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기남

16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이루향서원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 동행한 김 경우 대표가 96등중등을 마시자고 하여 차를 준비하였는데, 필자는 광주에서 새벽에 도착하여 작업을 하고 나온 뒤라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정진단 원장에게 혼미한 정신을 맑게 할 만한 향이 있으면 품향을 하고 싶다고 했다.

 

뭔가 강한 기운으로 조금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자 바로 향 조각 하나를 내밀면서 이것을 맡아보라고 했는데, 온기가 없는데도 향기가 나는 것이 아닌가. 침향이든 기남이든 일정한 열이 가해졌을 때 향이 나는데 이것은 향이 자체에서 풍기는 것 같았다.

 

녹기남이라는 향으로 지난번 3조각을 낸 것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만져보고 코끝에 가져가서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 기분이 고양되는 시간, 정 원장은 다른 기남을 품향할 만큼 향 칼로 잘라내었다. 그렇게 차 한잔 마시면서 전기 향로에 향을 올려 품향을 하게 되었는데, 한 번에 쓰윽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두터운 향 기운이 층층으로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몸 컨디션이 안 좋아 요청하여 향을 맡게 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맑고 향기로운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피로감이 풀렸는데, 차와 향이 어울려 함께 나누는 시간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 정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좋은 향을 흠향하면서도 이를 대단하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香人의 요청에 무엇이든 좋은 향을 무심하게 내어 그 자리에서 즐거움을 가질 수 있고, 차를 마시며 품평을 하지 않고 한 마디 던지는 것을 좋은 의견으로 받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자리가 좋은 것 같다.

이날 좋은 향을 무심하게 칼로 툭툭 잘라 품향할 수 있게 해준 주인에게 감사한 마음도 전한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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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향도 체험장에서 품향 시간

북경 석경산石景山 자선사慈善寺에서 향 문화를 주제로 한 국제 교류 행사가 2019827일 열렸다. 중국 민속학회 중국향문화연구중심에서 주관하고 석경산문화여행국과 석경산구 비유중심, 자선사 문물보호소에서 후원한 경서고향도문화국제학술대회는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학술인들의 참여로 성황을 이루었다.

 

경서 고향도 文化展

공식 행사를 마치고 일본과 중국, 한국의 부스에서 손님들께 향과 차를 체험하는 시간이 있었다. 여기서 중국의 향자리에서 느낀 점은 그들은 향전문가가 손님께 무한히 베푸는 자리로 보였다. 이 행사에 참여한 손님들에게 수준 높은 향을 소개하고 그 향을 즉석에서 품향시켜주는 모습이 우리에겐 좋은 기회인데 그 좋은 것을 다 배울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필자의 솔직한 심정은 좀 더 많이 공부하고 왔다면 이런 기회에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런 자리에 초대받은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일본 향자리에서의 품향 시간은 중국과는 다른 느낌과 풍경이었다. 중국은 침향의 현물을 그대로 덩이째로 가져와서 보고 즐기고 공부하는 자리였다면, 일본은 아주 오랜 기간 시노류파에서 교육을 담당한 연구가의 지도로 6가지 향을 흠향하고 종이에 직접 감상을 적는 것까지 했다.

 

이는 오랜 시간동안 프로그램화 되어 온 향도의 품향 프로그램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중국의 부스와 완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일본의 품향시간은 향에 대한 교육이라는 면에서 많은 공부가 된 시간이었다.

일본 향연구가의 품향하는 모습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많은 공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게끔 실제적으로 향에 대한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자입장에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품향 시간에 연구자의 품향 모습은 사진으로 담았지만 그 얼굴과 자세에서 범접할 수 없는 절도와 내공도 엿볼 수 있었다.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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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남향

 

일요일 오후 티웰에서 발행한 대표적인 책의 교정을 봐주신 손선화 선생과 이루향서원을 방문했다. 정진단 원장과는 안국동차관 오픈 행사 이후 3년 만에 만났지만 가끔 댓글을 통해 서로 안부 인사는 주고받았기에 찻자리는 편안한 자리였다.

 

처음 낸 차는 덕화백자 개완으로 무이암차를 내었다. 향서원에서 자주 마시는 차이지만 좋은암차는 늘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머리가 상쾌해짐을 느낀다. 첫 번째 차를 마시고 정진단 원장은 전기 향로를 꺼내어 향을 사르기 위해 준비한다. 무슨 향인가 물었더니 기남향이란다. ‘오늘 같은 날 좋은 향 한 번 피우고 싶다고 한다.

기남향 품향

품향을 마치고 마신 보이산차

 

이루향서원에서는 기남향을 숯불이 아닌 전기향로로 피우기는 처음인 것 같다. 사용의 편리성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향로를 손으로 잡고 코앞으로 가져오는 순간 올라오는 신선하고 깊은 향이 예리하게 스며왔다. 시간 차이를 두고 두 차례 향을 맡으면서, 찻자리에서 참 오랜만에 좋은 향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느껴보았다.

찻자리 동영상 

 

향의 깊이가 전통방식의 수준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상대방에게 엄숙한 향 자리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그 기운을 안겨주고 싶은 주인의 배려로 선한 향 기운을 받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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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art 2018.03.27 2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분 덕택에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인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고요.
    정진단 원장님과는 이제 두번째 자리였네요.
    발을 다쳐 수술 후 절뚝이며 겨우 참석한 첫번째 만남에서, 긴머리에 향의 향과 이미지에 품어 나오는 향에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던 날.

    두번째 만남, 그 향기 가득함에 쇼트의 밝고 명쾌한 느낌까지 더해진 원장님과의 몇 시간은 어쩌면 그렇게 편안하고 향기롭게 느껴지던지요.
    고마움에 몸둘 바를 모를 순간도 있었습니다.
    이루 원장님, 고맙습니다. 갑자기 가느라 빈손이 민망했는데 머리에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던 기남향의 깊은 향,
    찻물소리까지 함께 마셨던 맛있었던 차들,
    칠현금 소리가 듣고 싶었는데 직접 찾아서 들려주신 따스함,
    명장의 솜씨가 빛났던 파스타와 피자도 잊지 못할 시간이었습니다.

    찻잔이야기에 나오는 '수여좌' 글이 생각나게 했던, 좋은 자리 마련해 주신 박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다음에는 꼭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사실, 또 가고 싶은거예요.^^

향회가 시작되면서 고쟁을 연주하는 모습

한국향도협회(회장 정진단)가 설립된 이후 공식적으로는 두 번째 맞이한 가을 품향회다. 전국에서 모였다. 처음에는 방명록에 붓으로 이름 하나를 쓰는 것이 어렵게만 여겼는데 이제는 좌중이 그러한 부담에서 자유롭다. 이번에는 만년필을 준비해서 인지 품향회에 자리하는 방법에 대해 익숙해진 탓이다. 또 품향을 마치고 향기에 대한 소감을 적을 때도 상당히 어려움을 느꼈는데 이제 그동안 집에서 또는 향실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조금은 익숙한 것으로 보였다.

한국향도협회 정진단 회장

익숙하지 않은 만년필을 잡았지만 편하게 향을 접한 마음을 적기도 한다. 이렇게 한국에서 향도문화를 개척해나가는 협회 회원들의 품향회는 비록 작은 보폭이지만 차공부를 많이 한 선생들 덕분에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인다.

대금연주(도현 선생)

향실의 분위기가 새롭다. 고쟁을 연주하는 연주자 앞에 그물망처럼 길게 늘어져서 악기가 가려지고 있다. 이번에는 대금과 고금연주에 '태백 선도' 도현선생을 초청하여 품향회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향을 맞이할 준비의 명상, 기다림

품향회는 이제 시작합니다 하면, 참석한 이들은 방명록을 작성한다. 그 시간 고쟁 연주가 있다. 참석자는 그 아름다운 선율에 모두 이름을 적으면서 품향에 대한 마음자리를 잡고 새로운 시선이 신선하게 보였다. 첫 번째 침향은 ‘해남 생결’로 덩어리를 부셔서 훈향하였는데 맑은 단맛과 굵고 깊은 향이 난다. 두 번째는 베트남 충루로서 그윽한 꽃향기가 나는 듯, 시원한 맛이 나다가 우유 단맛이 나는 덧 한 향이 특별하였다. 세 번째는 해남 생결을 한 번 더 하였다.

고금연주(도현선생)
 
중국향도 책에서 볼 수 없는 부족한 부분을 교육자용 교안을 만든 것을 향도교육센터를 등록한 참석자 에게 모두 지급하였다. 이번 품향회에 참석은 하지 못했지만 춘천 다심원 이경숙 선생의 최근 ‘품향다사’에 대한 이야기를 필자가 대신 전하였는데 모두 그 품향다사의 운영 기획에 대해서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누군가는 해당 지역에서 응용하여 사용될 수 있는 점에 있어서 서로 좋은 정보를 얻게 된 것에도 만족해 했다. 차회나 향회의 기본이 바로 서로간의 교감이고, 그에 대한 가장 수준 높은 자리까지 가는 것이 바로 시회라는 형식이다. 왕희지의 난정서에 차와 향, 술이 없었겠는가.

해남 침향

베트남 충루

흠향하는 시간

향을 맞이할 준비의 명상, 기다림. 석우미디어(동영상)

이처럼 차가 먼저랄 것도 없고 향이 먼저랄 것도 없는 것이 같은 자리에서 지녀오던 문화적인 소양이기에 이제사 겨우 향도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차회의 기본이 되는 순서와 설정을 겪에 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듯 하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선인들의 찻자리는 과연 어떠하였을까에 대한 의문도 같이 생긴다. 그저 소박하기만 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러한 문화적인 배경과 순서, 그리고 구색이 못지 않았을 것인가에 대한 것은 앞으로 점점 더 큰 숙제로 우리 앞에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품향일지 지난 글 보기
2014/10/05 - 품향일지(01) 침향나무가 있다 없다의 흑백논리
2014/09/27 - 품향회, '품향일지'를 열면서



Posted by 석우(石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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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이라는 것이 우리 시대에 화두가 되고 있다.  무슨 현상일까? 아마도 향도에 대한 관심, 그리고 침향에 대한 어마어마한 가격, 그것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등이 침향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듯하다.

 

향이라고 하면 인류가 사용하는 가장 원초적인 것이 향유이다. 아마도 종교적인 입장이 먼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절대 생활적인 이유에서 발생이 되었으며, 해충을 쫓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이 되었다. 다만 그 당시에도 가격이 비싼 것이니 아주 좋은 것은 귀족이나 왕족들이 사용했던 것이다. 바이블에 나타나는 향유는 바로 그러한 특권계층의 호사였으며, 사회적으로 보면 성인에 대한 가장 최고의 대접이었다.

그런데 지금 베트남의 침향 이야기를 서두에 꺼내지 않고 왜 서남아시아의 중동지방 민속을 먼저 말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 향유가 바로 침향유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이다. 침향을 불살라 버린다면 그것은 없어지는 소비재이다. 그것을 오랫동안 보관하고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향유라는 생활의 지혜이다.

베트남에서의 침향은 국가적으로 보호하고 또 수출을 위한 대표적인 천연자원이다. 왜 그럴까? 그 나라는 언제부터 침향이라는 고형수지가 많은 목물을 수출까지 염두에 두면서 관리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나라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곳에서 많이 소비를 한다. 바로 동남아지역에서의 방충과 해로운 동물을 쫓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침향이라는 것을 보면 추출되는 수종이 다양하다. 침향나무라고 불리워지는 것은 여러 종이다. 그러나 침향나무라고 지정한 것은 누군가의 작위적인 명명에 의해 붙여진 것이다. 올리브 나무가 침향나무라고 하면 누군가는 화를 낼까? 궁금하다.

세상은 기원전과 기원후로 쉽게 구분한다. 하지만 그 세월과 관계없이 지구는 기후가 무척 많이 변해왔다. 기원전에는 서남아시아의 사막이 젖과 꿀이 흘렀던 지구상에서 최상의 비옥한 토지를 가진 지역이었다. 지금 열대우림과 농사하기에 최적의 기후를 가진 동남아시아처럼 말이다.

삼국지에 언급이 되는 남만정벌에서 향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재갈공명의 일화는 거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방충에 사용되는 향이 침향이었으며 그 형태는 기름으로 되어 있었다. 남방지역의 침향이 북방으로 전파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소설이니 신빙성은 없지만 근원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침향이라고 하는 것이 중국이라고 없었을까?

 

자연환경이 허락한다면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침향이다. 다만 지금 품질 좋은 침향의 대표적인 산지라고 말하는 곳이 베트남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전쟁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들이 훼손되어 고사목이 많아졌고, 자연적으로 부식되어 침향재료들이 바깥으로 드러나 있었던 것도 직간접적인 이유가 된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에도 침향은 생산이 된다. 미얀마도 만만치 않고, 태국에서도 보인다. 하지만 각국 모두 나무 수종이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누군가 침향나무가 없다 있다라는 흑백논리로 글이 온라인에 올라 온 것을 보고 혹시 그에 대한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글을 적어 보았다.

품향일지 지난 기사

2014/09/27 - 품향회, '품향일지'를 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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