계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옛날엔 긴 원통형으로 온도를 삼백도 이상 올리고 차를 입구로 투입하면 잠시 후(1분정도)출구로 곧바로 솟아져 나오는 형태였습니다.

 

오운산에서 사용하는 살청기계는 최신형으로 온도를 가마솥보다는 약간 높게 설정하고 찻잎을 입구로 투입한 후 정회전으로 16분정도를 운행한 다음 역회전으로 다시 나오게 하는 방식입니다. 기계 살청의 단점인 찻잎의 탄화를 방지하고 가마솥 살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기계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손맛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을 완전히 따라가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살청이 끝나면 위조 후의 무게에서 20% 정도 다시 줄어듭니다.

 

유념

살청이 끝난 찻잎은 잠시(10) 식혔다가 유념기계에 넣어서 비벼줍니다. 일정한 압력으로 기계가 빙빙 돌면서 찻잎을 문질러 줍니다. 유념은 가능하면 기계로 하라고 권합니다. 손으로 한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압력이 강하면 찻잎의 파괴가 심하여 탕색이 혼탁하고 몇 년 지나면 차맛이 뚝 끊어지는 단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약하면 차맛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해서 고수차라도 밍밍한 맛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무게는 약간 줄어들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오운산의 유념 시간은 대략 7분입니다.

 

쇄청

오운산에서 차의 제조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살청과 유념과정에서 찻잎 속의 물질이 흘러나오고 이 물질이 햇볕과 만나면서 보이차 특유의 향미가 형성됩니다. 저는 보이차를 다른 모든 차와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특징이 쇄청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오면 어쩔 수없이 투명 지붕이 있는 곳에서 쇄청해야 하지만 햇볕에 직접 맞닿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6시간이면 완성됩니다. 찻잎이 바짝 말라서 향을 맡으면 여기선 흔히 태양 맛이라고 부르는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올라옵니다. 이로서 보이 모차 제조의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생잎일 때 10키로 이었던 차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모차가 되면 2.3키로 정도 됩니다. 제작과정의 무게 변화를 간단히 정리하면 생잎(10)-위조(8)-살청(6)-유념(5.6)-쇄청(2.3) 정도로 대략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모든 과정은 오운산에서 생산하는 보이차에 대하여 설명 드린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하게 하거나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오운산의 방식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최대한 전통적인 보이차 생산 기법을 따르고자 합니다. 그러나 좀더 좋은 차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기계나 과학적 도구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수분함량측정기

 

제작이 끝난 모차들을 수분함량측정기에 넣어서 검사해보니 기계살청(5~6%) 보다는 수공살청(6~7%)의 수분함량이 높게 나옵니다. 그리고 야생차(7~8%)는 좀더 높게 나옵니다. 기계와 수공의 차이는 살청온도와 관련이 있겠고, 야생차의 수분함량이 일반 고수차보다 높은 것은 차를 만들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차는 4.3키로의 생잎으로 모차 1키로를 만들 수 있지만 야생차는 5키로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생산하면서 경험하게 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수치들은 날씨 등의 다양한 조건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엄밀한 과학적 근거로 정리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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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청기

 

농민이 봄이 되면 마음부터 바빠지듯이 저도 요즈음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바쁜 마음에 이것저것들을 챙기고 또 챙기곤 합니다. 어제는 여러 번 망설이다가 살청 기계를 한 대 구입하였습니다. 작년에 유념기를 구입하면서 같이 살려다가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보류했었습니다.

 

유념은 단순한 반복 작업이라서 기계로 하는 것이 오히려 사람 손으로 하는 것보다 일정한 압력으로 골고루 차를 문질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살청은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서 기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습니다. 그날의 날씨와 찻잎의 상태에 따라 살청 방법은 매번 바뀌어야 합니다.

 

또한 살청이 진행되면서 그때그때 손길에 와 닿는 느낌과 향기로 마무리 시점을 잡아야하는데 기계로 돌리다보면 이 모든 걸 자세히 파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일손은 딸리고 숙련된 일꾼을 구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대충대충 하다가는 오히려 기계 살청보다도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마솥 살청이 전통적 방식이라지만 다소 비 과학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도부장과 그의 아들

 

또한 숙련공이라도 새벽까지 작업에 매달리다보면 피곤에 지치고 자칫하면 가마솥의 온도와 살청 시간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살청기계를 제작하는 공장을 인터넷 등으로 검색해보고 여러 가게를 방문하여 실물을 확인한 다음 최종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비교적 잘 고려하여 만든 기계를 선택하였습니다. 14000위안 달라는 걸 도부장이 깎아서 13600위안에 구입했습니다...

 

도부장은 어찌나 알뜰한지 늘 하는 이야기가 저는 가격 협상 할 줄 모른다고 핀잔을 줍니다. 어떨 땐 강제로 나를 가게 밖으로 밀어 놓고 따따부따 협상을 하고 밖으로 나와서 V 자를 그리며 빙그레 미소 짓곤 합니다. 저는 성격상 보통 아니다 싶으면 안사고 말지 잘 깍지는 않습니다.

 

옛날에 어느 회장님 말씀이 저는 기다 싶으면 눈이 동그래지고 목소리가 커져서 금방 표가 난답니다. 제 나름 데로는 이런 저런 전략도 세우곤 합니다만 중국에서는 아직도 언어가 완전치 않은 탓인지 도부장이 보기엔 영 서툴러 보이는 모양입니다...

 

물건을 잘 모르면 비싼걸 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리는 있는 것 같아서 일단 가게에서는 제일 비싼 것으로 샀습니다. 찻잎이 닿는 철판부분이 두꺼워야 잘 타지 않고 내구성이 있을 것 같아서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철판을 데우는 연료는 전기, 가스, 나무 등이 있는데 사용해본 분들의 의견을 물어서 화목용 살청기계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집 초재소로 옮겨 놓고 어제 오늘 계속해서 시험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시험용으로 도로변의 대지차 생잎을 1kg8위안씩 주고 사와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서 여러 번 반복해서 시험하다보니 이것도 찻잎인데 돈이 아까운 것 보다는 아까운 농산물을 마구 태워서 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솥의 온도를 측정해주는 온도계, 회전 방향을 결정하는 푸시버튼,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기구, 화목에 바람을 불어 솥의 온도를 높여주는 송풍기, 일정한 온도에 도달하면 송풍을 차단하는 온도조절기, 갑작스런 정전에 대비하여 수동으로 솥을 돌릴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까지... 제법 세밀하게 여러 상황을 생각하며 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온도계에 표시되는 온도와 실제 온도의 차이가 많은 것 같아서 공장에 물어보니 내부온도는 50~60도 높다고 합니다.

 

나 참 아까운 찻잎을 몇 번을 태웠는데, 그럼 진적에 알려주어야 하지 않냐고 하니까 중국은 원래 그렇답니다...온도계는 그저 참고만하고 각자 알아서 잘 사용해야 한답니다. 말이 기계지 나무로 불을 지피고 일일이 온도를 체크하면서 사용함으로 수동이나 비슷합니다. 다만 한꺼번에 생잎 약 30kg 정도를 가공할 수 있고 일정한 속도로 회전 운동을 하며 고르게 찻잎을 덖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이차 원료를 기계를 사용해서 가공한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차도 잘 만들면 예술의 경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차는 차일 뿐입니다. 손으로 하나하나 창조해내는 예술 작품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차창에서는 기계사용이 이미 일반화 되었고 손으로 가공해야만 꼭 최선의 차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원료의 맛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올해는 마을에 위치한 저희 다원의 생태차 위주로 시험 가공을 해보면서 차차로 활용방안을 넓혀갈 생각입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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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죽천향실 2018.02.28 2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든 상품엔 최고급품과 보급품이 있습니다.
    무이암차의 하나인 육계에는
    50g에 무려 12000위안이나 하는 牛首도 있지만
    150g에 295위안 하는 口糧茶도 있더군요.
    기계 가공을 통해 가성비 좋은 정직하고 깨끗한 보이차가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_()_

    • 아제 2018.02.28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어제 오늘 기계로 살청을 해보니 아직 최고급 차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어보입니다. 역시 사람의 감으로 느끼는 그 무엇을 기계로 만족시키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그러나 점점 기술이 발달하고 있으니 조만간 좀더 좋은 기계가 나오겠지요. 멍하이에서 약주 한잔 해야되는데 ...ㅎ

유념 작업 과정

 

1월에 귀국해서 한국에서 명절을 보내고 221일 멍하이로 돌아 왔습니다. 한 달여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처리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많은 님들을 만났습니다. 어디를 가나 저는 일복이? 많습니다. 때론 잠시 쉬고 싶은 날들이 있지만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멀리서 찾아주시는 님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수가 없습니다. 오운산이 확실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여러분들이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를 최선을 다해 실현시켜 나갈 것입니다.

 

현재 멍하이는 완연한 봄 날씨입니다. 아침저녁으론 아직 약간 쌀쌀하지만 낮에는 25도 정도입니다. 벌써 대지차들은 출시되기 시작했고 양지바른 쪽의 일부 생태차들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예년에 비해 찻잎이 빨리 출시될 것 같습니다.

 

작년은 일기가 불순하여 찻잎도 늦게 발아했고 생산량도 대폭 줄었습니다. 때문에 고수차 가격도 폭등 하였는데 올해는 순조롭기를 바래봅니다. 그러나 주변의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올해도 고수차위주로 약간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살청과 유념을 할 수 있는 시설

 

오운산도 부지런히 차산을 다니며 작년에 차품이 괜찮았던 지역 위주로 조금씩 선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선 계약은 작년 가격에 준하여 하는데 계약을 했더라도 찻잎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오르면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 다시 조금씩 조정해주곤합니다. 햇차가 출시되면 다시 맛을 보고 원하는 맛에 도달하면 잔금을 모두 지불하고 계약한 전량을 가져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올해 오운산의 한국 물량은 선주문으로 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오운산 한국 대리상을 비롯한 여러 님들이 선주문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오로지 저희를 믿고 차가 출시되기도 전에 거금을 맡겨주신 여러 님들께 다시한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전체적으로 고급차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특히 빙다오와 라오반장은 2010년 저희가 진승차창 한국총판을 할 때 주문 제작한 경험을 살려 500g 조춘특제로 생산하기로 하였습니다. 조춘특제는 이른 봄 수령 300년 이상의 고수에서 첫 발아한 찻잎만을 정선하여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출시되자마자 진정한 고수차의 참맛을 찾는 분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2010편 한정 생산한 제품이라서 출시되자마자 소진되었고 지금은 거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차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춘특제는 선주문 가격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신청하신 분들이 많아서 작년에 저희 자본으로 생산한 량보다 열배가까이 생산될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도 오운산 전문점 위주로 조춘특제는 선주문을 받고 있는데 총생산량은 조금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오운산의 주력 상품인 진. . 미가 출시되고 순료차로는 화주량즈(滑竹梁子)와 시꾸이(昔歸)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고수황편숙차가 출시되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올해는 고수황편의 수매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기타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주문 제작 차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여러분의 입맛에 맞는 정선한 원료로 최선의 상품을 제작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올해도 한국에서 차산 기행을 원하시는 팀들이 많습니다. 311, 323일에 오시는 팀은 이미 확정되었고 4월과 5월에도 한국에서 오시는 팀들이 있습니다. 바쁜 철이라 매번 저희가 모든 차산을 안내할 수는 없습니다. 323일 팀만 한국의 이과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고 저는 이곳에서 일을 보는 틈틈이 손님을 맞이할 계획입니다. 중국에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기 때문에 3, 4월은 가게 안이 매일같이 손님들로 꽉 차있습니다.

 

특히 325일은 올해로 네 번째로 개최되는 세계차인축제가 있는 날입니다. 2015년 당시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시작한 행사인데 태족, 하니족 등의 소수민족과 세계 곳곳에서 오신 차인들이 모여서 한바탕 어우러져 즐기는 행사입니다. 징마이의 옌종 차창에서 열리는데 매년 조금씩 발전하여 올해는 정식으로 세계차인축제라는 플래카드도 걸기로 하였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멍하이를 찾아오시는 분이 있다면 기꺼이 저희가 함께 모시겠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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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계약을 마치고

 

밤 열두시의 쿤밍국제공항은 한적합니다.

출국 수속을 하고 40번 출구에 앉아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립니다. 작년에 백 여섯 번의 비행, 올해는 몇 번이나 탔는지 가물가물합니다. 날아온 거리만큼 다시 날아서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내 인생이 날아 온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다시 돌아갈 여비라도 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온몸이 물에 젖은 듯 피곤합니다. 잠이 옵니다. 전에처럼 깜박 잠들면 공항 미아가 되어 온 길을 돌아가야 됩니다.

머리를 두드리며 두 눈 부릅뜨고 출구를 지켜봅니다.

빨리 비행기에 타서 태아처럼 웅크리고 자고 싶습니다.

 

새벽 다섯시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쿤밍에서 네시간을 날아온 여정이 결코 짧지 않습니다. 한 두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는 비행이라면 아예 포기하고 잠이라도 실컷 청하겠지만 새벽 두시처럼 네시간은 애매한 시간입니다.

 

어쩌다보니 네시간을 하릴없이 잊은 생각에 젖어 있다가 비실비실 내려서 KTX 역으로 향합니다. 첫차가 일곱시라 아직도 한시간 넘게 기다려야 됩니다. 마침 야생화공원이라고 적힌 문패가 보이기에 밀치고 나가봅니다. 한동안 경험치 못했던 영하 10도의 한기가 확 다가옵니다.

 

그런데

그런데 눈이 내립니다.

마침 흡연구역이 있습니다.

새하얀 연기를 길게 눈 속으로 날려봅니다.

눈은 내리고

눈은 내리고 나는 내리는 눈발 속에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반백의 엉성한 머리카락 속으로 새하얀 눈이 스며듭니다. 차갑고도 냉철한 이성이 다시 KTX 온실 속으로 나를 이끌고 조금만 기다리면 고속열차는 도착할 것입니다.

나는 열차를 타고 다시 가족들과 동료들이 있는 일터로 향할 것입니다.

열심히 살아야 겠지요!

눈은 내리고

다시 또 눈은 내립니다.

 

고속열차는 도착하고

나는 7호실 6D 좌석에 앉아 울산역 언양으로 향합니다.

아내는 지금 쯤 일어났겠지요.

어제 쿤밍공항에서 전처럼 혹시 잠에 골아 떨어져 하차 역을 놓칠까봐

도착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제 나는 잠을 좀 자야겠습니다.

어제도 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엔 식사 초대를 받아

못 먹는 술까지 두잔을 마셨습니다.

아직 여명은 밝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둠속으로 내리는 눈발을 뚫고 고속열차는 달리고

나는 보이지 않는 창밖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열망의 불꽃처럼 거리의 가로등들이 하나 둘 스쳐 갑니다.

잠이 옵니다.

이제는 자야겠습니다.

내가 잠자고 있어도 열차는 가고 눈은 내리겠지요.

일터에 도착하면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으면 좋겠습니다.

 

깨어 있다

깨어 있다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꿈결처럼 자다 깨기를 반복했네요.

남녘으로 내려오면서 먼 산엔 잔설이 남아 있지만

길가엔 모두 녹아버렸습니다.

도착하기까지 내 옆 자리엔 세 사람이 번갈아 가며 타고 내렸습니다.

모두 눈인사도 없이 말없이 앉았다가 그렇게 말없이 떠나갔습니다.

나도 그냥 좌석에 기대어 깜박깜박 하였습니다.

집으로 바로 가서 좀 쉬고 출근할까?

따르릉 이과장 전화입니다.

잘 다녀오셨어요?

멀리서 오신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 화주량즈 선주문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께 그리고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눈물겨운 마음으로 생활시 한수 올립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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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화주량즈를 다시 다녀왔습니다. 전에 계약한 야생차 네그루에 오운산 팻말을 걸었습니다. 해발 2000m가 넘는 심심산골에 누가 본다고 걸겠냐만 우선 제가 보고, 차농들이 보고, 시쐉반나 최고봉을 오르는 진정한 보이차 마니아들이 봅니다.

 

정식계약은 네그루만 했지만 주변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야생차들도 봄철에 같이 수확하기로 하였습니다. 천년 야생차가 있는 곳의 차밭 주인은 따로 있지만 관리는 얼마 전에 오운산 화주량즈 관리소장 직책을 준 빠멍 노총각이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마침 찾아간 날이 하니족의 위엔단지에(元旦節새해)라 산골의 각종 음식들로 한상 가득 차려놓았습니다.

 

소수민족 특유의 향신료들이 많아서 젓가락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지만 예전보다는 그래도 많이 익숙해 졌습니다. 카오지우(烤酒)라고 부르는 집에서 가공한 옥수수 술도 할 수없이 두 잔은 마십니다. 하니족 음주 풍습이 한잔만 마시면 다시는 보지말자는 뜻이라는데 어쩔 수가 없습니다.

 

50도가 넘는 독주라 소주잔 정도의 잔에 두잔만 마셔도 어질어질 합니다. 한 순배가 돌고, 촌민들이 식사 자리에서 하도 담배를 피워서 장작불 겻에 돌아 앉아 있는데 노총각이 살며시 다가옵니다.

집은 언제 지을 거고? 장가 안가고 싶나?”

글쎄요, 그게...”

.. 뭔 일 있나

 

한 참을 머뭇거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신년을 쇠고 바로 공사를 할 건데 준비된 자금이 20만 위안밖에 없어서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가 없답니다. 이왕 짓는 집인데 어쩌면 평생을 보고 지어야 할 텐대 짓다 말수도 없고 그럼 제대로 짓자면 얼마정도 있으면 되냐고 물었습니다. 일층은 차 제조 시설을 갖추고, 이층은 살림집, 삼층은 차를 햇볕에 말리는 쇄청 공간을 만들자면 최소한 35만 위안 한국 돈으로 육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것 같답니다. 속으로 아따 큰일인데 싶습니다.

 

저번에 도와주겠다고 덜컥 큰소리는 쳐놓았는데 오운산 자금 사정을 생각하니 난감합니다. 내심 오만위안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 했었는데 역시 집짓는 일이란 평생의 큰일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아내의 이쁜? 얼굴이 떠오르면서 오금이 저려옵니다...

 

이집의 내력은 멍하이 일기 66’ 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고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것이니 일단 시작해보라고 하고 멍하이 오두막으로 돌아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가난 때문에 약 한번 못써보고 하늘나라로 보냈다던 노총각의 여동생이 이 땅에 홀로 남겨놓은 세 살배기 딸내미 얼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아직도 할머니 손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녀석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가난이 죄라면 죄이지요. 노총각도 빨리 장가가서 부모님 그리고 어린조카 잘 근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봅니다. 우선 제가 힘닿는 데로 도와주고 원금은 차차로(5년 동안 차로 돌려받기...) 받기로 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다가 선주문 방식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올해 오운산에서 생산할 시쐉반나 최고봉인 화주량즈 2000고지 이상에서 자란 300년전후 고수차와, 천년야생차 두 가지를 합하여 백만원에 20명 한정 공동구매 형식의 선주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화주량즈는 올해 고수순료 병차로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번 선주문은 이윤도 줄이고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는 차원에서 산차 형태로 발송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압병을 원하시는 분은 소정의 추가 비용을 받고 원하시는 형태로 제작해드리겠습니다. 각각의 량이 얼마가 될지는 생산을 끝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만 대략 두 가지를 더하면 2kg 전후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 도착은 5월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1kg 씩 담을 수 있도록 스텐으로 제작한 오운산 차통 두 개는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그냥 편하게 오셔서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는 분께 부담을 드리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참여하지 않으셔도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먼저 주변에 계신 분들을 살피시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 생각합니다. 혹여 이쪽 지역의 진정한 고수차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몇 분만이라도 참여해 주시면 그분들에게도 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여러분에게 이런 부담을 드리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죄송함보단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씁니다.

 

그리고 오운산고차는 한국 물량에 대해 2018년도부터 선주문 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합니다. 일정량의 물량을 확정하고 선 입금을 받아서 생산하면 공급자와 수급자 모두에게 유리한 등식이 성립됩니다. 오운산으로서도 자금 부담에서 일정부분 해방될 수 있고 오운산을 아껴 주시는 한국 고객 분들께 최선의 가격으로 정품을 드리고자 하는 저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해외 시장은 아직 오운산고차의 인지도가 성숙되지 않아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오운산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선주문으로 결정하는 날이 오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선주문 기한은 매년 11일부터 228일까지 이며 선주문으로 오운산고차를 계약하시면 오운산고차 구매 최저가격인 출시가격의 50%에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국가게로 방문하시거나 전화로 주문하셔도 되겠습니다. 113일에 귀국할 예정인데 설날 때까지는 한국에 머물 계획입니다. 보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오시면 마음으로 우리는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화주량즈 선주문은 오운산 카카오그룹 http://group.kakao.com/i/7KshwvTsfc 에 댓글로 남겨주시거나 석가명차로 연락주시면 되겠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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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 최해철 대표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운산으로는 더욱 중요한 한해가 밝았습니다. 2014년 이후 매년 새해는 멍하이 에서 맞이하고 있습니다. 설날에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봄차 준비를 위해 서둘러 돌아오곤 합니다. 우선은 같이 있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자주 찾아주시는 고객 분들께 인사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멀리 있지만 늘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고 석가명차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큰절 올립니다. 아래의 글은 몇 년 전에 쓴 글인데 보이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한국 차에 대한 저의 각별한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한국의 차농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발굴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차꽃

 

새해맞이

천년만년 뜨고 지는 해, 새해 헌해가 있겠냐만 사람들은 굳이 세기를 나누고 년을 가르고 월. . 시까지 챙기며 삽니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을 기대하는 우리네 소박한 마음이겠지요. 흘러가는 세월에 이정표를 세우는 의미는 끝내고 싶은 마음과 새로이 시작하고 싶은 갈망이 겹쳐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늘 그렇듯이 뿌듯함 보다는 아쉬운 기억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손님들과 집안에서

 

1231일 가까이 계시지만 늘 그리운 차인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손수 만든 떡차를 가지고와서 삼십여 탕을 연거푸 마셨지요. 우전, 세작 나누지 않고 녹, , 흑차를 함께 버무린 차. 적게 넣어도, 많이 넣어도, 빨리 우려도, 늦게 우려도 괜찮은 차 혼자 마시면 신령스런 차요, 여럿이 마시면 화합의 차로 승화되는 차. 때때로 사람에 취해 차향을 잊고 있어도 제 스스로 뜨거운 물속에서 한 줄기 한 잎사귀의 맛을 펼쳐가는 차...!

 

한해를 마감하는 시간 우리 차의 새로운 도약을 예감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망의 행열은 바다로 산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냥 자기엔 아무래도 꿀꿀타...!”

나 빼고 지상최대의 적 아내랑 오랜만에 오징어 회 한 접시를 샀습니다. 멍게 해삼도 조금 얻고 소주 일병도 끼웠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노모와 아이들은 벌써 꿈속이고

 

축담에서 희망이(강아지)만 네발 들어 우리를 반깁니다. 개 이름으로 희망인 별로라고 점잖게 아이들에게 부탁했지만 나의 희망은 결국 개 이름으로 귀착되고 말았습니다...만약에 희망이가 도망가거나, 잃어버리거나, 죽으면 희망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해도 녀석들은 막무가내 또망이, 또또망이도 있다는 데야 별수가 없었습니다. “멍 멍나 여기 있다며 희망이가 짖습니다.

 

11일 새벽 온 갓 욕심에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데 곁의 아내가 무슨 꿈을 꾸는지 자꾸만 자꾸만 웃습니다. 깨우려다가 문득 아내의 얼굴에 뜨는 해를 봅니다.

그냥 나도 한 번 소 웃음을 지어봅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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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형 씨와 함께

 

박람회를 마치고 광조우에서 몇 가지 업무를 처리하고 쿤밍 차창으로 왔습니다. 쿤밍의 기온이 영하 4도입니다. 윈난이 중국의 최남단 구름의 남쪽이긴 하지만 해발고도가 높아서 겨울엔 가끔 영하로 내려가는 날도 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감기에 걸리고 말았네요. 몸살기도 있고 해서 안닝근처에 있는 온천으로 가서 하루 몸을 쉬었습니다. 다음날 차창에서 그동안의 출고 상황과 재고를 확인한 후 쿤밍 공항에서 상하이에서 오신 진 선생님을 만나 린창으로 갔습니다.

 

식품공학을 전공하시고 국내의 대기업에서 식품관련 업무를 보시다가 10년 전 상하이로 넘어와 세계 최대의 홍차 생산업체인 립톤에서 한국, 중국, 대만의 품질관리를 담담하고 계신분입니다. 2016년 상하이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나서 인연을 키워온 분인데, 과학적 사고를 가진 분으로 20년간 오로지 차 관련 업무만 담당해온 진짜 전문가이십니다. 벌써부터 기회가 닿으면 고수차 산지를 탐방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번에 인연이 되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린창 공항에서 오운산의 린창기지를 담당하고 있는 샤오미의 남편을 만나서 숙소로 향합니다. 멍하이에서 우리차를 몰고 일곱 시간을 달려온 도부장과도 샤오미 집에서 만나 이번에 함께 할 일정을 점검해봅니다. 차철 에는 바빠서 기타 차산을 개발하기가 어렵습니다. 틈이 생길 때마다 그동안 둘러보지 못한 차산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번엔 린창쪽입니다.

 

빙다오는 노채를 중심으로 서쪽방향의 난포우, 디지에 동쪽방향의 빠와이, 노우로 나누어집니다. 노채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나머지 네게 마을은 디지에 이외에는 가보질 못했습니다. 노채는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서 손을 델 수조차 없습니다. 봄 고수차 가격이 1kg에 삼만위안 한국돈으로 오백만원을 돌파하면서부터는 저는 쳐다보기도 싫은 동네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매년 손님들 때문에라도 어쩔 수없이 몇 번씩은 찾게 됩니다. 마을 전체가 현대식 건물들로 완전히 바뀌었고 마을의 중심에 있는 주차장과 고수차를 견학하기위한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차의 가격 또한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몇 몇 지역의 원료가격은 맛과 품질적인 측면에서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명도에 편승한 일종의 가수요가 아닌가 합니다. 빙다오만 하더라도 차밭 환경은 오히려 노채보다 디지에나, 난포오가 더 좋습니다. 그러나 가격은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물론 개개인의 기호는 다를 수 있지만 맛과 품질도 저는 디지에 쪽을 더 선호합니다. 오운산이 올해 출시한 빙도차의 원료도 디지에의 단주 8그루에서 정선한 원료입니다.

 

또다시 산길을 달립니다. 울퉁불퉁 산길의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몸을 차의 움직임에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올곧게 살아오신 분들도 그냥 흔들리세요, 수고로운 어께를 의자에 붙이고 목도 머리도 기대면 좋습니다. 좁은 차 안에서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목을 뻗대고 있으면 하산해서 차도 탈나고 본인도 몸살 납니다.

 

그냥 수수천년 산맥의 허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 이리저리 나를 흔들며 안마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좌로 우로 휘청거리다보면 어느새 평평한 길에 다다르고 결국은 제자리에 돌아옵니다. 숙소로 돌아와 누우면 아무 생각 없이 잠도 잘 오고 다음날 아침에도 가뿐하게 일어나 집니다.

 

그렇다고 이유 없이 흔들리지는 마세요. 좌로 흔들릴 때 우로가고 우로 움직일 때 좌로 가지도 마세요, 아니 반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매사에 중심을 잡자면 기울임의 반대로 가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다섯 명이 타는 승용차에 다섯 명이 앉아서 가면 꽉 찬 길입니다. 한사람이라도 움직임을 거스르면 모두 불편합니다. 엽에 예쁜 사람이 앉았다고 해서 의식적으로 자꾸 그쪽으로만 다가가면 부닥칩니다.

 

힘겹게 살아온 어께를 다칠 수도 있습니다. 곁에 다소 불편한 사람이 있어도 차가 그쪽으로 기울면 그쪽으로 가고 이쪽으로 기울면 불편한 사람이 다가와도 그러려니 하셔야 합니다. 좌삼삼 우삼삼 서로의 기울기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비좁은 차안이지만 서로의 공감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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