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의방차

 

맹해 차시장에서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를 만나러 가면 늘 좋은 인연을 만들어 온다. 좋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좋은 사람을 만나고 또 좋은 차를 만난다.

 

2019314, 맹해에 있는 오운산고차본점의 간판 아래 전광판은 오늘의 모차 가격이 맴돌고 있다. 그렇게 오픈하는 모습은 스스로 대단한 자신감이 아니할 수 없다. 그렇게 당당하게 나타내고 있는 현상만 보아도 맹해에서 성공한 사람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좌측에서 첫 번째 최해철, 네 번째 강주일

 

이번 여행에서 혼자 방문하여 만난 사람은 청운 대표 강주일 씨다. 최해철 대표는 오늘 의방에서 한국 사람이 보이차를 잘 만든 사람이 오는데 같이 인사하고 저녁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하여 만나게 되었다.

 

나이는 젊어 보이는데, 5년 전에 차에 빠져 중국에서 관련된 공부를 하고 차 산지에서 숙식을 하며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 자신만의 차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윽고 그 차를 시음하게 되었다.

 

2018, 의방 고차수인데, 첫 번째 잔에서 밀도감 높은 차 맛을 보면서 제대로 만든 차라는 것을 직감하고 이 사람 또한 진실된 생산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마시고 함께 식사를 하고 와서 다시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이번엔 이전에 마신 차와 비교를 하기 위한 2017년에 생산한 의방차였다.

 

이 차까지 시음 한 후에 차에 대한 확신이 들어 이번 보이차도감 개정판에 이 차를 넣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미 편집이 끝났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조절해서라도 이 차를 넣는 것이 바른 일이라 생각하였다.

 

어느 것도 다를 바 없지만 차도 역시 최종으로 평가되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연을 이어주고 좋은 차를 만나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는 자연스럽게 오운산고차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 현재를 일구어 나가는 듯 하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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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31 1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s://seoku.com BlogIcon 석우(石愚) 2019.06.06 02: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이지만
    석가명차 최해철의 대표의 공개적인 답변을 운영자로서 대신 올립니다.

    네ᆢㅎ
    악성댓글이라기 보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글입니다. 경쟁력 있는 원료를 구하려다보니 아직은 덜 알려진 지역의 차밭을 찾게되고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가공 기술이 부족한 차농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희의 가공법을 잘 설명하고 최대한 협조를 부탁하지만 때론 약간씩의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변명의 여지없이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 오운산이 꾸준히 개선해야 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원료를 구하기위한 노력 또한 멈출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보이차는 모차의 제작과정에서 숯덩이,머리카락,볍씨,콩 등의 각종 이물질들이 흔히 발견되곤 합니다

    고수차는 대부분 차밭 근처의 초제소에서 차농이 직접 생산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아직은 선진화된 생산설비를 갖추지 못한 원인이 가장크고 차농들의 위생 의식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운산 고수차는 징디엔 또는 펀사이라고 부르는 기계선별 작업을 하지않습니다.

    숙차나 생태 차는 당연히 기계를 돌려 이물질 들을 제거하는데 고수차는 최대한 원료의 손상을 줄이기위해 직원들이 육안으로 제거만 하고 바로 압병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같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세밀한 검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차는 반자동 석모 긴압이라서 경우에따라 긴압상태가 약간 느슨할 수 있습니다만 이건 저의 보이차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기계로 압력을 조절하면 얼마든지 긴압은 단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만 저희는 전통적 방식인 석모 압병 방식을 선호합니다.
    끝으로 마시던 보이차를 다음날 마셔도 다른 차들은 생생한데 오운산 차는 금새 쉰맛이 난다는 것은 저로서는 좀더 공부를 해봐야 될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능하면 그날 마시던 차를 그대로 두었다가 다음날 다시 마시는 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종 유기화합물이 풍부한 차 일수록 빨리 변질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좋은 의견 오운산이 앞으로 더 좋은 차를 만드는데 귀한 자료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연함이 때로는 의문스럽게 느껴질 때 우리는 가끔 그 당연함의 당연함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차는 역시 마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보이차 시장의 중심이랄 수 있는 광조우의 팡춘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매시장에서 횡 횡하고 있는 거래 행태를 보면 차가 차가 아니라 일종의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이상한 주식입니다. 특정 차가 차창에서 출시되기도 전에 일부 세력들이 가격을 잠정적으로 결정하여 선입금을 받습니다.

 

박스 단위로 선입금을 받는데, 가격은 입금 시기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며 출시가 되고 가격이 결정되면 선입금 한 만큼씩 일정량의 차를 나누어 같고 제2, 3의 거래처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세력들이 연합하여 특정 차를 사고 팔고를 되풀이 하며 가격을 조절하는 가운데 죄 업는 차만 폭등 폭락을 거듭합니다. 똑 같은 차가 한달 사이에 수십 수백 만원씩 차이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사람, 깡통을 차는 사람들이 뒤섞여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이 지금의 보이차 도매시장입니다.

 

찻집에서 조용히 차를 음미하고 품질을 평가하기보다는 세력들의 움직임을 하루라도 빨리 간파하는 것이 차업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좋은 차를 생산하기보다는 유명한 차를 만들어야 되고, 포장되어 있는 차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화려한 포장에 찬란한 문장들이 손님을 유혹합니다.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대부분의 소상인들도 치고 빠지는 식의 대열에 편승하고자 혈안이 되어 이리저리 몰려다니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이차 업계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차창에서도 제작 발표회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투기를 조장합니다.

 

5년뒤 10년뒤 자식들 학비를 벌어주는 차, 집도 사고 장가 밑천도 만들어줄 수 있는 차라고 부추기며 마치 지금 사지 않으면 큰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박람회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휘황찬란한 디자인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차 품평대회 시상식의 맨 윗자리는 항상 그들이 차지하곤 합니다.

 

매번 마셔보면 그렇고 그런 차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세상에 좋은 말은 다 풀어놓은 듯한 설명서는 기본입니다. 차창에서 출시된 상태 그대로 박스에 손도 되지 말고 신주단지 모시듯 보관했다가 훗날 되 팔아야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의 품질에 관계없이 거대한 자본으로 홍보하는 유명 브랜드만을 좇아가고 그렇게 구입해서 또 그렇게 보관만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언감생심 맛이라도 보려고 박스를 열거나 개봉한 흔적이 있는 차는 제값을 받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박스에 택배 용지가 붙어 있거나 낙서한 흔적이 있어도 가격이 떨어집니다.

 

도대체 박스에 낙서가 있거나 택배 용지가 붙은 것이 차맛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차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마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조건에 상관없이 맛에만 집중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장가 아니 투기꾼들은 차맛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아예 관심도 없거나 마시지도 않습니다. 아니 마셔도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오로지 출처불명의 자본으로 시장의 주류가 되어 차값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이야기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에 귀속되어 그렇게 흘러가고, 저의 한숨은 그저 흐름을 좇아가지 못한 자의 넋두리 일 뿐이지요

 

작금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는 제가 오운산을 창업하면서부터 시작한 고뇌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미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른 진정한 고수 원료를 사용하여 브랜드 인지도도 미약한 업체에서 출시한 비싼 차가 과연 팔릴 수 있을까요?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저는 오히려 여기에 오운산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꾸준히 노력하여 언젠가 오운산의 정직함이 알려진다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 오운산 브랜드는 세계 속에 영원히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차맛은 어디에도 요행이란 없습니다.

 

맛있는 차는 역시 맛있고 맛없는 차는 맛없습니다.

 

갈릴레이의 한숨처럼 그래도 지구는 돌고 수많은 차산을 돌고 돌면서 그래도 맛은 언제나 정직하다는 믿음이 확신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수많은 박람회에 참가하고 수없이 많은 차인 들을 만났습니다.

 

가격만 물어보고 이상한 눈빛만 주고 가는 사람, 차업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일장 연설을 해주시는 분, 지금까지 생산한 모든 차를 사 줄 테니 자기 브랜드 밑으로 들어 오라는 상인, 차맛도 보기 전에 가격부터 깎아달라는 분 등등 모두들 저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손님이기에 정성껏 차를 우리다 보면 종종 진정으로 오운산이 만든 차를 알아주시는 분들도 만납니다.

 

이번에 잠깐 귀국하여 광주 김대중커벤션센터에서 열렸던 박람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중국과는 달리 한국의 박람회에서는 매번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여러 고객님들의 응원이 있지만 광주는 늘 직원들만 참가하다가 저로서는 처음 방문한 곳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서울과 대전 등에서 오로지 저희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 오신 분, 저희가 만든 차를 맛보기 위해 일년을 기다리다 오셨다는 분, 선뜻 거금을 현금으로 주시고 오운산 차를 구매해주신 분 등등 참으로 고마운 분들 덕분에 오늘도 이상하게 흘러가는 차세상이지만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나 뵌 어느 고객님의 말씀처럼 차는 애초에 투자, 아니 투기의 대상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차 구입해서 마시다가 남아서 자식에게 아름다운 유산으로 물려주면 좋고, 그 차가 가격이 올라서 어려울 때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오운산 차가 아니더라도 자가가 마셔보고 좋은 차를 좀 넉넉히 구입해서 지인에게도 선물하고 진실한 생산자를 키워주는 천사 같은 자본가 에게는 큰 절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차는 마시지도 않으면서 거상 행색 하면서 묻지마 투기씩으로 수십수백 박스씩 쌓아놓고 이차가 지금 얼마나 올랐느니 자랑이나 하고 다니는 투기꾼들의 꼬라지는 저는 정말 보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오운산 차는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투자하지는 마세요. 지금은 그럴 분도 없겠지만 누군가 원한다 해도 저는 그렇게는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오운산 차도 당해 년도 원료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매년 일정부분 인상되고 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폭등하여 부자 되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판매한 원금은 언제든지 보장하고 반품교환 또한 가능하지만 오운산 차에 투자하면 부자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제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입니다. 차업을 하는 입장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의 뜻이 닫지 않으면 결국은 모든 것이 저의 책임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부디 오운산 차는 쌓아두지 마시고 기쁠 때나 슬플 때도 늘 곁에 두고 호흡하듯 물 마시듯 즐기는 차이기를 소망하는 마음입니다.

 

차업도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파생 효과도 적지 않습니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도 사실은 어려운 것이지요. 정당한 투자라면 나쁜 것도 아니고 늘 어렵기만 하다는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차는 이러한 현실과는 멀어지게 하고 싶습니다. 차 한 잔 하는 순간만이라도 물질만능의 세계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게 하고픈 순진한 생각이 빗어낸 망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수백 수천년 동안 녹차처럼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마시던 보이차가 시장에서 이렇게 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경제가 발달하고 홍콩을 비롯한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던 보이차가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하면서 새롭게 독특한 맛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기술로 축적되어 오늘날 노차라는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얼마 남아있지 않은 백년 세월의 호급인급 차들이 맛의 호불호를 떠나 희소성 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다 보니 각종 부작용 또한 발생하고 있습니다. 좋은 원료로 제대로 만들어 당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차를 만들기보다는 대중에 영합하는 적당한 원료를 적당히 섞어서 대량으로 생산하고, 묵힐수록 좋아진다는 이유를 들어 무조건 수장부터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를 오로지 치부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투기꾼들이 시장에 개입하여 순수한 차인 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후 발효차인 보이차의 특성상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분명히 새로운 맛으로 탄생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리나 그해에 마시기 힘든 적당한 원료로 적당히 만든 차는 훗날에도 적당한 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 또한 현재 전 중국인이 몇십년 마셔도 남을 만큼 엄청난 물량이 저장되고 있는데 언젠가는 노차라는 환상이 사라지면서 폭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오운산의 핵심사상으로 當年好茶 經年新茶 (그해에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를 주장하는 원인과 경영이념으로 仁做仁茶 (사람이 만든 차 사람이 마십니다) 라고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꿈으로 시작한 오운산이기에 제가 오랫동안 차업을 하면서 경험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진정한 차인들이 일구는 참다운 차문화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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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풍채 마을

 

올해 각 지역 차산별로 생산한 모차를 모두 정리해서 차창에 보내고 병배까지 마쳤습니다. 뜨거운 증기를 쇄고 석모에 눌리어 동그란 모습으로 탄생하고 있는 차들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두세 달 숨 가쁘게 달려온 일정들을 돌이켜보면 때론 눈물겹기도 합니다.

 

차업에 몸을 담은 지 이십여년 오랜 세월 많은 차창들을 방문하며 그들이 생산하는 과정들을 참관하고 함께 한 손님들에게 그들의 차를 설명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직접 수많은 차산을 발로 뛰며 개발하고 시음하며 저의 기준에 맞는 차를 선택하여 이제 상품화하여 포장하고 있노라면 마치 달콤한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여러 고마운 분들의 덕분입니다. 이 세상 누구나 어떤 일에 종사하게 되면 언젠가는 직접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저 꿈만 꿀뿐 현실적으로 실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기회를 만들어 자신의 꿈을 펼치더라도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렵지요. 그래서 대부분은 시도조차도 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일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성공 여부를 떠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보람 있는 일일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시작함에 있어서 절박함과 간절함이 결여되어 있다면 결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도 합니다. 그저 막연히 해보고 싶었던 일을 그냥 해보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저에게 차업은 과연 무엇일까요!

1996년 내 나이 서른세 살에 운명처럼 차업에 몸을 담은 이후로 줄기차게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원래 천하에 천둥벌거숭이였던 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장사밖에 없었습니다. 나이 서른한 살에 어쩌다보니 딸내미가 생기고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기면서 더 이상 내 마음대로 훨훨 떠돌 수는 없는 인생이 되었지요. 그나마 가진 것이라곤 집안에 책밖에 없어서 당시에 유행하던 도서대여점을 통도사 근처에 조그맣게 차렸습니다.

 

이삼년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모아서 96년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찻집 겸 식당을 차렸습니다. 찻집만 했다가는 밥 먹고 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한쪽에 식당을 두었는데 나중엔 식당 손님이 늘어서 찻집을 한쪽에 둔 꼴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밥집이 잘되어서 이삼년 뒤 이젠 평생 차나 마시고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게를 접고 또다시 일이년 지리산 자락을 떠돌았습니다.

 

사는 기 뭐 별건가요! 혼자 있으면 외롭고 여럿 있으면 시끄럽고 그렇지요!

인연이 인연을 낳아 2001년 지금의 자리에 도로공사 후 길가에 버려진 통나무들을 주워서 얼기설기 찻집을 차렸습니다. 어쩌면 이때부터 차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전에 시작한 찻집은 전통찻집 개념으로 그냥 막연히 좋아서 시작한 것이고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차를 판매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원래 돈을 잘 쓸 줄도 모르기에 잘 벌지도 못하는 성격입니다. 어릴 때부터 워낙 가난하게 자라서 좋은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비싸다 싶으면 처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무쏘승합차를 몰고 다니고 내 몸에 걸친 명품이라곤 이십만원짜리 안경이 최고가입니다.

 

시계 반지 등은 아예 착용한 적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차고 입고 있는 명품이라고 부르는 제품은 봐도 모릅니다. 그런 쪽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이런 제가 장사를 하고 명품 차를 만들고자 하고 있으니 제가 생각해도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돈을 잘 벌 자신이 없었기에 돈은 늘 꼭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장사를 하고 있는 지금도 금전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서 때론 욕을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사람들과 이런 저런 차담을 나누다가 이차는 얼마 저차는 얼마라고 소개하기가 처음엔 참 부끄러웠습니다. 저를 믿고 차를 구입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은인 같은 분들이므로 어떤 때는 가격을 묻는 손님도 부끄럽고 대답해야하는 나도 부끄러워서 멈칫거리다가 원가를 알려드리고 마 알아서 주고 가이소 하고 만적도 많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속된말로 세상에 달고 달아서 저도 장사꾼이 다되었습니다...그러나 제 성격상 천성적으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편이라서 아직도 돈에 대한 집착은 없습니다. 다만 사업을 하다 보니 하도 자금 때문에 곤란한 경우를 많이 격어서 지금은 여유 자금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양심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돈도 좀 벌어서 좋은 일에도 쓰고 나중엔 자유롭게 여행도 좀 다니고 싶습니다.

 

철없던 시절엔 부자들이 무작정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내 삶이 대책 없이 가난했으므로 일종의 반항 심리가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장사를 하다 보니 꼭 좋은 손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쁜 손님이 나중에 좋은 손님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이십여년을 한결 같이 저희를 믿어주고 찾아 주시는 분,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저희가 어려울 때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 이제와 생각해보니 고마운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분들 때문에 오운산이 올 봄차도 무난히 생산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미래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큰절 올립니다.

 

520일 경에 귀국할 계획인데 오가시는 길에 방문해 주시면 뜨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오운산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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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명차(오운사고차 맹해 본점)

 

안녕하세요. 최근 며칠 동안 라오반장조춘특제를 생산하느라 매일같이 바쁘게 살았습니다. 오후에 라오반장에 올라가 생잎을 수매하여 저녁 늦게 저희 초제소로 돌아와 새벽까지 살청을 하고 다음날 다시 올라가는 날들을 반복했습니다.

 

오운산고차 직원

 

올해 모차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인연 맺은 차농들과 소중한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 멍하이 쪽의 생산량을 대충 맞추고 며칠 뒤 린창으로 넘어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댓글로 혹은 문자로 때론 메일로 어쭙잖은 글에 대한 인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427일로 카카오그룹 시스템이 종료된다고 합니다. 언젠가 다시 인연이 되어 만나 뵈올 날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필요한 자료들이 있으면 다운 받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석우연담과 오운산고차 홈페이이에도 멍하이 일기가 올라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바른 차인으로도 유명하신 목사님께서 매번 좋은 글들을 보내주셔서 후기로 대신 올려드립니다.

 

최해철 대표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몇 명 되지 않는 교인들과 부활절 예배를 드린 뒤 정리를 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오후 3시 경이었습니다. 피곤했는지 마룻바닥에 퍼져 잠이 들었다가 저녁을 먹고 밤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아내를 병원에 태워주고 선생님의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글들은 한 편도 빠짐없이 최소 두 번씩은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노고와 열정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차를 만드는 과정을 고스란히 글로 보여주신 이번에 올려 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사실 차를 과학을 동원해 연구하기 시작한 시간은 경험을 통해 만든 시간에 비하면 굉장히 짧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 사람들은 채엽에서 위조, 살청, 유념, 쇄청, 압병의 모든 과정을 경험에 의거해 했습니다. 대가(달인)란 각 과정을 기계 없이 해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내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십 수년 이상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각종 차를 마셔온 저로서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관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잘못 만든 차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만들어진 차는 보관이 크게 맛을 좌우하지 싶습니다. 보관과정이 잘못되면 잘 만들어진 차도 수준 이하가 될 수 있고, 조금 떨어진 차도 보관이 잘되면 기대 이상의 맛을 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홍콩의 전통 있는 차상들이 입창과 퇴창을 통해 차맛을 조절하는 것도 이런 점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관도 중요하지만 차맛은 물을 포함해 차를 우리는 기술이나 차를 마시는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싶습니다. 즉 팽주의 차에 대한 조예나 입담, 참석하는 사람들의 사회적인 수준, 우려내는 차의 종류와 이 차의 가격(비싸면 맛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느낌), 다회에 참석할 당시 본인의 감정 등이 모두 포함될 것입니다.

 

사람의 입맛은 상대적입니다. 내가 맛있다고 하는 차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차일 수도 있고 또 반대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시집이나 책의 서평을 신뢰하지 않고 거의 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글들이야말로 품앗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차 맛에 대한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좁은 차계(茶界)에서 맛 평가를 잘못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거나 원수가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상대적인 차맛과 차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다툼으로 인해 싸우고, 비난하고 원수가 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숨겨왔던 부끄러운 이야기를 선생님께 해야겠습니다. 차를 처음 시작할 때 부산에서 알아주는 고수가 우려 주는 노차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다. 상대는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본인이 스스로 감탄하고는 했지만 수준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저는 맞장구는 쳤지만 별로였습니다. 저는 차맛이란 본인이 차를 대하는 자세나 경험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좁은 소견인지 모르지만 저는 차 맛을 보고 그 맛을 평가할 수 있는 선생님 정도 수준의 차인들이 우리나라에 몇 명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은 높은 수준에 있지만 전혀 전문가 티를 내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어찌 어찌 하다 보니 번데기 앞에서 또 주름을 잡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하시는 일과 마음 씀씀이를 100% 지지합니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선생님의 태도야 말로 구도행각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선생님과 같은 차인이 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차를 대하는 선생님의 생각과 자세가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모든 분들에게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빕니다. 아울러 하시는 일과 가정에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듬뿍 임하기를 바랍니다.

 

201841일 해운대에서 올림

 

힘든 날

 

잘 지내다가도 오늘 같은 날이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고 모든 것들이 하찮게 느껴집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살지 않을 수도 없음이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지요.

이해할 수 없는 삶

어찌할 수도 없는 현실 속에 갇혀 있는 자신을 보노라면

한심하기도하고 처량하기도 합니다.

바보처럼 그냥 앉아서 울어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무겁고

해 저문 골목길을 서성이며

주름진 눈가에 소금가루가 쌓입니다.

 

좋은 날이 있겠지요.

어찌 늘 슬프기만 하겠습니까!

꾹꾹 누른 슬픔이 자꾸만 비집고 올라오지만

좋은 날이 있겠지요. 좋은 날이 있겠지요.

좋은 날 너무너무 좋은 날

마음껏 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웅크려 생각해보니

슬플 때 슬퍼하지 못한 죄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한 죄가 있습니다.

때론 기쁨을 감추고 때론 슬픔을 감춘 체 살아온 세월이

대못처럼 가슴 깊이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뽑을 수가 없습니다.

박은 이유를 알기에

뽑아버리고도 싶지만

출혈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굳어버린 목숨 다시 죽기 싫어서입니다.

 

* 매일같이 제가 좋아하는 차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가끔은 힘든 날도 있습니다.

물설고 낯 설은 머나먼 타국에서 홀로 사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지요. 여러분들도 상황은 다르지만 다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같이 위로하고 더불어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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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차농과 계약한 날

 

이번으로 멍하이 일기 마지막 글을 올립니다. 처음에 일기형식으로 막연히 시작한 글이 석우연담 박홍관 선생님의 초청을 받아 여러분들에게 회자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설픈 글을 한국최대의 차 관련 블로그 석우연담에 카테고리까지 만들어 올려주신 박홍관 선생님께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경험도 많고 뛰어난 분들도 계실 텐데 어쩌면 일방적일 수도 있는 저의 생각을 공적인 공간에 일년여동안 연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혹여 그동안 읽으면서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보이차를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저의 소망을 논의의 장에 올리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점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역적 차이입니다. 현재 보이차는 크게 이우, 멍하이, 린창, 푸얼 네게 지역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유명 차산지가 있고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우선 토양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멍하이 지역은 대부분 홍토이고 땅 심이 깊습니다.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곳을 지나다보면 지표면의 수십미터 아래에도 돌멩이 하나 없는 홍토 천지입니다 토양의 진화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직감적으로 홍토는 아직은 젊은 정열적인 그 무엇인가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멍하이 지역의 차맛은 대체로 강열하고 풍부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쓴맛이 약간 강합니다.

 

그리고 푸얼과 린창 지역은 대체로 돌멩이와 바위가 많습니다. 홍토가 세월이 흘러 돌로 바위로 굳은 느낌입니다. 맛은 평균적으로 멍하이 지역에 비하여 안정적이고 정제된 느낌이라서 인생 중년의 중후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떫은맛이 약간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우 지역의 토양은 홍토가 굳어 바위가 되고 다시 풍화되어 흙이 되어 쌓인 느낌입니다. 맛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매끈합니다. 흡사 산전수전 다 격은 노년의 여유로운 풍미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단맛이 비교적 좋습니다.

 

그리고 변경지역인 미얀마는 린창에 인접한 곳과 멍하이의 포랑산에 인접한 곳으로 나눌 수 있는데 린창 쪽은 비교적 달지만 맛이 단조롭고, 포랑산 쪽은 쓴맛이 강한 품종이 많습니다. 배트남, 태국 쪽은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맛의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이우 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 차는 잘 선택하면 이우 쪽의 고수차 맛과 흡사한 경우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맛이 엷은 편입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토양 전문가도 아니고 맛 또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 느낄 수 있으므로 저의 느낌이 각 차산의 특징을 확정짓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제가 보이차가 생산되는 이백여 곳의 차산지를 일일이 다니면서 살펴본 환경과 시음해본 평균적인 맛을 정리하자면 대략 이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차맛을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품종입니다. 근년에 심은 소수차밭에는 대부분 같은 품종으로 식재되어 있지만 고수차의 경우 어느 차산을 가 보아도 다양한 품종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차나무의 모양도 다르고 잎의 크기도 다르며 색깔도 다릅니다. 저의 경험으로 등나무처럼 가지가 휘어진 종류는 화향이 좋고, 소엽종은 단맛이 좋으며, 백호가 많고 흰색이 두드러지는 품종은 쓴맛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토양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같은 품종이라도 홍토가 많은 지역과 바위지대에서 자라는 차맛은 다릅니다. 세 번째는 일조량입니다. 차나무가 자리한 위치에 따라 일조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대체로 양달쪽은 단맛이 좋고 응달에는 쓴맛이 강한 편입니다.

 

기타 해발 고도의 차이, 밀식이냐 산식이냐의 차이, 차나무 수령의 차이, 등이 차맛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입니다. 그 외에도 가공방식의 차이, 사용하는 물과 다기의 차이, 보관방식의 차이에서도 차맛은 다릅니다. 심지어 마시는 사람의 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차맛은 수시로 변합니다. 좋은 차맛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차는 결국에는 맛으로 귀결됩니다.

 

차업을 시작한지 이십년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차를 생산한지 올해로 사년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여전히 묻고 또 묻는 것이 이 맛의 화두입니다. 차가 생산되는 모든 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맛이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차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원료를 선택하여 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어떤 종류의 맛을 선택하여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오운산의 차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냐가 여전히 저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올해도 이산저산 부지런히 다니며 저의 기준에 맞는 원료들을 선택하고 있습니다만 수없이 많은 제품들 중에서 오운산이 선택되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시장의 몫입니다. 인연따라 차업에 몸을 담았고 제 인생의 마지막 꿈을 담은 오운산이지만 언제까지 저희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부족한 저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이기에 최선을 다해 살려 보고픈 마음입니다.

그동안 멍하이 일기를 애독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큰절 올립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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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명차 빙도 기지 앞에서

 

어제 밤늦게 린창 오운산 기지에 도착하여 간단히 야빠오 차를 시음하고 바로 준비된 숙소에서 쉬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희 승합차와 린창 기지에서 준비한 픽업 차량 두 대에 손님들을 태우고 빙다오를 오릅니다.

빙다오 노채 까지는 세멘 벽돌을 박아서 만든 길인데 몇 구간은 아직 작업 중이지만 거의 완성단계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포장이라서 비가 오면 흙탕길이라 오르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석가명차 빙도 기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이차가 생산되는 지역답게 한집 한집의 규모가 건평으로 보통 백 평이 넘고 수백 평이 되어 보이는 집도 있습니다. 계단으로 잘 정리된 고차수 산책길을 따라 마을 중심의 차밭을 둘러보고 마을 위쪽에 있는 빙다오 모수차를 친견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나무의 씨앗이 떨어져 빙다오 차밭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작년에 한 줄기가 부러져 지금의 모습인데 원래는 더욱 웅장한 수형을 자랑했었습니다. 매년 샘플 삼아서 조금씩 모차를 구입하는 차농 집에서 작년의 노채차들을 시음하고 선물로 준 용주차(구슬처럼 돌돌 말아 놓은 차)를 점심을 먹으며 재미삼아 경매로 붙였습니다.

 

생각과 달리 이번에 오신 손님들은 어쩌나 단결심이 좋은지 모두 담합하여 천 위안에 대구의 병원장님께 낙찰되고 말았습니다.

 

8g짜리 36개면 300g정도인데 노채 중수 가격이 1킬로에 200만원 정도인데 300그람이면 대충 계산해도 60만원입니다. 이차를 15만원에 낙찰 받으신 병원장님은 횡재하신 것이니 이번에 함께하신 일행 분들에게 꼭 소주한잔 사셔야 됩니다...

 

농담이고요! 빙다오의 현재 시세를 알려드리는 의미에서 이렇게 계산해 보았습니다. 빙다오는 소수(50년이하), 중수(50~100), 대수(100년이상)으로 차나무를 구분하는데

 

빙도 태후앞에서 기념사진

 

봄차 가격은 소수(80), 중수(200), 대수(4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 수령이 특별이 오래된 것은 딴주차로 따로 구분합니다. 딴주차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데 모차 1키로에 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던 경매 낙찰금액 천위안은 이번 일정 내내 고생하는 저희 직원과 린창기지 직원들에게 200위안씩 나누어주고 오운산 빙다오 기지가 있는 디지에로 향합니다.

 

기지에는 사륜구동 차가 아니면 오르기 힘들 정도로 험한 길입니다. 이번에 다시 해발을 척정해보니 디지에 1호 차밭의 해발이 1950미터 전후입니다. 이번에 함께하신 일행 분들 모두가 노채보다 이곳의 환경이 훨씬 좋다고 인정하십니다. 오운산 린창기지에서 계약한 차밭은 모두 세 군데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올해 첫물차로 빙다오 조춘특제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곳의 현재 시세는 노반장과 비슷한데 노채 가격의 삼분의 일 수준이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노채 차와 견주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맛과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빙다오에 오면 항상 들리는 빙다오 호수 바로 아래에 있는 송어 양식장에서 민물 생선회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린창기지의 숙소에 도착하여 작년에 생산된 차들을 다 같이 시음합니다. 처음엔 다들 가격대비 괜찮은 샤후싸이(小户赛) 차들을 조금씩 구입하시더니 빙다오 지계차를 맛보시고는 전부 바꾸어 달랍니다...

 

차산 기행을 하다보면 현지에서 방문 기념으로 조금씩 보이 산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원가가 오픈되는 문제도 있고 여러 사람이 원할 경우 일정이 지체되는 등 번거로운 부분도 있어서 되도록 구매를 권하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자면 어떻게든 이윤을 남겨야하지만 여기까지 저희를 믿고 찾아주신 분들이기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있는 그대로 오픈하고 조금씩 구입할 수 있도록 해드립니다. 그러나 저희와 협조 관계에 있는 차농들이 저희에게 제공하는 가격이 오픈되면 곤란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침 이번에 함께하신 스님께서 통도사개산대제기념으로 제작하신 귀면상을 몇 개 가지고 오셔서 린창기지에 선물로 주었습니다. 악한 기운을 쫓고 복을 부르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을 해주고 스님이 직접 그림 뒤쪽에 샤오미 이름을 적어 주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가게의 보배로 걸어두겠다고 남편 이름도 같이 적어달라고 합니다. 스님이 흔쾌히 적어 드렸더니 착한 샤오미 너무나 좋아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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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정이 만만치 않아서 일찌감치 아침으로 미시엔(米线쌀국수)을 간단히 먹고 시꾸이(昔歸)로 향합니다. 미시엔 가격은 한 그릇에 한국돈 천원정도인데 윈난의 웬만한 큰 골목마다 있어서 바쁜 아침을 해결하기는 그만입니다. 아침을 보통 밖에서 먹는 중국은 도시든 농촌이든 어디에나 미시엔 가게가 있지만 윈난의 미시엔은 특히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윈시엔(云县)에서 시꾸이로 가는 길에 있는 따챠오산(大朝山)을 지나면서 길가의 찻집에 잠시 들렀습니다. 작년에 생산된 따챠오산 딴주(單株)차라며 우려 주는데 가격대비 품질이 아주 괜찮습니다. 몇 년 전부터 눈 여겨 보고 있는 지역인데 이번엔 시간 관계상 차산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다음에 꼭 확인하고 싶은 곳입니다.

 

가게에 열편정도 남아있는 단주차를 모두 구매하려는데 주인이 잠깐 망설입니다. 한국인 특유의 기질을 발휘하여 결국 샘플도 남겨두지 않고 전량 구입하고 다시 산길을 달립니다.

 

곳곳이 바위투성이 산입니다. 대체적으로 린창 지역은 바위와 돌이 많은 토양이지만 방동은 그중에서도 적당한 크기의 자연석들이 차나무와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어서 색다른 운치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중간에 화물차가 넘어져 길을 막고 있어서 잠시 우회 했지만 윈시엔에서 방동까지 세 시간여 이지역의 오운산 원료를 담당하고 있는 차농집에 들러서 점심을 먹습니다.

 

차농의 손님 접대에서 빠지지 않는 요리가 토종닭입니다. 저는 닭 모가지도 못 비트는 종족이지만 먹기는 잘합니다. 적당히 잘라서 물에 끓인 탕 요리가 주류인데 쫄깃쫄깃 한 육질이 식감을 자극합니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마당을 둘러보는데 한편에 마약의 일종인 양귀비가 자라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서 이거 큰 일 나는 식물 아니냐고 하니까 이 산골에 누가 와서 잡아가겠냐며 웃고 맙니다. 혹여 알더라도 가정용 상비약으로 조금씩 제배하는 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답니다. 이번 여행에서 연세가 가장 많지만 누구보다 씩씩하신 건설회사 회장님께서 양귀비꽃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한국의 산골에서도 옛날에는 배앓이에 좋다며 조금씩 기르곤 했답니다.

 

란창강 변에 자리 잡은 시꾸이는 망루산(忙麓山) 자락에 위치한 마을입니다. 해발은 700미터 정도이고 물을 좋아해서 주로 강 주변에 살게 되었다는 따이족 마을입니다. 현재 고수차가 있는 마을에 따이족이 사는 경우는 아주 적은 편입니다. 강변은 주로 평야 지대이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옛날에 무성했던 고수차밭은 대부분 농작물을 심는 밭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따이족이 거주하는 지역은 도심에 가까이 있거나 대부분 논농사 위주의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시꾸이는 주문하시는 분이 많아서 올해 오운산에서 시꾸이 순료차를 출시할 계획인데 근년에 가격이 너무 올라서 걱정입니다. 시꾸이 차농집에서 작년 순료고수차를 마시며 가격을 물으니 4800위안이랍니다. 딴주급은 8000위안으로 라오반장 가격과 맞먹는 가격입니다. 그 지역의 진정한 고수순료의 맛을 소개한다는 차원에서 매 년 두 세군데 순료차를 출시하고 있는데 자금 상황을 봐서 조금이라도 생산할 계획입니다.

 

시꾸에서 린창을 거쳐 오늘의 숙소인 쐉지앙의 오운산 린창기지로 가는 길이 최근에 새로 개통되었다기에 흔쾌한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해발 3000미터는 족히 넘을 듯한 우노산(五老山)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개발제한구역 표시가 있습니다. 이산의 정상을 넘어가는 산길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가장 높은 길에서 휴대폰의 해발표시기를 보니 2780미터가 나옵니다.

 

백두산 꼭대기보다 높은 길인데 발아래로 끝없이 펼쳐지는 산맥들의 출렁임이 현기증을 일어 킬 정도입니다. 그 산맥 너머로 석양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들 버스 안에서 사진 촬영을 하느라 야단입니다. 정상부근에 공터가 있어서 잠시 쉬어 가는데 야생차를 채엽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야빠오(芽孢茶)라고 부르는 것인데 새싹만 따서 가공해서 마시는 차입니다. 차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잎이 자라면서 보랏빛을 띄웁니다. 이곳이 워낙 해발이 높은 지역이라 바로 길옆에서 야생차를 채엽하는 장면을 봅니다. 생잎 가격을 물으니 일키로에 40위안이랍니다.

 

모차 가격은 보통 300위안전후인데 야생차는 수분이 많아서 5키로 이상을 덖어야 모차 1키로가 생산됩니다. 시음용으로 몇 키로 구입하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채엽하던 사람들이 전부 몰려옵니다. 결국 모차 10키로, 생잎 33키로를 구입하여 쐉지앙의 오운산 기지에서 반은 가마솥 살청으로 만들고 반은 그늘에 말려서 시험 생산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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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차

 

전제형이 최해철에게 메일로 답변한 글

최해철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회사 연구실에서 짬을 내어 두 가지 샘플에 대해서 수분 함량과 수분활성도(aW, Water activity)에 대해서 측정해 보았습니다.

 

먼저 기계에 대해서 간단히 사진을 보내어 드립니다. 수분활성도 측정하는 기계와 수분 함량을 측정하는 기계입니다. 각각 사진 2장씩입니다. 그리고 샘플에 대해서도 사진 보내어 드립니다.

 

첫 번째는 사장님께서 생산하시는 2016년 보이생차 오운산 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분이 잘 통과되지 않는 재질의 포장재에 넣었고, 습도 조절을 확실히 하는 저희 집 거실에 보관한 것입니다.

 

두번째 샘플은 제가 구매하고 보관하고 있는 대익 75422012년 생차입니다. 제가 출시 되자마자 구매를 하여 집 거실에 보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장재는 종이 상자에 넣어 외부 습도에 영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조건입니다. 물론 집안의 습도는 항상 60% 이하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보시면, 오운산 생차의- 수분함량은 7.53%입니다.

 

- 수분 활성도는 0.53을 아주 낮습니다. 효소가 있어도 작용할 수 없습니다. 즉 그냥 자연산화(자동산화, auto-oxidation)에 의한 산화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녹차도 우롱차도 백차도 모두 겪는 동일한 변화가 보이차 생차에서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대익 75422012년 생차의 결과는 수분함량 8.04%와 수분활성도 0.533으로 오운산 생차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 나면 녹차나 백차 그리고 우롱차에 대해서도 분석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일반인에겐 중요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저 같이 과학하는 사람에겐 중요합니다. 꼭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저도 자료를 정리하여 저의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jehyeongjin에 게재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진제형 드림

 

최해철이 진제형에게 메일로 답변한 글

 

결론

먼저 귀한 시간을 내어 실험까지 해주신 것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대익의 7532나 오운산 미가 수분함량이나 수분활성도 측면에서 효소의 실활 상태인 0.85이하라는 사실이 실험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저로서는 다소 의외의 결과이지만 신임할 수 있는 분의 과학적 실험의 결과이기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보이차에 있어서도 녹차, 우롱차, 백차, 등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변화 즉 자연산화(자동산화, auto-oxidation)에 의한 산화만 발생할 수 있다. 여기까지 인정하니까 많은 부분이 이해되지만 또 다른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노오룡차나, 노백차의 개념 정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보이차뿐만아니라 다른 차들도 세월이 흐르면 자연산화 즉 자동산화(auto-oxidation)가 일어나며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의 여지는 있지만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녹차도 예외 없이 노차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당장은 오랜 세월 길들여온 맛의 기준 때문에 호불호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 그러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보이차에서도 노차의 개념이 형성된 것은 20세기 중반이후의 일입니다.

 

보이차도 옛날엔 대대로 녹차처럼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바로 먹던 차였지요. 청나라 때 황실에 공납되었던 보이차도 햇차였으며 황제가 즐겨먹고 각국의 사신들에게 선물한 차도 햇차였습니다.

 

20세기 이후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보이차도 생산에 용이한 방식으로 발달하였습니다. 문화혁명을 거치며 옛 사람들의 터전을 따라 남아있던 고수차는 체엽과 관리의 불편함에 베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는 고무나무나 바나나 등의 경제작물로 전환되었으며 대단위의 신식 다원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러나 흔히 대지차라고 부르는 운남의 제배다원에서 생산된 찻잎은 고수차나무에서 생산된 원료와는 맛이나 향기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오운산이 고수차에 천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드럽지만 농밀한 맛과 향기가 좋은 고수차 와는 달리 대지차는 다소 자극적인 떫고 쓴 맛이거나 회감이 부족하고 밍밍한 편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드럽고 순한 숙차가 개발되었고 생차는 묵혀서 마시는 음다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기호에 맞춘 각종 기술들도 개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문제는 녹차나 기타 차들과는 다른 것 같은 보이차의 산화입니다. 최근엔 오룡차나 백차도 노차로서의 가치가 증폭되고 있지만 보이노차와는 맛이나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효소가 작용할 수 없는 실활 상태에서 자동산화로만 변화한다고 보기에는 보이차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고 화려하다고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보이차 산화(발효)의 원인 및 특징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윈난과 주변의 국경일대에 산재해 있는 차나무의 성분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타지역의 차나무에 비하여 폴리페놀 등의 함량이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둘째 제조 방식의 차이를 들 수 있겠습니다. 살청 과정이 개괄적으로 효소의 작용을 멈추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보이차의 살청 기법은 기타 차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보이차와 다른 차를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는 쇄청 즉 보이생차의 마무리 건조과정을 햇볕에 맡기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외선을 비롯한 태양속의 각종 광선과 유념을 하면서 진액으로 흘러나온 차의 성분이 만남으로서 현지에서 흔히 태양미라고 부르는 독특한 맛이 형성됩니다. 이 맛이 세월과 함께 보이차만의 특별한 풍미로 진화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째 녹차와 홍차 등은 출시할 때의 맛을 기준 함으로서 최대한 변화를 차단시킨

밀봉상태(캔이나 페트병 등도 통기성이 있음으로 완전한 밀봉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음)로 출시하지만 보이차는 죽통 내지는 종이 포장방식이므로 외부의 고온다습한 환경에 쉽게 노출됨으로서 산화(발효)에 용이한 점이 있습니다.

 

넷째 홍콩이나 대만 등에서 오랫동안 보이차를 취급한 분들의 다양한 경험이 하나의 기술로 축적되어있습니다. 이러한 노하우가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적용되어 인위적인 촉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다소 복잡하고 긴 토론을 마무리 할까합니다.

 

아직도 보이차의 산화(발효)에 대하여 불확실한 부분들이 있지만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귀울이며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바쁘신 중에도 토론에 성심 성의껏 답해주신 진제형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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